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이야기
신경숙 지음 / 마음산책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할일없는 무료한 아침. 하아~품. 으음, 이런날은 도서관에나 가서 책이나 빌려오자. 볼만한 책이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터벅터벅` 그 사이 도서관은 밥을 충실히 먹었는지 살들이 부쩍부쩍 쪘다. 천고관비(天高館肥)의 계절, 못보던 살들이 삐져나오는걸 기쁜 눈으로 쳐다 보고 있었다. `응~ J이야기? 이거 많이 들어 본거네.` 책한번 펴보지 않고 그냥 제목만으로 무심히 집어든 책. 할일없이 무료했던 만큼 몸도 게을렀나 보다. 바람이 끄집어 당기는데로 끌려온 내집. 이제 책이나 읽자. 샤그락 샤그락

우리는 풍만하고도 너무많아 처치곤란이라 잠쉬도 쉬지 않고 없애려고 노력하는 공기속에 살고 있다. 그 만큼 공기의 존재의미와 그 존재가 존재함으로써의 행복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왜~ 부모하고 떨어져 봐야 부모의 소중함을 안다고 하겠는가?(해서 나보고 넌 군대가야된다고 부모님께서 성화이신가보다.) 즉, 소중하고 행복에 겨운 상황속에 일존 일일존 우일존(日存 日日存 又日存)하고 있어도 뭘 모른다. 이 상황이 즐거운건지 뭔지 도대체가 생각을 안한다. 아니 못한다. 그래서 부족한 인간이고 그만큼 부족해서 오히려 행복한 인간 아니겠는가?

그런 행복에 겨웠던 순간들, 잊어버리고 날이 지나면 지날수록 희미해지는 기억력과 동시에 선명하게 추억들이 다가온다. 아~ 그래 그때 난 아빠(아버지보다 정겹다.)랑 오락실에 같이 가곤했지. 그때 난 엄마랑 같이 산에 놀러가곤 했지. 당시엔 그냥 즐거웠던 슬펐던 힘겨웠던 매 순간의 상황존재로만 즐겼지 그것을 정녕 인생의 피안으로써의 경지는 모르고 지냈다. 그런것들이 늙어 감에 따라 드물게 드물게 하나씩 드러난다. 하지만 그 하나하나의 피안으로써의 가치하나를 느끼기 위한 세월의 대가가 너무나 크다. 그 동안의 나의 그 순간들. 모두 되돌려 받으려면 오래살아야겠다. 거북아~ 너 몇살? 저런~ 그렇게 조금밖에 못살아?

이런 크나큰 세월의 대가를 치뤄야만 얻어낼수 있었던 지나온 삶의 애틋한 발자취들, 그 이야기를 이 책에서는 J라 칭하며 드러내 준다. 이루 말할수 없이 황홀하다. 공짜라고 하면 눈뒤집어 지는 세상에 이보다 큰 공짜가 어디있는가? 시간은 금이란다. 잃어버렸던 금을 되찾아주는 보물지도가 여기 나와 있다. 루루루~ 칼들고 모자쓰고 애꾸눈으로 배타고 보물섬 갈 필요는 없다. 칼대신 돈들고 서점가면 된다.아! 요즘은 세상이 하도 좋아져서 컴퓨터 앞에 앉기만 해도 보물이 집까지 날아온다. (누가 배달해주는지 보물을 그냥 냉큼 전해주다니, 양심의 사회, 정겨운 사회.) 너무 편안히 보물을 얻는가? 가끔은 편안히 보물을 얻는것도 인생의 즐거움이겠지.

그 만큼 이 책을 읽고 읽노라면 즐겁다. 애틋하다. 따뜻하다. 그리고 정녕 그래 인생이란, 삶이란 이런것이고 그만큼 살 가치가 있다는것이 느껴진다. '나 이렇게 힘들게 살았어, 그러니까 편안한 너는 행복한거야.'라고 대놓고 말안해도 이 책은 말해준다. 장황한 인생의미의 철학적 고찰을 한답시고 읽는 독자 눈 벌게지고 옆에 커피캔만 늘어나는 일도 없다. 누워 보든 서서보든 앉아보든 상관없다. 법의 평등이란 말도 있지만 상황의 평등을 이 책은 준다.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는 책도 있지 않은가? 정말 살아가는 맛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J이야기`. 또한 나의 이야기, 당신의 이야기, 부모님의 이야기, 세상의 이야기, 삶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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