모차르트 천 번의 입맞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지음, 박은영 옮김 / 예담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는 글을 쓴다. 누워서도 앉아서도 서서도, 우리란 - 인간의 존재는 무한대라는 문명의 이기를 즐기며 자신의 머릿속에서 진치고 펼쳐져 있는 여러 생각들을 '글'이라는 낚싯대로 이리저리 건져 올린다.

이렇게 건져올린 서종(書種)도 다양하기 그지없다. 논문, 사설, 소설, 수필, 평론 등등. 이런 수없이 존재하는 많은 서종에 따라 그에 알맞은 미끼 역시 종류가 다양할 수밖에 없다. 머리의 맛이 뛰어난 미끼로는 논문, 평론 등이 낚아 올려지고, 맛이 기차고 구하기 힘들다는 마음이라는 미끼로는 소설, 수필, 시 등 다소 보기 힘든 서종이 입질을 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아주 고급에 속하고 만드는 공이 대단하다는, 그래서 따뜻한 맛이 탁월한 가슴이라는 미끼만으로 낚이는 서종이 있는데, 바로 '편지'라는, 월척은 아니지만서도 오로지 그 미끼만을 먹겠다는 아주 자존심이 강한 놈이 바로 그 놈이다.

우리가 편지를 요리할 때는 머리를 재료로 쓰지 않는다. 머릿속에 어지러이 널려져 있는 온갖 잡동사니 속에서 오로지 자신의 가슴이 담긴 신선하고 순수한 재료만을 가지고 편지와 함께 요리를 시작하게 된다. 지글지글. 즉,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침 틔기며, 피 틔기며 왕왕 쏟아 붓는 아주 자극적인 것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가슴과 마음을 담아내는 소박하면서도 수수한 맛을 풍기고 있는 것이 바로 편지란 재료의, 그리고 그 요리가 가지는 고유의 특징 있는 맛이란 게다.

<모차르트, 천 번의 입맞춤>. 두 말할 필요 없이 모차르트에 관한 책이다. 모차르트에 관해서는 음악에 대한 평론, 모차르트 자신에 대한 평론, 기타 해설서들이 수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천재 작곡가, 천재 음악가. 하지만 이런 말들은 사실의 진위를 떠나서, 모차르트 자신이 아닌 철저히 타인에 의해 분석되고 분류되어진 모차르트이다. 그 어디에서도 모차르트 그 자신이 자신을 드러낸 곳은 없으며 그 어디에서도 모차르트 그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은 없다. 오로지 타인의 입맛에 분류되고 걸려진 모차르트. 그 모차르트는 우리의 눈으로는 확연히 보여질지는 모르지만 가슴으로만 느껴질 수가 있는 그 무언가가 빠져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차르트, 천 번의 입맞춤>은 이제까지의 '머리'라는 미끼를 던져버리고 과감히 가슴이라는 비싼 미끼로만 건질 수 있다는 편지로 - 그래서 가슴으로 느낄수 있게 그 구성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아니, 책 자체는 오로지 모차르트의 편지와 그의 가족들이 자신에게 보낸 편지로만 이루어져 있다. - 일체의 주위가식이 사라져 버린 진실의 편지 - 다만 편지 밑에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 당시의 모차르트 상황을 분석해주는 저자의 설명이 달려 있는데 이 설명이 없었다면 이 책은 모차르트에 대한 사전지식이 부족한 나에게 상당히 힘들고 미묘한 상황으로만 끝나 버렸을 게다.

이런 모차르트의 편지를 보고 있으면 위대한 작곡가의 모차르트가 아닌 한 가정의 자식으로서, 가장으로서. 즉, 천재라는 근접할 수 없는 위치의 위인이 아닌, 그저 우리처럼 그 역시 한 가정의 자식으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위치를 가졌었다는 동류를, 동질감을 가지게 된다. 누나에게 보내는 아주 사랑스런 편지. 아버지를 사랑하는 자식으로서의 편지. 자신의 힘든생활을, 우울한 기분을 가족에게 털어놓는 편지, 아내에게 보내는 사랑의 비등점을 나타내는 편지 등. 그도 한 인간이라는 그 동질감으로 인해 모차르트는 위인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우리에게 그 의미가 다가오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는 모차르트에 대한 지식이라든지 배경, 업적 등은 그다지 얻을 수 없다. 하지만, 비록 그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 그의 출생, 역작 등에 대해 나처럼 몰라도 - 이 책을 통해 천재가 아닌 '인간 모차르트는 이런 사람이구나'란 것만큼은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먼저 인간 모차르트를 알고서, 후에 천재 모차르트를 접한다면 한결 수월하게, 한결 부드럽게, 우리에게 그가 다가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천재 모차르트든, 인간 모차르트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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