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숲 1
신영복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8년 6월
평점 :
합본절판


<더불어 숲>은 신영복님이 세계 여러 곳을 여기저기 두루 방문하며, 각각의 곳에서 사색의 정취를 시나브로 묻어 나오게 남겨놓은 기행작품이다. 비록 작가의 개인적인, 감상적인 사색이지만 이번의 사색은 경치에 대한, 자연에 대한 한가한 경탄의 사색이 아닌 곳곳의 장소에서 묻어 나오는 의미와 시대의 관계를 적절히 조화시킨, 일면 완상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시대 고찰적인 그 만의 사색이었다.

특히 작가는 아무 곳에나, 내키지 않아도 유명하다는 명패하나만 홀린 듯 쫓아 간 것이 아니라, 아주 자연 친화적이거나 번영을 누렸던 고도(古都), 또는 현재 아주 발전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나라들을 찾아다니며 그 곳의 현주소와 앞으로 미래에서의 대응, 즉 과거와 미래와의 끊임없는 관계에서 현실의 의미를 주목하고 있다. 그 관계는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에대한 질문이었고 나아가 우리나라 현실에 대한 고찰, 더 나아가 세계가 지향해야 할 위치와 방향에 대한 작가의 고뇌이자 안타까운 시선으로 우리에게 뱉어내는 충고였다.

파리의 노상카페에서의 변화, 터키의 조화로운, 융합적인 자세, 일본의 복잡하면서도 질서 잡힌 모습들. 네팔 히말라야에서의 자연에 대한 숭배의 자세. 등등. 흔히 우리가 `우와`란 감탄사 한 발에만 족하고 지나치던 곳에서 신영복 작가는 우리의 보잘 것 없는 감상을 벗어난 진정한 그 무언가를 추구하고 있는 거였다.

지구는 둥글지만 결코 세계는 둥글지 않았다. 소위 문명과의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있는 나라와 문명과 절교 중인 나라들. 하지만 그 속의 문화란 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고 있었다. 진정한 문화란 사람들의 바깥에 쌓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심성 속에 씨를 뿌리고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성숙해 가는 것이라 강조한 작가는 세계 각처를 돌아다니며 그 나라의 문화들을, 그리고 그 문화에 상대적으로 위치한 우리의 현주소를 고찰했다. 비록 안타까운 현실에 있더라도 한결같은 희망이, 꿈이 있다고 속삭이는 작가는 설령 지금은 암울할 지라도 우리가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은 밤이 깊으면 별이 더욱 빛나기 때문이라는 말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더불어 숲>. 더불어 숲은 시인 고은님의 `어떤 진실은 그것이 고백을 닮을 때 더욱 절실하게 됩니다.`라는 문구로 그 소박한 여정의 길을 활짝 열었고 이제 기나긴 노정의 바느질에 매듭을 매었다. 언제나 경어체로써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히, 언제나 예스러운 표현으로 보는 이를 감상적이게 만드는 신영복님의 글. 그 글은 이제 시대에 대한 고백이라는 짐을 하나 더 얹음으로써 나직히, 그리고 더욱 절실하게 우리의 고막을 울리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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