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2003-09-20  

아, 쾌청한 하늘.......
잡으러 오지 말라고 당부하셨지만, 그러기엔 Bird나무 세계의 끝이 너무 가깝네요. 원래도 많은 사람 오가는 풍성한 곳이었지만, 며칠 사이 더욱 붐비는 것 같아서 잔치 집 주인장 바라보는 심정으로 먼 발치에 서 있었는데, 토요일 오전은 너무 한가하거든요. (이런 날은 출근하지 말라고 하는 근사한 사장님 밑에서 일하고 싶어라^^)
그제 내렸던 비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좋은 날씨네요. 뜻밖의 이벤트가 생기는 좋은 주말되길 바래요...

P.S 지금부터 한 참 전, 겨우 몸 하나 누일 공간이 다인 제 방에서 동생과 나란히 누워 성석제의 <스승들>을 읽었어요. 책을 살 돈이 없었는지, 어쨌는지 제법 긴 분량의 중편 소설을 어디선가 다운 받아서 A4지로요. 제가 읽는 속도가 느려지면 동생이 옆에서 계속 재촉을 했지요. 한 장을 읽을 때마다 나와 동생은 번갈아가면서 방바닥을 굴러다녔는데,(사실 굴러다닐 수 있는 공간은 없었지만), 그러다 어느 순간 문득문득 코끝이 찡해오기도 했지요. 아, 기억 속의 그 날도 이렇게 청명했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네요.
 
 
_ 2003-09-21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맞다 어제 저희는 안 쾌청했어요 >_<

_ 2003-09-21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잡으러 오시지 말란게 혹 와전되었는가 순간 뜨끔했네요 ^^:;
토요일에, 17명이 꽉차있어도 넓은 공간에 저 혼자 있었답니다. 적막..
그런데 가끔 전 그런 적막이 좋기도 하더군요. 걸리적거리지도 않고
그저 제 생각에만 충실할수 있는 - 밤을 제외한 - 그런 시간이 가끔 그립던데
어제 그 그리움을 잠시나마 달래보았어요 (천상천하 니혼자독존?-_-;)

히햐, 근데 멋있는데요, 동생분이랑 나란히 누워 책을 본다는거
아 물론 A4지로 뽑은거라시지만 저도 아주 가끔 다운(!) 받은 책을 뽑곤해요
이제까지 한 3편을 그렇게 뽑았을건데...아직 못읽었군요. ^^;;

_ 2003-09-21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가끔 옥상이나 창문가에서 밖을 내다보곤 하는데
어린 애들, 오빠 동생, 형 동생이 다정히 노는 모습이 눈에 띄곤 해요.
전 형제가 없어 그런 기분을 상황을 겪지는 못했지만,
그런 어린 애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언젠가는 저런적이 있었겠지..저런 나를 부모님은 너무 사랑해 주셨었는데.. 지금의 나 자신을 잠시 지우고 그 때로 한번 돌아갈수 있었음...하는 생각에 혼자 징징거리기도 해요. ^^

선인장 2003-09-21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 것도 못하고, 늘 질척거리는 나를 그래도 세상에서 제일 근사하다고
매일매일 소리내어 말해주는 사람은 동생밖에 없으니까요.
얼마 뒤면 그 동생이 멀리 가네요. 그러면 저도 버드나무 님처럼
창문가 먼 곳을 보면서 그리워하겠죠? 있을 때 잘 해야지.

선인장 2003-09-21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 속에 있으면, 사람에 시달리고 혼자 있으면 적막에 시달리고,
그래서 나는 늘 불평만 하다가 많은 시간을 헛되게 보내곤 하죠.
요즘 그런 내 태도를 반성하고 있는 중이라, 혼자만의 멋진 이벤트를 계획하곤 하는데, 그게 예상 외로 재미있기도 하네요.
친구들이야 약속 펑크낸다고 잔소리지만, 조만간 익숙해지겠지요.
무남독녀, 사랑스런 외동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자랐지만
어릴 때는 무거운 짐 같기만 하던 동생들이 요즘은 의지가 되곤 해요.
나중에 더 나이를 먹어서, 정말로 각자의 생활을 하게 되더라도
그들이 내 편이 될 꺼라는 생각이 들어 안심이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