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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아시아
아시아네트워크 엮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제목을 보자마자 내 의식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구입한 책.
그것은 책 제목 때문이었을까. 한겨레 때문이었을까.
... 아시아 네트워크는 그렇게 아시아 언론인들이 지닌 자책감에서 부터 비롯되었다.
2000년 9월, <한겨레 21>은 그 아시아 언론인들에게 기꺼이 출발지점을 제공했다.
그러나 거대자본을 낀 국제 공룡언론들이 생산하는 뉴스 상품을 오로지 베계먹고 소비하는 일에만
익숙해져 있던 아시아 언론은 결코 호락호락 하게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뜻은 있지만 현실이 따라주지 않는다." 함께 머리를 맞댔던 아시아 언론사들은 길도 떠나기 전에
저마다 나가 떨어졌다.
"그래도 가자! 언론사가 아니라면 언론인이라도 묶어서." 그렇게 아시아 네트워크는 빈손으로 길을 나섰다.
"아시아 뉴스를 아시아 기자들 손으로." 그렇게 아시아 네트워크는 목적지를 잡았다.
'개방성'과 '현장성'이라는 양쪽 구두끈을 단단히 죈 아시아 네트워크는 지독하게 폐쇄적인 아시아 언론 지형
을 하나씩 넘었고 또 아시아 뉴스 현장을 직접 발로 누벼 나갔다. ... (책 속에서)
우리는 아시아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책을 펴기전 내 마음 속에 들던 반성의 물음이다.
그러나 이건 나만의 부끄러움 이었던 모양이다. 어제 갔던 노래방에서 나는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노래
책자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렇게나 가까이 아시아는 우리 곁에 있었구나.
외환은행의 베트남 CF때도 그런갑다... 지나쳤던 느낌이 살갗에 다가왔다.
그러나 『우리가 몰랐던 아시아』는 분명 다르다.
먼저 거론했던 시기가 다르다. 이 책은 2003년에 출간되었고 근래의 아시아에 대한 여론 몰이적 관심이
아니다.
두번째로 의도가 확연히 다르다. 최근 주요 언론이 표출하는 아시아의 관심은 자본 침투에 관한 것일 뿐
아시아 사람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우리가 몰랐던 아시아』는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2003년 판이니 몇년이 지났다고? 글쎄 그럴까? 이 책을 읽고 난 뒤 접하는 아시아 뉴스의 느낌은 강 건너
가 아닌 이웃집 소식으로 들려오는 것은.
무엇보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은 혁명가 3인의 자서전이다.
버마의 닥터 나잉 옹, 동티모르의 사나나 구스마오, 팔레스타인의 야신.
역사책에 묻힌 혁명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의 혁명.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이들이 움직일 모습에 가슴 뜨겁게 다가오는 현장감.
역사의 비정함일까? 동티모르의 사나나 구스마오는 그리고 간절히 꿈꾸던 독립을 이루고도 결코
휼륭하다 할 수 없을 대통령의 모습으로 현대에 서있다.
2006년 발발한 동티모르 내전. 더 정확히는 발발이라기 보다 천연자원을 둘러싼 권력 다툼과
치안부재의 상태.
안타깝게도 사나나 구스마오도 역사의 반전을 몰고왔던 독립운동가들과 마찬가지로
정부 수립 뒤 혼란스런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나간 것이 역사일까? 역사는 지금 우리와 함께 숨쉬고 있다. 과거의 죄라 치부했던 독립 운동가들의
변질. 그러나 그 과거는 지금 현재에 있고, 누군가는 또 혁명을 하며 또 누군가는 살아간다.
우리는 단 한번이라도 아시아인 적이 있었던가.
그 나아감에서 우리는 어떤 아시아를 꿈꿔야 하는가.
이 곳에, 이 아시아에, 『우리가 몰랐던 아시아』에 사람이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삶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