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법정(法頂) 지음, 류시화 엮음 / 이레 / 2001년 1월
평점 :
절판


으레 명망높은 분들의 책을 접하게 되면 사람들은 거기서 꼭 무엇을 얻어야만 한다는, 그래서 좀 더 그 분을 알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돋보기를 들여댄다.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그렇게 유명한 분이 하시는 말씀인데 어찌 한 단어라도 놓칠소냐. 종종 스님들의 말씀을 새겨놓은 책들을 접하고는 하는데 역시 하나하나의 말씀들을 조금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곤 한다. 평상시에 그렇게 건성으로 책을 보던 내가 웬 개과천선(?)

그런식으로 책을 대하다보면 감탄, 경외, 존경심이 마음으로부터 우려져서 걸쭉하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이 죄없고 시키면 시키는대로 보면 보는대로 들으면 듣는데로 줄줄 외고 해석해야 하는 뇌에게는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가끔은 머리 식히고자 가벼운 소설을 본다고 하지 않은가?(머리가 식을지는 의문이지만..)

이 책은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법정스님의 글들을 모은것인데, 성격이 특이하다. 앞의 서두를 왜 저렇게 퍼뜨리며 전개하는가는 이 책의 성격에 달려 있다. 이 책은 결코 깊은 집중력을 요하지 않는다. 매우 편안한 자세로, 옆에 주스한잔 떠 놓고 부담없이 콧바람 불어 가며 읽을 수 있다. 내용 또한 무게감이 없는 그렇다고 결코 등한시 할수 없는 내부의 고상함이 있다. 내용이 뭐냐고요? 궁금하죠? 자.. 자.

봄, 여름, 가을, 겨울. 인간이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뿐, 이름 안 붙여줘도 자연은 결코 삐지지 않고 누가 뭐래도 돌도 돈다. 다람쥐 쳇바퀴보다 더 철저히 더 열심히 더 뼈빠지게 돈다. 그런 삶의 변화, 하지만 결코 변화일수 없는 그저 느린 반복일뿐인 이 생활. 이 밋밋하고 메마른 생활의 반복에 대한 법정 스님에 대한 고찰이 이 책 내용의 주류다. 하지만 결코 `나 지금 생각해서 전달하오~` 식의 구성이 아닌 그저 계절의 변화에 묵묵히 따르며 그저 느끼는 그대로 생활하는 그대로를 옮겨 놓은것 뿐이다. 부담스러울것 없다. 대하기 어려운 점도 없다. 종교적인 색채 또한 투명하다.

점점 추워지는 겨울. 오지마라고 해도, 너 밉다고 무안을 줘도 냉큼냉큼 잘도 온다. 이 추운 겨울날, 밖의 추위에 한방, 두방 맞다보면 `집의 따뜻한 아랫목 구석에 이불에 누워서 옆에 유자차 한잔 가져다 놓으면 정말~` 하는 생각에 절로 따뜻함의 상상속에 진저리 치곤한다. 추위에는 정말 최상의 세트가 아닐까? 여기다 보너스로 이 책,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추가하자. 그리고 앞으로 올 나날들을 생각하며 따뜻한 차한잔 마시며 책과 함께 음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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