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정민 지음 / 푸른역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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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야 미친다>


불광불급!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라는 말이다. 이 책은 이를 몸소 실천한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열정과 광기를 탐색한 글이다. 그들을 소개하자면 허균, 권필,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정약용, 김득신, 노긍, 김영 등의 지식인들이다. 저자는 말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우연찮게도 대부분 그 시대의 메이저리거들이 아니라 주변 또는 경계를 아쉽게도 비껴 갔던 안티 혹은 마이너들이라고.....  


김영은 인천 사람으로 신분이 미천했으며, 용모가 꾀죄죄하고 말도 어눌하여 알아들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15~16년간 역상에 몰두하여 남들이 넘볼 수 없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을 때, 그의 재능을 알아본 서호수로 인해 관상감(오늘날 기상대와 천문대의 기능을 아우르고 있던 서운관)에 기용될 수 있었다. 출신도 불분명한 미천한 농군의 아들이 과거도 거치지 않고 관상감 관직을 얻은 것은 조선조를 통틀어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의 능력은 다른 이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탁월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재주 있는 자를 결코 사랑하지 않는다.”라고 하였는가? 그를 시기하는 소인배들로 인해 벼슬에서 쫓겨나게 되었고, 결국 세상에서 버림받은 채 학문에만 몰두하다가 평생을 따라다니던 곤궁을 떨치지 못하고 굶어 죽게 된다.


노긍을 보자. 그의 신분은 서얼(양반의 자손 가운데 첩의 소생을 이루는 말)이었다. 총명함과 해박함은 어떤 인물에도 뒤질 것이 없었으며, 과거를 볼 때마다 합격하였지만, 서얼이라는 신분이 그의 앞길을 가로 막았다. 높고 큰 뜻을 품었으나, 그에게 주어진 일은 부잣집 과외선생에다 과거시험 답안지 대필이었다. 그러던 중 돈 받고 시험 답안지 팔아먹은 놈이란 더러운 이름을 뒤집어쓰고 귀양살이를 하게 된다. 결국 그는 절대 궁핍 속에 일생을 마치고 만다.


간단히 이 책에 나온 두 명의 지식인만 소개해 보았는데, 눈에 띄지 않던 이들을 보니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왜 그들은 그런 지식들을 썩힐 수 밖에 없었는가? 아마도 김영과 노긍처럼 많은 조선시대 지식인들은 그 시대 사회시스템에 실망을 하여 아웃사이더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문득 마틴 루터가 생각난다.

16세기 로마교회는 수도사들의 면죄부 판매 등 성경과 다른 내용으로 인해 타락 할대로 타락하였었다. 이를 본 마틴 루터는 반박문을 쓰게 되지만, 이를 게시하면 교황으로부터 파면당한다는 말을 듣고 조용히 입을 막고 지내게 된다. 하지만, 부인의 도움으로 그는 죽음을 각오하고 독일의 비텐베르그 성당문에 로마 교회의 비성격적인 내용을 비판하는 95개조 반박문을 게시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16세기 종교개혁과 해방운동이 일어나게 되었다.


조선시대 지식인들도 마틴루터처럼 죽음을 각오하고 그 시대의 불합리함에 대항하여 용기를 내었으면 어땠을까?  그들의 광기를 이런 시스템을 타파하고자하는 쪽으로 조금이나마 방향을 바꿨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하지만, 그들을 탓하기에 뭔가 찜찜함을 감출 수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미친 사람들이 있었기에 조선시대가 더 나아가 이 시대가 발전될 수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기 때문인 듯 하다.


이 책을 통해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내면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으며, 그들의 삶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다만 적은 분량 속에 너무 많은 것을 소개 하려고 하지 않았나 하는 작은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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