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가이드] 서평단 알림
노벨상 가이드 - 노벨 생리학.의학상 수상자 피터 도어티 교수의
피터 도어티 지음, 류운 옮김, 손상균 감수 / 알마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노벨상 가이드를 읽은 사람이라면 이 말에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피터 도어티(노벨상 가이드의 저자)는 행복한 사람이다.". 그리고 아직 읽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렇게 얘기해 주고 싶다. "읽는다면 당신도 행복해 질 겁니다."

 무슨 달라이라마나 틱낫한의 글을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과학에 대한 이야기다. 아니, 정확히는 과학을 통해 세상을 보는 이야기다.

 저자인 피터 도어티는 호주 출신의 과학자로 1996년 노벨 생리 의학상을 수상했다. 적어도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이니 책 제목으로 낚시질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제목처럼 노벨상을 가이드하는 책도 아니다.

 마치 과학이라는 보따리를 껴안고 세상에 뛰어든 것처럼, 이 老 과학자는(피터 도어티는 이 표현에 울컥할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노벨상을 수상하는 순간부터 실타래를 풀 듯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첫 관문은 과학에 대해, 뒤이어 과학자의 생활. 그리고 자신의 주전공인 '면역'이야기에서부터 미국과 종교, 미래에 이르기까지 한 분야의 전문가가 어떻게 세상을 통찰하는 지를 노벨상 가이드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몇몇 사례는 흥미를 자극한다. 우선 GMO(유전자 변형작물)에 대한 제기가 그렇다. 근래의 웰빙 바람을 통해 비판 받았던 GMO에 대해 피터 도어티는 약간은 다른 견해를 제시한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유전자 변형 작물(GMO :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에 대한 거부반응은 미국보다는 유럽에서 더 컸다. 유럽의 환경운동이 상대적으로 더 거세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EU의 공동농업정책의 결과 유럽이 식량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냉소적인 시각도 있다. 미국의 고효율 농업부문이나 아프리카의 저가 농산물과의 경쟁을 피하는 한 가지 방법은 유전자 변형(GM) 식품에 단호하게 반대하는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다. 미국의 사례를 좇아 가축과 사람을 먹이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GM 접근법을 채택한 나라라면 미국처럼 유럽으로 농산물을 수출하는 길이 막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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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석하게도 최근에 잠비아가 GM 옥수수를 거부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GM 옥수수는 수백수천만 명의 미국인들이 아무런 탈 없이 먹어왔던 것인데, 잠비아는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 떠는 참혹한 상황에 처했는데도 GM 옥수수를 거부했던 것이다. GM 옥수수나 사프란 쌀밥이 해로운 효과가 있다는 어떤 증거도 없거니와 그렇게 생각할 만한 과학적 근거도 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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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MO 접근법을 지지하는 과학자들 중 많은 수는 공교롭게도 열정적으로 환경보호를 옹호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질이 나쁜 토양을 다져주거나 농약과 질산염 비료 사용을 제한해줄 가능성을 가진 전략들을 왜 '반-환경적'으로 여겨야 한단 말인가? 저기 권력계에는 정말로 나쁜 사람들이 꽤 있다. 인류의 복지와 지구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일에는 관심도 없고, 이토록 중요한 문제에 반대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이다. 지금은 확실히 보다 분별 있고 균형 있는 논의를 시작해야할 시점이다." - 노벨상 가이드 67~72쪽

 노 학자의 예리한 칼날은 비단 과학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미국 의료보험을 향해서도 그의 시선은 곤두서있다.

 "미국의 고질적인 비극 중의 하나는 바로 4000만명 가량의 사람들-여기에는 자식을 적게 낳는 근로가족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이 의료보험 혜택을 전혀 못 받는다는 것이다." - 노벨상가이드, 187쪽

 어디 이뿐일까? 그는 과학자를 나름의 시각에서 규정짓는다.

 "과학자들은 ... 대중에 영합하는 정치계 및 종교계의 싸구려 선동가들에게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과학자의 세계는 ... 과거에만 매달려 반동적이고 차별적인 관점을 신봉하는 사람들에게는 유난히 무심하기 때문이다." 노벨상 가이드, 194~195쪽

이 흥미로운 예들은 과학자가 이야기할만 하면서도(거론한 것들은 이 책의 내용에 비하면 정말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과학자'의 인상에서는 다소 벗어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우리는 진정 '과학자'라는 존재의 가치를 재고하게 된다.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들만이 이 책을 읽는자에게 '행복'을 주어주는 것일까? 아니다. 이 책에 깊게 배인 老 과학자의 젊은 과학자들, 그리고 과학자들을 꿈꾸는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다.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하나하나 이야기 봇따리를 끌러내는 것처럼, 그 따스함을 독자들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마지막에 다다랐을 때, 이 책을 통해 老 과학자가 진정 가르쳐주고 싶었던 것이 '과학'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이었음을 느낄 수 있다. 

 다만 마지막 장을 넘기는 나의 손짓에 애틋함이 묻어나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아마 고등학교 시절 이 책을 접했다면 과학자의 꿈을 꾸지 않았을까 하는 설레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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