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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소수 ㅣ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9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현진 옮김 / 한길사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시오노 나나미` 그녀의 이런 여섯 글자 이름은 들어보지 못했어도 <로마인 이야기>라는 거대작의 여섯 글자 이름은 한 번 쯤이라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멋모르고 봤지만 나도 고등학교때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 만큼 그녀란 존재는 익숙하지는 않아도 우리의 고막속에 작은 울림으로서 살며시 자리잡고 있는 터이다.
그런 유명한 그녀는 머조리티(majority), 중에서도 메이저(major)로 밖에 보일 수 없다. 대중에게서 비롯되는 환호의 파도속에서 서핑하는 모습에서는 절대 silent minority의 면모를 뒤질 수 없다. 특출한 minority지만 소속은 majority. 이렇게 나처럼 까막눈 군중의 한 개인으로서의 시선은, 간혹 이런 식으로 편협적이다.
그렇게로만 보이던 그녀가 마이너리티를 선포했단다.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제 시들해진 그녀의 위상에 한 줌 거름을 주고자? 아니. 이것은 그녀가 처음부터 군중에 속박되지 않은 그녀만의 인격을 가지고 있었다는 심리의 표출이었다. 뭐 그렇다고 그녀가 반골(反骨)인건 아니다. 자기만의 사상과 시선을 지닌다고 해서 반골은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 사회가 그런 경향으로 몰아 갈 뿐. 그녀만의 생각, 그녀만의 시선, 그녀만의 색채의 발로.
<침묵하는 소수>에서는 그런 작가의 의도가 잘 묻어난다. 군중의 강압적 심리에 잡혀가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나타내는 사람들과 그에 대한 그녀의 생각 집대성. 이 정도의 집대성이면 나처럼 시오노 나나미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도 그녀의 내적 구조가 얼핏 보일 것이다.
물론 `에세이`인 만큼 사전에 그녀를 알고 더 알고자 하는 시도에 더 적합하긴 하겠다. 덕분에 `시오노 나나미 무지`인 나는 그녀에 대한 큰 감흥이나 흥미는 느끼지 못했고, 그저 소수인들의 침묵속에서 아스라이 뿜어져 나오는 그들만의 색채들에 더 흥미를 느낀터다.
어느 시대, 어느 곳에나 침묵을 고수하는 소수가 존재한다. 이제는 그들을 그저 반골로만 치부할 때가 아닌 좀 더 소수로서의 존중을 해 줄 시대가 왔다. 그것이 또한 진정한 민주주의의 역할이 아니겠는가. `학교에 제출하는 일기가 아닌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잠가 둔 서랍속의 일기`같다는 <침묵하는 소수>. 시오노 나나미란 거대한 건물의 뼈대와 그 동안 외딴 곳의 허름한 폐옥으로만 치부된 소수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면 한 번쯤 들춰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