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워 보이는 것들의 비밀 우리 미술 이야기 3 - 철학의 나라 : 조선 아름다워 보이는 것들의 비밀 우리 미술 이야기 3
최경원 지음 / 더블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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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500년이 넘도록 왕조가 이어지며 대한민국이 태어나도록 무너져버린 나라. 애증의 역사이자 살아 숨 쉬는 현재이다.


현대와 가장 가까운 역사이니만큼 자료가 풍부하고 긴 역사였던 만큼 이야깃거리도 넘친다. 조선왕조 500년이란 MBC 드라마로 8년 동안 방영하고도 부족했을 정도이다. 장희빈,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등 조선시대 인물들로 각종 사극이 방영되었고 조선을 분석하여 발간된 책은 어마어마한 양일 것이다. 영화의 소재나 배경의 단골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럼 이제 우리는 조선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군가 자신 있게 '충분히 알고 있다'라고 말한다면 묻고 싶다. 조선의 미술은 알고 있는가.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꼭 한 번은 읽어보아야 할 책


[아름다워 보이는 것들의 비밀 우리 미술 이야기 3]



이 책의 제목을 보면 3이라고 쓰여있다.

조선의 미술이 1,2,3으로 구성되어 있는 줄 알고 내용이 궁금하기도 하고 혹시 앞부분을 놓친 게 아닐까 걱정하며 찾아보니 역사의 흐름별로 나누어져 있다.


1권이 미완의 시작 - 선사, 삼국, 통일신라

2권이 영원한 현재 - 고려

3권이 철학의 나라 - 조선




책의 첫인상은 '예쁘고 두껍다'이다.

책을 다 읽고도 깨끗하게 소장해두고 싶은 예쁜 표지를 가지고 있다.

아마 서점에서 이 책을 봤다면 '읽어볼까..?'라는 호기심이 생길만하다.


하지만 아마 책을 들어보고는 멈칫할 수도 있다.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사진들이 곳곳에 들어 있어 책의 무게가 상당하다.

출퇴근 시간에 읽기에는 약간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장 수(480쪽)이지만 쉽게 잘 읽힌다.

가끔 역사에 관한 책을 읽을 때면 너무 딱딱한 문체거나 너무 어린이 만화 같은 구성일 때가 있는데 이 책은 읽기에 딱 좋을 정도의 친근함이 있다. 마치 잘 만들어진 다큐를 글로 보는 듯한 느낌이다.



차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각각의 장에 담긴 저자의 조선시대 미술에 대한 애정과 지식이 상당하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저자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었는데 궁금해져서 이력 부분을 읽어보았다.

의외로 공업디자인을 전공했는데 미술과 당시의 시대상에 관한 연결이 매끄럽다.

친근하면서도 전문적이고 어렵지 않지만 새로운 시각.



조선시대 그림이나 미술품이라고 하면 고작해야 김홍도, 신윤복, 백자 정도가 떠오를 뿐이었는데

책의 첫 장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분청사기'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조선시대 성리학 이념으로 풀이해 놓아서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게 되었고 글을 따라가다 보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되는 기쁨과 함께 조선의 미술에 무관심하거나 폄하했던 시각을 완전히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32장 자연을 초대한 인공물 지게> 를 보자.

지게라고 하면 일본에 의해 왜곡되었다는 '고려장'에 대한 이야기만 떠오를 뿐이었다. 부정적인 이미지와 더불어 농사를 짓기 위한 민속 도구이자 짊어지는 만큼의 무게가 어깨와 삶을 함께 누르는 느낌의 고난의 도구. 투박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 조선시대 미술에 관한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인다.

한데 이 책에서는 전혀 다른 설명을 해준다.


...도구로서의 기능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자연 본래의 속성이 최대한 유지되도록 만든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입니다. 쓰임새와 자연성이 모두 성취되는 그 선을 정확하게 찾아내야 하니, ...

>>> page 445 중에서


책을 읽으며 지게의 사진을 다시 보니 나무의 속성 그대로이면서 튼튼하고 효율적인 도구로 보인다.

자연 친화적이고 군더더기가 없는 만듦새이다.


소박한 아름다움도 충분히 멋지지만

조선왕조 500년을 소박함 하나로만 치부하는 것은 분명 편협한 시각이고 좁은 식견이다.

책 한 권을 읽을 덕분에 조선시대를 새로이 바라보게 되었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단순히 조선시대의 미술이 우리의 생각보다는 멋지더라. 라는 '국뽕'의 영역을 벗어난 책이다.


프롤로그의 한 줄이 이 책의 전하고자 하는 진심이다.


조선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과거를 밝히는 일만이 아니라 미래를 만드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 책을 읽기 전에 [우물 밖의 개구리가 보는 한국史] 읽어서 그런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었다. 우연히도 아주 좋은 흐름의 책 읽기가 되어 기쁘다.


** 책이 두꺼웠지만 재미있었기에 출퇴근 대중교통에서도 틈틈이 읽었다. 체력도 조금 늘지 않았을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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