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령들이 잠들지 않는 그곳에서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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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가 있다. 제목과 표지만 보고는 그저 지나쳐버렸는데 우연히 책 소개를 읽고는 '휴우 이 책을 그냥 지나치다니 큰일 날 뻔했네'라고 생각할 때 말이다.

그렇게 극적으로 만난 [심령들이 잠들지 않는 그곳에서]

제목을 봤을 때는 영화 '신과 함께' 같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내용이거나 최근에 본 드라마 '미씽: 그들이 있었다'처럼 죽은 자들이 모여있는 어느 곳의 이야기가 아닐까 했었다.
표지의 세 여성의 눈빛이 묘하게 텅 비어있고 무서워서 틀림없이 죽은 자들의 이야기일 거라고 멋대로 추측했었다.

한데 책 소개를 보고는 내 예상이 완전히 어긋났음을 깨닫는 순간 벌써 이 책의 흥미진진함이 시작된다.
추리 소설이라면 반전의 반전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이미 첫 장을 펴보기도 전에 반전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첫 장을 펴면 목차나 작가의 말 같은 것은 없고 - 감사의 말은 책의 맨 뒷장에 나온다. -
『이 소설을 쓰는 내내 나와 함께했던 모든 심령에게』 라는 문구만 나온다.
혹시 이 책은 작가가 실제로 만난 심령들에 관한 소설일까 하고 다음 장을 넘기면 
『마술의 길』  구스타브 마턴 - 이 마술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영화 '프레스티지'같은 마술사들의 대결 이야기인가? 

주인공은 '거리의 마술사 제니'.  그녀가 유명 탐정회사 수장을 만나서 탐정 요원이 되어 심령술사들을 파헤친다.
하여 탐정회사의 지침서가 등장하고 심령술사들에 관한 설명서 또한 존재한다.
마술사   심령   심령술사   탐정회사 - 이 조합을 누가 상상이나 해봤을까.
작가는 마술사와 심령술사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이용해서 긴장감을 불어넣고 그들 사이의 묘한 닮음을 적절히 사용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게다가 그 사이에 탐정회사라는 장치를 넣어서 추리소설 특유의 궁금증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그러니 추리 소설을 좋아해서 이 책을 추리 소설로 분류하고 싶은 나의 바람과는 별개로
이 책의 소개처럼 [제니의 위험천만한 대모험!]으로 분류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책의 구성은,
주인공 제니가 겪게 되는 일들 속에서 그녀의 아버지가 남겨 주신 『마술의 길』 책 1권과    『완벽한 요원을 위한 핑커턴 지침서』 가 토막토막 소개되며 길잡이처럼 이야기의 흐름을 잡아준다.  책 소개에서는 '책 속의 책'이라고 불렀는데 이 마술이야기와 탐정회사 지침서를 함께 읽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책은 크기가 작은 편이면서 꽤 두꺼운 편이다.
책을 처음 받아보고는 예상보다 두툼해서 놀랐고 읽는데 시간이 꽤 걸리겠다 싶었는데 잘 읽히는 편이다.
마술사의 실크해트에서 끊임없이 색색의 천이 나오듯이 예상치 못한 내용의 전개만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이다.

마지막에 소개되는 page 607의 이 내용이 아주 좋았다. 심령술사와 탐정회사가 실존했다는 이야기다.
와우. 소설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흥미롭다니.


**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마술사와 심령술사는 닮은 점이 많은 듯하다.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기 전에는, 내가 마술사나 심령술사가 되기 전에는 그것은 현실 같기도 하고 거짓 같기도 하고 속임수 같기도 하고 신비한 어떤 힘인 것도 같다.  그렇게 본다면 탐정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일반인들이 보지 못했던 것을 찾아내서 진실을 파헤치는데 사용하니 마치 심령술사가 범인을 잡는 것처럼 신기하기만 할 따름이다.

** 유독 한국이 사랑하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영향 때문이겠지만 띠지에 쓰인 '또 다른 베르베르의 등장' 이라는 말보다는 마술사, 심령술, 탐정 등 내용을 부각시키는 문구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뒤표지에 있던 '거리의 마술사 제니, 우당탕 기상천외한 수사에 뛰어들다'  처럼.


※ 위의 글은 도서리뷰단에 선정되어 해당 출판사가 무상으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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