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와 거지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19
마크 트웨인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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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과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는데 도무지 한 사람이 떠오르질 않았다. 모두가 알고 있던 그 내용의 작가.
'왕자와 거지가 서로 바뀐 거! 그 책 말이야.' 라며 서로 기억나는 내용을 말하기 바빴지만 정작 작가의 이름이 생각나질 않았는데.
'미국 현대문학의 아버지' 마크 트웨인! [왕자와 거지],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을 쓴 작가. 이름부터 너무나도 미국스럽다(?)고 생각했는데 필명이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다. 사진을 보니 본명보다 필명이 훨씬 잘 어울리는 묘한 느낌.

그의 대표작들이 제목부터 아동소설의 느낌이 강해서인지 성인이 된 이후에는 일부러 찾아 읽어보지 않았는데 이 책만큼은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왕자와 거지]

책을 받고는 줄거리는 이미 알고 있으니 재미없을지도 모르고 혹시 너무 동화의 느낌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크나큰 오산이었다. [왕자와 거지]를 어쩌면 어딘가에서 내용을 주워듣기만 했을 뿐 책으로는 한 번도 읽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왕자와 거지가 서로 뒤바뀐다는 것 하나를 빼고는 그 어느 것도 익숙하지가 않다. 아동소설이라는 느낌도 없고 단순한 줄거리인 줄 알았는데 장면 하나하나가 섬세하고 작은 사건들의 연속이라 읽는 재미가 있다.

만일 영어가 모국어라 원서를 읽었다면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번역본임에도 불구하고 문체가 맛깔스럽다.
어떤 식으로든 - 남/여, 부잣집아기/가난한집아기, 오해, 약물, 판타지 등등 - 두 사람의 인생이 서로 바뀌는 소재는 너무 많이 나와서 식상할 법도 한데 결말을 알고도 여전히 다음 장이 궁금하다. 고전의 힘이란!

마크 트웨인이 이 소설을 그의 자녀들에게 헌정한다고 했고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려고 했다는데 어른들이야말로 이 책을 읽고 진정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을 바짝 차리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자신이 가진 것의 소중함은 잃어버리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는 것.
타인의 것이 아무리 좋고 빛나도 훔쳐서 가질 수는 없다는 것.
내가 아닌 그 무엇을 좇아 흉내를 내봐야 결국 내 것이 되진 않는다는 것.
무엇보다 올바른 마음과 따뜻한 시선이야말로 우리의 인생을 좋은 방향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물론 [왕자와 거지] 주인공들처럼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을 때라야 통하는 교훈이니 모순이긴 하다.

왕자도 거지도 쉽지 않은 삶이다.
누구나 자신에게 없는 것을 동경한다.
누구도 거지가 되고 싶진 않지만 자유를 원하고
누구나 왕자가 되고 싶어 하지만 무거운 책임과 권력 다툼은 원치 않겠지.

계급과 차별이 없는 세상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살아남아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포기하지 않은 채.

아, 내가 거지 쪽이었다면 왕자가 된 이후에 엄마와 누나들부터 찾으려 하다가 가짜인 게 들통나 바로 끓는 기름에 튀겨졌겠지.
흐음. 이 책의 진짜 교훈은, 자중하라. 뿐일지도 모르겠네.



※ 위의 글은 컬처블룸 도서리뷰단에 선정되어 해당 출판사가 무상으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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