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정환 옮김 / 자유문학사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관찰 : 하루키의 소설. 매력적이다. 이상적이다. 진지하다. 흥미롭다. 이해가 가능하지만 이해가 불가능하다. 아이러니다. 하루키 작품속의 인물들은 언제나 진지하고도 이성적인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그 주제는 언제나 비현실적 또는 이상적인 것이다. 이런 소설 속 인물의 대화에서 독자는 나른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매력에 빠지게 된다.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면 타고 올라올 동아줄 하나쯤은 마련하는게 좋을터다.

접근 : 스푸트니크의 연인. 물어보지 않아도 하루키의 소설이란 것을 알 수 있을 만큼의 적당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 명함을 여기저기서 들이민다. 언제나 진지하며 막힘 없는 생각과 언변의 소유자인 `나`와, 정상적이지만 비정상적인, 이성적이지만 이상적인, 그리고 결코 연인이 될 수 없는 여자친구 `스미레`. 거기에 자기 자신의 반을 잃어버린, 자기의 위치를 잃어버린 중년의 여성 뮤. 모두가 하루키식 제조법에 의해 창조된 인물들이다.

접촉 : 스미레는 동성애자다. 뭐 그렇다고 거부감 느낄건 없다. 그녀는 연상의 같은 여자, 동성인 뮤를 사랑한다. 정신적일 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면에서도. 그리고 그 사랑에 집착한다. 뮤 역시 스미레를 좋아한다. 단 이성적인 감정은 없다. 당연하다. 일단 그들은 동성이니까. 하지만 뮤는 자기자신을 잃어버린 뒤로, 한 인간을 사랑한다는 감정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좀처럼 가지기 힘들다. 그 미묘하고 복잡한 사이 `나`는 파고들 자리가 없다. 이대로 끝나 버리는가 보다.

대화 : 기호와 상징의 차이가 뭐야? 어느날 나에게 문득 던진 스미레의 질문. 새벽 3시. 질문에 화답을 던진뒤 잠으로 기어들어간다. 후에 다시 만나게 된 스미레. 그녀는 스미레지만 겉은 또 다른 스미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분열 : 어느날 스미레는 뮤의 반쪽, 또 다른 뮤가 있는 그 이상적인 세계로 떠나 버린다. 그리스의 한 외딴 섬에서, 뮤가 자신의 반을 소리없이 잃어버리듯 스미레도 홀연히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다. 스미레를 찾아 나선 `나`, `나` 역시 `나`와의 일탈을 경험하며 과연 내가 위치하고 있는 그 자리가 어딘지에 당황하게 된다. 뮤가 자기자신의 반을 잃어버린 현실 속에 존재하는 완전체인 나. 존재하는 자아와 존재스럽지 못한 자아. 여기는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나란 존재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해체 : 모두가 자기자신을 되찾기 위한 궤도에 끊임없이 진입한다. 결국 스미레는 또 다른 뮤와 조우를 했을까.. 마지막의 스미레는 진정 스미레인가.. `나`가 존재하는 이 세상. 이 세상이 과연 제대로 된 존재의 의미를 지닐까. 그리고 현실계게의 나도 과연 진정한 나로써의 의미를 지닐까?

소멸 : 사람이 맞으면 피를 흘린다. 당연한 이치, 당연한 논리와 같이 당연히 존재하고 있는 나, 그 당연한 나를 찾기 위한 당연한 세상의 조건들은 비박스럽다. 오로지 한 길은 영원한 꿈을 꾸는 것. 하지만 영원한 꿈을 꾸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현실성과 자아와는 대립의 관계에 있었던가....

흔적 : 스푸트니크의 연인, 자아를 찾기 위한, 나의 자아와 그들만의 자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스푸트니크처럼 외로이 자기만의 소우주를 떠다니는 우리의 자아들. 그 외로운 행로 속에 잠시 궤도를 같이 하는 다른 스푸트니크의 자아를 우리는 인연이라 부른다. 하지만 다소 어렵다. 그저 흐름의 길모퉁이를 터벅터벅 걸어다니기에는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리고 대화 하나하나에 다소 많은 이해의 신경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역시 하루키스럽다. 하루키 팬들에게는 하루키스러움이 가장 큰 요구사항일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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