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
사무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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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와 디디에게 기억되지 못하는 일상은 되풀이되며, 그들은 오늘은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삶을 산다. 그 와 중에서 그들에게 가장 확실하고 절대적인 것은 고도이다. 혹은 고도를 기다리는 자기 자신이다. 그들은 계속  고도를 기다린다. 그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언제 오는지도 모르는 채로. 고도라는 이상향은 때때로 그들을 위협하는 자기 존재에 대한 불안을 지워준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위안한다.

고도를 기다리며 나누는 무의미한 그들의 말과 행동들. 그들을 스쳐가는 행인들의 말과 행동들. 그것은 자체로도 웃음의 요소를 갖고있지만, 그 안에는 분명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불안과 공허가 담겨있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으면서도, 연극을 보면서도 결코 마음이 편안할 수 없었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인간이기에 느낄 수 있는 공포였기에. 살면서 자기에게 불안을 느끼지 않는, 확신을 가지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언젠가 고도를 만나겠지.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우리는 고도를 기다리고 있잖아.

아직도 어느 시골 길의 나무 밑에선 고고와 디디가 고도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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