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맥베스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2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공민희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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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 영국의 세계적인 희극작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작가 그리고 4대 비극 등등

영국과는 멀고 먼 한국에서도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모르는 성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거리는 최근까지도 한국 드라마의 소재로 사용되어 원수의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이런저런 상황에 엮이게 되어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 내용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유명하다는 말조차 입이 아플 정도이다.

 

한데 4대 비극은 좀 다르다. 각 작품의 제목과 4대 비극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 봤어도 4대 비극이 어떤 작품을 말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유명한 작품들이니 언젠가 연극으로 볼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 싶었는데 책으로 먼저 접하게 될 줄이야.


4대 비극 중 가장 먼저 읽게 된 [맥베스]


 

뒤표지를 보니 4대 비극 중 가장 화려하고 잔인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스코틀랜드와 타국의 전쟁 이후 그 왕위를 놓고 싸우는 이야기 속에서 진행이 되어서 서로 죽고 죽이는 일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반사로 나온다.  권력욕에 눈이 멀어 왕을 죽이고 결국은 파멸에 이르는 맥베스의 이야기가 화려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확실히 글로만 접해도 웅장한 스케일에 잔인한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극작품답게 차례도 제1막에서 제5막으로 이어지고 인물관계도 및 등장인물도 의외로 간단한 편이다.



유명 고전이고 극작품이라 책이 두꺼울 거라 예상했는데 '풀어쓴 현대어판' 버전이라 그런가 읽기에 부담 없는 페이지 수이나


극작품을 글로 읽는 것이 처음이라서 글의 형식이 몹시 어색하긴 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여러 버전으로 영화를 보았기 때문에 책으로 작품을 읽는다고 해도 장면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질 듯한데 [맥베스]는 생소한 내용이고 전쟁까지 벌어지는 스케일이라 바로바로 상상력을 얹어서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는 듯하다.  


'방백' 이나 '노래가 흐른다.' '누군가의 등장과 퇴장' 등이 글로 적혀있는 것을 읽다 보면 예전에 보았던 연극들의 흐름에 대입하여 이러한 모습으로 대사를 하고 있겠구나 라고 상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사를 말하는 사람과 상황을 알려주는 글들을 집중해서 읽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소설책을 읽듯이 대하면 내용의 흐름을 따라잡기에 무리가 있기도 하다. 지하철에서 틈틈이 읽거나 자기 전에 몇 장씩 나누어 읽으려고 하다 보면  내용은 이어지지만 머릿속에 그려놓았던 장면들이 흐트러지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단숨에 읽는 것이 좋겠다. 



 

그렇다면 상상력이 부족하거나 연극을 안 본 사람들, 틈틈이 읽어야 하는 사람들에겐 재미없고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지 않을까 싶겠지만 놀라울 정도로 전혀 그렇지 않다.


영국의 고전문학이고 영국의 역사와 문화를 온전히 알지 못하는 이곳에서 읽고 있는데도 처음 몇 장을 지나 구성에 익숙해지고 나면 책의 흐름에 푹 빠져들게 된다. 특히 이 책의 구성과 방향이 제목에 맞게 잘 되어 있어서 일단 책을 읽기 시작하면 단숨에 읽어 낼 수 있고 중간에 끊어 읽는다고 해도 내용을 상상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풀어쓴' 책의 장점을 한껏 뽐내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입문하기에는 아주 적절한 책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답게 시적인 표현이 많이 나오는데 극적이며 시적인 대사들이 많은 은유를 포함하고 있어서 잔인하다 할 수 있는 장면들에 전혀 거부감이 없게 만들고 작품의 몰입도를 크게 상승시킨다.


맥베스  ... 하, 눈알이 뽑히는 것 같아! 

              위대한 포세이돈의 바다가 내 손에 묻은 피를 씻어줄까? 

              아니, 내 손이 무수히 많은 바다를 핏빛으로 물들여

              오히려 푸른 바다를 붉게 만들 거야.


>>> page 53   제2막  덩컨 왕의 죽음 이후 맥베스의 대사 중에서



아마도 원작 그대로를 번역한 책이었다면 다소 어려울 수도 있을 표현이나 잘 알지 못하는 상황 - 작가가 작품에 녹여낸 영국의 역사와 당시의 시대상 -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을 텐데 현대어판이라 어려운 부분이 거의 없다.


이 책은 제목에 아주 딱 맞는 책이다.

읽기 쉽고,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썼으며, 현대어에 맞추어 일부 변형이 된 [맥베스]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맥베스]를 완전히 이해했다고 말하기에는 어렵겠지만

간략하게 읽은 후 매력적인 내용에 흥미가 생겨서 연극이나 영화 또는 좀 더 어렵더라도 원작에 가까운 번역본을 찾아서 읽게 될 것 같다.  책을 읽고 나서 관련 영화를 찾아 나선 나처럼 말이다. 


4대 비극의 시작을 이 책으로 하게 되어 다행이다. 

이제야 말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 햄릿, 리어왕, 오셀로, 맥베스


** 방백 : 일반 연극에서, 등장인물이 말을 하지만 무대 위의 다른 인물에게는 들리지 않고 관객만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약속되어 있는 대사.


** 시카고 플랜이란?  이름 없는 사립대학에 불과했던 시카고 대학을 명문 학교의 반열에 오르게 한 ‘시카고 플랜(Chicago Plan)’.


1929년 시카고 대학 제5대 총장으로 취임한 로버트 호킨스(Robert Maynard Hutchins)가 추진한 ‘시카고 플랜’은 그가 잘 알고 있던 ‘존 스튜어트 밀’식의 독서법을 따른 것으로 ‘철학 고전을 비롯한 세계의 위대한 고전 100권을 달달 외울 정도로 읽지 않은 학생은 졸업을 시키지 않는다’라는 고전 철학 독서교육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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