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그림이나 미술품이라고 하면 고작해야 김홍도, 신윤복, 백자 정도가 떠오를 뿐이었는데
책의 첫 장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분청사기'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조선시대 성리학 이념으로 풀이해 놓아서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게 되었고 글을 따라가다 보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되는 기쁨과 함께 조선의 미술에 무관심하거나 폄하했던 시각을 완전히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32장 자연을 초대한 인공물 지게> 를 보자.
지게라고 하면 일본에 의해 왜곡되었다는 '고려장'에 대한 이야기만 떠오를 뿐이었다. 부정적인 이미지와 더불어 농사를 짓기 위한 민속 도구이자 짊어지는 만큼의 무게가 어깨와 삶을 함께 누르는 느낌의 고난의 도구. 투박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 조선시대 미술에 관한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인다.
한데 이 책에서는 전혀 다른 설명을 해준다.
...도구로서의 기능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자연 본래의 속성이 최대한 유지되도록 만든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입니다. 쓰임새와 자연성이 모두 성취되는 그 선을 정확하게 찾아내야 하니, ...
>>> page 445 중에서
책을 읽으며 지게의 사진을 다시 보니 나무의 속성 그대로이면서 튼튼하고 효율적인 도구로 보인다.
자연 친화적이고 군더더기가 없는 만듦새이다.
소박한 아름다움도 충분히 멋지지만
조선왕조 500년을 소박함 하나로만 치부하는 것은 분명 편협한 시각이고 좁은 식견이다.
책 한 권을 읽을 덕분에 조선시대를 새로이 바라보게 되었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단순히 조선시대의 미술이 우리의 생각보다는 멋지더라. 라는 '국뽕'의 영역을 벗어난 책이다.
프롤로그의 한 줄이 이 책의 전하고자 하는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