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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의 경제
마이클 J. 울프 지음, 이기문 옮김 / 리치북스 / 1999년 7월
평점 :
품절
퀴즈 하나! 이곳 입구에 들어서면 높이가 20m가 넘는 높다란 인공암벽이 버티고 서있습니다. 목이 아플 정도로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인공암벽을 오르는 클라이머들을 구경하고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몇몇은 자신이 직접 암벽을 오르기 위해 신발끈을 묶으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공암벽을 지나면 높이 10m가 넘는 폭포가 사람들을 반깁니다. 폭포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역시 각자 제각기 바쁜 것 같습니다. 폭포를 돌아 커다란 좌측 입구로 나가면 길이 150m가 넘는 자전거 전용 도로에 역시 많은 사람들이 산악 자전거를 타거나 자전거를 손보고 있습니다.
자, 여기가 어딜까요? 바쁜 직장인들을 위한 종합 스포츠 센터? 아니면 스포츠를 테마로 한 테마파크? 정답은 시애틀에 있는 야외(레포츠)용품 전문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Recreational Equipment(REI | http://www.rei.com/)의 본사매장입니다. 아니, 야외 레포츠용품 매장에 웬 인공암벽, 폭포, 자전거 도로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레포츠용품을 판매하는 사업을 포함하여) 레포츠 산업은 언제나 수요보다는 공급이 많으며, 초사치재(super-luxuries)이며 동시에 상품을 소비한 뒤에야 자신이 효용과 일치하는지를 알 수 있는 전형적인 경험재(experience goods)적 특성을 갖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일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근본 의도야 어쨌든 결국 REI사의 경우 엔터테인먼트산업의 특징을 정확하게 파악했던 것이고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대목이 ‘오락의 경제’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쇼 비즈니스 없이는 비즈니스도 없다.’라는 선언을 쉽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례입니다. 결국 이 얘기는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비엔터테인먼트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본문 43쪽)는 말입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 말은 여러 곳에서 증명되고 있습니다. 이미 몇 년 전의 일이지만 BMW 웹 사이트에 가면 유명한 감독들을 대거 기용해서 (존 프랑켄하이머, 리안, 가이 리치, 안레한드로 곤잘레스) BMW 자동차가 등장하는 홍보 영화 같지 않은 홍보영화를 만들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조금 오버해서 생각을 하면 기업의 메세나 사업들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와 같은 모든 활동들의 키워드는 무엇일까요? 이 책에서는 바로 ‘욕망’이라고 얘기합니다. 주말을 이용해서 자연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행복한 레저 생활을 맛보고 싶어하는 욕망,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근사한 자동차를 타고 알 수 없는 미스터리의 주인공이 되보고 싶은 욕망이라는 것이죠.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필요로 먹을 것을 구입하지만 이와 달리 엔터테인먼트는 ‘욕망’ 때문에 구입을 한다는 그래서 엔터테인먼트산업에서 혹은 엔터테인먼트를 이용해서 성공을 거두려면 다른 무엇보다도 얼마나 잘 욕망을 채워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입니다. (54쪽) 무릇 히트 상품이란 일반 대중에게 잠재되어 있는 불분명한 욕구를 찾아내서 만족시켜 준 것이라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여 줍니다. (180쪽)
이제 결론은 ‘자본’으로 귀결됩니다. 대중들의 ‘욕구’를 얼마나 잘 꿰뚫어 얼마나 많이 돈을 벌 수 있느냐는 것이 오직 유일한 관심사입니다.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모든 활동의 결론은 자기 증식하는 자본의 독무대입니다. 여기까지 이해하셨다면 진정한 자본주의의 꽃은 광고 따위가 아니라 바로 ‘엔터테인먼트’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족 매끄럽지 못한 번역들이 꽤 눈에 띄는군요. 가령, ‘애플사의 필기인식 소형 컴퓨터 뉴턴’은 ‘최초의 PDA, 애플의 뉴턴’정도로 표현했으면 이해가 더 빨랐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