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탄생 - 한 아이의 유년기를 통해 보는 한국 남자의 정체성 형성 과정
전인권 지음 / 푸른숲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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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속 황제


<남자의 탄생>은 한국의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한 아이(저자)의 입장에서 5살부터 12살 사이에 일어난 사건들을 토대로 보여주고 있다. 권위를 앞세운 자기중심성은 한국 남성들에게 흔한 증상인 것 같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해결책으로 저자는 ‘내 안의 아버지, 네 안의 아버지(동굴의 우상)’를 살해하라고 말하고 있다.


한 아이(저자)가 본 ‘아버지 공간’은 늘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으며, 질서정연했다. 그에 반해 ‘어머니 공간’은 약간 지저분하고 무질서한 공간이었다. 재봉틀을 하는 곳도 칼국수나 수제비를 반죽하는 곳도 그곳이었다. ‘아버지 공간’에서 그런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이런 유형의 공간에서 생기는 편견과 가치관을 ‘동굴의 우상’이라고 불렀다. 그 우상은 ‘도덕적으로 선하며 훌륭한 사람이라는 우상’, ‘특별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우상’, 최종적으로 ‘이 세상은 내가 의도한 대로 움직여져야 한다는 우상’등이다. 그 같은 우상들은 거의 황제나 가질 수 있는 우상이란 점에서 ‘동굴 속 황제의 우상’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저자)는 최소한 어머니에게만은 점점 더 황제로 군림하게 되었으며, 어머니는 점점 더 하녀로 되어갔다고 말한다.


내 안에도 그런 면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느낀다. 어머니는 나에게 설겆이를 시킨 적이 거의 없었다. 나도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그 일은 당연히 어머니 몫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고등학교 때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로부터 ‘우기기맨’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적이 있다. 내 주장이 옳다고 생각되면 절대 남의 말에 수긍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그런 걸로 싸우기 싫었는지, 그 싸움에서는 내가 항상 승자의 위치에 있었던 기억이 난다. 멍청하게도 나도 모르게 ‘동굴 속 황제’로 지낸 것이다. 물론 지금은 집안일도 도와주며, 남의 말도 듣는데 어느정도 익숙해 졌다. 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가치관들을 고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듯 싶다.    


이런 편견과 가치관을 없애기 위해서 저자는 아버지(동굴 속 우상)를 살해하라고 말한다. 권위주의를 비난하고 아버지를 살해하되, 당신의 마음에 또 다른 아버지를 키우지 말라고 강조한다. 지금 이 세대 또한 아버지를 살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법무부 장관, 한나라당 대표, 민주당 대표가 남성이 아닌 전부 최초로 선발된 여성이라는 점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당신의 내면 안에도 권위주의가 있진 않은지 묻고 싶다. ‘동굴 속 황제’로 군림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지금까지 누려왔던 특권을 포기해보는 것은 어떨까? 집에서 주로 어머니만 담당했던 일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듯 하다. 이렇게 했을 때, 조금씩 조금씩 자신이 내면속에 있던 권위주의가 타파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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