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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피나와 일곱 개의 별 세라피나 시리즈 4
로버트 비티 지음, 김지연 옮김 / 아르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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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피나 시리즈의 4번째 이야기.

뉴욕타임스, 아마존, 반스앤노블에서 베스트셀러였다면 우리나라에서도 꽤 인기가 있었을 텐데

해리포터 시리즈 이후에,  

해리포터 시리즈도 너무 재미나게 읽다가 어느새 멀리한 채 완결되었지만,  

판타지 소설을  찾아 읽지 않아서 그런가 4번째 이야기가 나오고서야 이 시리즈를 알게 되었다.

 

첫 번째, 세라피나와 검은 망토

두 번째, 세라피나와 뒤틀린 지팡이

세 번째, 세라피나와 조각난 심장

네 번째, 세라피나와 일곱 개의 별

 

책의 제목에서 보듯이 해리포터처럼 이 시리즈도 어린 소녀인 세라피나가 중심이 되어 빌트모어라는 특별한 장소에서 벌이는 모험과  성장 그리고 서로에 대한 믿음, 서로를 위한 희생 같은 인간이 지닌 가치 등에 관한 이야기라 폭넓은 연령대에서 가볍게 접할 수 있고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적절히 섞어가며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여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지 않았나 싶다.

 

작가는 비교되길 전혀 원하지 않았겠지만 

어쩌다 보니 비슷한 느낌의  해리포터와 이런저런 비교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해리포터 시리즈보다 복잡하지 않은 인물들의 구성에 좀 더  이야기를 따라가기 쉬웠고

마법의 세계보다는 인간과 동물, 넓게는 인간과 자연의 세계를 중점으로 펼쳐진 부분이 더 좋았다.

그렇게 오랜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고 판타지 소설답게 머릿속으로 많은 그림을 그리며 읽었다.

 

시리즈가 있다면 응당 첫 편부터 봐야 하는 나는 네 번째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잘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만일 내가 읽지 못한 시리즈 안에 이 책의 결말을 이해하게 될 중요한 단서가 있다면...??? 이라고 말이다.

물론 이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가 흘러가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간략하게 적힌 등장인물의 소개부터 꼼꼼하게 읽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책부터 읽었어도 아무런 부족함 없이 재미를 느꼈다.

세라피나와 브레이든이 중심이 되어 

아마도 처음 그들이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어 어떤 적이든 물리치며 빌트모어를 지켜내왔고

시리즈를 거치며 강력한 적과 맞서 싸우는 동안 그 둘의 사이는 더욱 단단해졌을 것이고

이번에도 함께 빌트모어를 지킬 것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그 둘이 어떤 적을 만나게 되어 어떻게 싸우는지만 잘 지켜보면 되었다.

 

새로이 등장한 빌트모어의 손님들, 사냥꾼들과 그들 무리와 함께 온 비범한 소녀 제스의 선택.

사람들의 처참한 죽음과 그 안에서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는 세라피나.

도저히 알 수 없는 적의 정체.

뉴욕으로 떠나야 했던 브레이든과 다시 돌아온 브레이든.

 

"아무리 두려워도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최선을 다해서 할 일을 해야만 했다.

선량하고 죄 없는 사람들을 지켜야만 했다."

>>> page 209 중

 

세라피나가 빌트모어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계속해서 달리고 발톱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간다.

넘어지고 떨어지고 구르고 물어뜯기고 총알이 스치고 하는 동안에도 말이다.

결국 모든 적을 쓰러뜨릴 때까지.

 

그런 세라피나 옆에 브레이든이 있고 

아빠가 있고 밴더빌트 사람들이 있고 제스가 있다. 작은 고양이들이 있고 아름다운 저택이 숲이 있다.

그 숲에 동생들도 있다. 새로 태어난 아기도 빌트모어에 있다.

모두 세라피나가 지켜야 할 것들이다.

 

이야기의 흐름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일곱 개의 별이 제목이니까 적이 일곱인가 하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나의 추측과는 전혀 상관없이

어느 밤 일곱 개의 별이 만들어 낸 환상.

현실 세계와 마법 세계의 만남이 벌이는 무시무시한 전투에서의 그들이다.

 

 

책을 읽으며 몇 가지 놀라운 사실이 있었는데

세라피나가 강인한 흑표범으로 자유자재로 변신할 수 있다는 점과 

그 사실을 브레이든만 알고 있다는 점

세라피나의 동생들은 인간으로 변신할 수 없는 퓨마일 뿐이어서 

인간 세라피나와 소통할 수 없는 점

그런 세라피나가 빌트모어의 수호자이자 열세 살 소녀라는 점이다.

책 표지에 흑표범도 넣어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책에서 아름답게 묘사하는 빌트모어 대저택이 

도무지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인 전용 계단이라든가, 나선형 구조로 저택의 모든 층을 관통하는 대층계, 대연회장, 루이 16세 방, 저택 외관을 장식하는 석상들 등등

아무리 애를 써도 대체 이 저택의 크기와 구조가 어떠한지 알 수가 없다.

서양식 저택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탓에 

저택 안의 커다란 도서관이라든지 복도에 놓인 동상, 벽난로 등은 어렴풋이 알겠는데

세라피나가 급박하게 도망치고 몰래 저택으로 숨어들고 하는 동안에

내 상상 속에서 세라피나와 함께 달리던 나는 끝까지 함께 가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다.

그림이 한 페이지쯤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최대한 상상력을 끌어모아 세라피나와 함께 전투를 치르고 나니

소년 소녀와 흑표범의 영혼이 깃들어서 그런지 동화 같은 판타지 소설이라는 느낌이 든다.

상상력을 자극하지만 처참함 죽음의 묘사도 불편하지 않고 

단순히 선과 악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맞서는 것이 그랬다.

 

아직 영화화되지 않은 것 같던데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 꼭 보고 싶다.

물론 1-3편도 어서 읽어봐야겠다.  시리즈는 완성해야 하니까.

 

***     어제 새벽부터 시작된 혼란 속에서 리뷰를 마쳤는데

         쓰다보니 세라피나의 불안과 혼란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이 세라피나의 온몸을 휘감는다.

         그리고 빌트모어에서는 언제나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되었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자기 자신조차도!

         >>> 표지 뒷면 중

     

         전 세계가 혼란 속에 있어서 나도 덩달아 그 기운을 받는 건지  

         요즘 무언가 뒤죽박죽인 것 같다. 

         어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텐데.

     

         마음이 조금 진정되고 머리가 맑아지자 아빠가 해 준 말이 떠올랐다. 

         '유일한 탈출구는 정면 돌파뿐이다'

         >>> page 207





※ 위의 글은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해당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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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구하기 - 삶을 마냥 흘려보내고 있는 무기력한 방관주의자를 위한 개입의 기술
개리 비숍 지음, 이지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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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벤트가 진행될 때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를 적어야 했었는데

서평 이벤트가 진행될 때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를 적어야 했었는데

읽고 싶은 이유가 너무나도 명확했기 때문에 내 마음을 그대로 적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내가 적었던 말은,

[ 올해 다이어리를 써보기로 마음먹고 첫 장에 "헛짓거리 그만하기"라고 썼는데요. 읽어야 할 책인데 읽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하지만 누가 내 얘기 하나 싶은 책 소개에 저도 모르게 신청하고 있는 중입니다. ] 였다.였다. 


아마 이 책의 표지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면 나는 결코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삶을 마냥 흘려보내고 있는 무기력한 방관주의자를 위한 개입의 기술

헛짓거리는 이제 그만

당신이 문제다. 그리고 당신이 답이다


나의 인생은 늘 헛짓거리들로 가득해서 '시트콤 같다. 만화 같다.' 라는 말을 자주 듣곤 했다.

좋게 말해서 재밌겠다. 이겠지만 결국은 우습고 어처구니없는 고달픈 일들의 연속인 것이다.

물론 그 모든 헛짓거리들은 내가 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강요한 적도 없었으며 그래선 안된다고 충고도 해주었으나 나는 그 길을 걸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계발서나 명상이 있는 책들은 피해 다녔다.

이미 오랜 세월이 지나버려 나는 변할 수가 없고 점점 나빠질 일만 남았을 텐데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거나 긍정적이기만 하면 모든 게 잘 될 거라는 등의 이야기는

'아 그런 말은 나도 할 수 있겠네' 라는 생각만 들게 할 것 같았다.


[내 인생 구하기] 라는 책 제목만을 봤을 때는

대체 누가 뭘 어떻게 해서 날 구해줄 수 있겠어. 말뿐이지. 역시 자기 계발서란...라는 생각이었는데

헛짓거리는 이제 그만. 이라니요.

혹시 날 알고 있나요? 그만두고자 하면 그만 둘 수 있는 건가요..?


강렬한 표지 문구에 나도 모르게 반성하는 마음가짐으로 책을 펼쳤다.

아마도 내가 가장 외면하고 싶은 나의 진실을 말해주지 않을까.

그리고 그 진실을 마주하면 당장이라도 나는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과거의 너를 버리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살아라. 이다.


과거-현재-미래를 직선으로 보지 말고

과거는 이미 지난 것이니 더 이상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현재가 과거의 결과일 뿐이라며 쉽게 좌절하지 말고

현재의 내가 모습을 보며 미래의 나 역시 그러리라고 가둬버리지 말라는 것이다.

과거-현재-미래를 한 묶음으로 놓고 계속되는 자기변명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라.

당신이 정말로 커리어를 발전시키고 싶다면,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하찮은 문제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을까?

>>> page 51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수많은 이유들과

그 이유들이 만들어지게 된 데에 과거의 내가 어떠했는지에 대한 변명이 곧 자기 방해다.

자기 방해의 늪에 빠지게 되면 과거의 나를 돌아보는 것에 급급하고 삶의 목표는 막연해져서

열심히 노력한다고 착각할 수는 있겠지만 아무것도 이루어내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면 이런 헛짓거리의 굴레 때문에 힘만 빠지고 결국 기진맥진해져서

미래의 나를 그리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나는 루저야. 이럴 줄 알았어. 또 시작이네.

난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 왜 난 아무것도 똑바로 할 수가 없는 거야?'

>>> page 111


그러고 나면 다시 과거-현재-미래는 전과 같이 굴러간다.

그게 해고든, 이혼이든, 때로는 삶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실수라도

왜 그렇게 되었는가를 놓고 머리를 싸매다가

슬금슬금 현실과 적당히 타협해서 별 볼일 없는 그 자리에 뭉개고 앉아있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그러한 우리들은 자산에게 그러하듯이 타인에게도 심지어 가족에게도

'이럴거야' 라는 결론을 내려놓고는 변화시키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타인은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 더더군다나 우리의 과거에는.

그러니 이제 그 모든 굴레는 집어던지고 방향을 전환하라.


자신의 발 사이즈를 인정하듯이 이미 지나버린 일들은 사실 그대로 인정해버려라.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 무엇이든 지나쳐버리고 내가 그린 미래의 그 무엇을 위해 몰두하는 것

그것이 바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다.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변화하기 위해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고

간단히 요약하자면 아래의 문장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본다.


미켈란젤로는 대리석을 깎아 조각상을 만든 것이 아니라

대리석 덩어리에서 '다비드'가 아닌 것을 모조리 제거하는 방법으로 조각상을 완성했다고 한다.

미켈란젤로의 머릿속에서 다비드는 이미 완성되어 있었고

한 조각, 한 조각 드러나기만을 기다리며 작업했던 것이다.

그는 그 열정에 자기 생의 2년을 온전히 투자했다.

현재로부터 미래를 드러내면서 말이다.

>>> page 191



저자가 휘두르는 회초리는 쓰라렸다.

무기력한 나의 마음, 헛짓거리들로 얼룩진 나의 과거를 꽤 정확하게 짚었다.

그래. 과거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곳에 발이 묶이지 않도록 해야겠다.

타인에 대해 그 어떤 결론을 내리고 비난하기보다는 나 자신에 집중해야겠다.


한데 이제 막 방향을 전환하려고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아마도 저자는 헛짓거리에 익숙한 나를 너무 과대평가한 것 같다.

명확하게 보이는 과거는 언제고 들춰보기 쉽다.

그러나 미래는 해가 뜨기 전의 어둠 속과 같아서

더듬더듬거려보아도 내 앞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모든 것을 시도해보라고 했지만

너무나도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서 쉽지 않다.

과거를 털어내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다.


나는 뇌과학자가 되어보고 싶지만 그것은 간절히 꿈꾸는 미래가 아닐뿐더러

시도해볼 수는 있지만 그러기엔 얻는 미래보다 잃는 미래가 더 많을 수도 있다.


강연 영상을 글로 본 것 같은 책이었다.

무엇을 말하려는지도 이해했다.

간절한 꿈이 있고 그 꿈을 이루려다가 현실에 발이 묶인 사람이라면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나처럼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란 격으로

과거에서 구해주었으니 이제 미래를 내놓으라고 하는 사람이 읽고 있을 줄은

저자도 몰랐겠지.


이래서 바로 인생은 아이러니.




※ 위의 글은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해당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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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길을 잃는 이상한 여자 - 상상할 수 없는 독특한 뇌를 가진 사람들
헬렌 톰슨 지음, 김보은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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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할 수 없는 독특한 뇌를 가진 사람들"  에 대하여.

 

어렸을 때부터 나는 '세계의 놀라운 이야기' 시리즈 같은 책을 좋아했었다.

손끝에서 불을 지필 수 있는 사람이나 벌에 뒤덮여 살고 있는 사람,

자면서 미래를 예언한다는 사람, 전생을 기억한다는 사람, 

시간 여행을 했다고 주장하던 사람, 심령사진을 찍었다는 사람 등등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

실망스럽게도 어른이 되고 나서 깨닫게 된 것은

그 당시 읽었던 여러 권의 책 내용이란 대부분 책을 쓰기 위해 지어냈거나 사기꾼에게 속은 것이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여전히 어딘가에서 특별한 사람들이 살고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은 버리지 않았다.

그 특별함이 생기는 데에 왜? 어떻게? 라는 것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세상에는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있고 

종교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우리들 자신이 무엇인지 완전히 정의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나 또한 가끔 '이 장면을 꿈에서 본 것 같은데...' 라거나 '여자의 직감' 같은 미묘한 느낌.

유독 사람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고 연예인들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

늘 사용하던 단어가 생전 처음 보는 단어처럼 느껴져서 몇 번이고 되뇌어 보는 것과 같이 

그냥 지나쳐버리는 사소하고도 사소한 이상한 순간들이 있는데 

나보다 조금 더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 해도 전혀 놀랄 것이 없지 않을까.

 

그래서 실제로 존재하는 이상한 사람들, 정확하게는 이상한 뇌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반가웠다.

누군가가 그랬다더라 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뇌과학과 임상심리학'으로 설명되는  이야기라니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직 연구 중이라고 할지라도 알지 못할 뿐이지 없던 일은 아닌 것이다.

 

물론 그들에게는 큰 고통일 수 있는 현상에 단지 흥미로 다가설 일은 아니다.

뇌의 수수께끼와 그들의 증상에 대한 나의 호기심은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고 

저자의 말처럼 인간의 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고 싶다면 

독특하고 놀라운 뇌에 대해서도 함께 알아야만 하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어 반가울 뿐이다.

 

헬렌 톰슨은,

독특한 뇌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삶을 관찰하다가

우리 모두의 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전체적으로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며

뇌에 관한 연구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했던 어느 과학자의 말을 떠올랐다.

곧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거라는 우려나 우주 정복의 시대가 열린다는 희망찬 미래를 그리는 중에도

정작 우리는 우리가 가진 뇌 하나도 완전히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헬렌 톰슨이 만난 9명의 독특한 뇌를 가진 사람들은

어느 미래에는 더 이상 독특하지 않을 수도 있다. 

치료제가 개발되거나 간단한 수술만으로도 일반적인 사람들처럼 뇌가 작동할 수도 있다.

아니 어쩌면 우리들이 그들처럼 작동하는 뇌를 가지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안타깝게도 과연 사실일까 싶을 정도로 기이한 일이 그들에게 일어나고 있었다.

 

- 암기력과는 별개로 자신의 모든 순간은 기억하는 사람 : 기억의 본질

- 집안에서조차 길을 잃어버리는 사람 : 방향 감각과 심적 지도 

- 사람에게서 특정 숫자나 여러 색이 보이는 색맹인 사람 : 공감각과 파검/흰금 드레스

- 뇌 수술 후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사람 : 인격

- 끊임없이 들려오는 소리에 시달리는 청각을 잃은 사람 : 환각

- 자신이 호랑이로 변했다고 믿는 사람 : 동물화 망상증과 제노멜리아라는 질병

- 자신으로부터 분리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사람 : 이인성 장애와 뭉크의 절규

-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사람 : 코타르 증후군 (걷는 시체 증후군)

- 타인의 촉감과 느낌을 그대로 느끼는 사람 : 거울 촉각 공감각

 

이렇게만 보아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책을 읽어보아도 그들의 상태를 그대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들이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데도 나는 전혀 느껴보지 못한 증상이기 때문에

아무리 자세히 설명을 해주어도 내 머릿속에서는 쉽게 그려지지가 않는다.

 

나는 어려울 것 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기억하고

고통스러운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고 좋은 기억이 그 자리를 메우기도 한다.

타인의 슬픔에 함께 눈물 흘릴 수는 있지만 누군가가 손을 베었다고 해서 내 손이 아프지는 않다.

내가 나인 것을 낯설게 느껴본 적이 없으며 먹고 자고 듣고 냄새를 맡는 등의 일상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모든 것들이 자라면서 당연하게 나에게 장착되는 것이었고 모두가 그럴 거라 생각했다.

그러니 9명의 주인공들이 남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겪었을 혼란과 고통의 크기를 가늠할 수가 없다.

모두가 불행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미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내어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해 많은 힘을 쏟고 있음에는 틀림이 없었다.

 

저자 또한 그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을 테지만 

그들을 찾아가서 현재의 삶을 보고 과거를 듣고 증상과 변화에 대해 귀를 기울이며 

그들과 함께 했던 연구팀 또는 의료팀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그들과 비슷한 증상이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먼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기록들을 더해 다양한 각도로 풀어간다.

 

뇌 사진의 촬영에서 무엇이 우리와 다른지 그리고 어느 부분이 손상되었는지

해부학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면 그들이 변화하게 된 계기가 어디에 있는지를 놓고 

해마, 뉴런, 시냅스, 대뇌와 소뇌, 상뇌와 하뇌, 우뇌와 좌뇌,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상두정소엽,

후각뇌피질, 격자세포, 위치세포, 거울 뉴런 등등등등등 

뇌의 구조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증상에 대한 이해를 도우려 한다.

 

여러 가설을 포함한 설명들로 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서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고 

실로 어려운 이야기지만 큰 부담이 없이 다가설 수 있다.

결국에는 뇌의 세세한 구조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고

자극과 그에 대한 정보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촘촘하게 이어질 때 정상적인 뇌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 말이다.

연결 고리가 손상되거나 어느 한 부분이 없어도 살아갈 수는 있지만

독특하고 이상한 뇌를 가진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이와 같이 이상한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고

많은 학자들이 해부학적으로든 심리학적으로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연구하고 있을 것이다.

뇌의 아주 작은 부분이 손상되어 그런 문제가 일어난 줄도 모르고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하다가 삶을 포기해버렸을지도 모를 사람들이 좀 더 많은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

 

물론 독특하다는 이유로 마녀사냥을 당하거나 전두엽 절제술을 당할 일이 없어진 것만으로도 많은 발전을 했지만.

 

아쉽다.

내가 이 책을 15년 전에 읽을 수 있었다면 나는 기꺼이 뇌과학자가 되기로 했을 것이다.





※ 위의 글은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해당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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