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진달래꽃 (1925년 애문사) - 1925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김소월 지음 / 더스토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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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어느 작은 회사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퇴사를 결심하고 사직서를 내며 앞으로 직장인이 아닌 시인으로 살 거라고 했었다.

그때 사장님께서는 몹시 당황해하시며 전혀 이해를 못 하셨지만 결국엔 "그래.. 자네에게 어울릴 것도 같군."이라고 말씀하셨다.


왜 하필 시인이 된다고 했을까. 그냥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겠다거나 몸이 아프다거나 집에 일이 생겼다고 해도 됐을 텐데 말이다.


나의 솔직한 바람은,

정말로 시인이 정말 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김소월'과 같은 시인 말이다. 막연하지만 간절하게.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으로 시작하는 이 시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시를 몰라도, 시를 싫어하거나 비웃는 사람이라도 이 시의 첫 구절은 알 것이라 확신한다.


20년 전쯤 (찾아보니 2003년도) '마야'라는 가수가 [진달래꽃] 이 시를 노래로 불렀었다. 개인적으로는 록 음악으로 불린 '진달래꽃'은 시가 가지고 있는 그 특유의 한이 서린 슬픔과 처절한 안타까움을 담아내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내지르는 그런 슬픔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그 노래를 들은 청소년들이 '진달래꽃'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김소월 시인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을 테니 장점도 있는 건가.


책의 소개처럼 한국인이 사랑하는 대표 시인의 시집.


이 많은 시 중 노래로 만들어진 시가 하나 더 있다. 내가 아는 바로는.

바로 '개여울'이다.


노래로 먼저 알았던 '개여울'이 김소월 시인의 시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가수 심수봉이 부른 노래인데 가사가 너무 아프고 노랫말과 가수의 목소리가 너무 잘 어울려서 참 좋아하는 노래인데 그 가사가 바로 김소월 시인의 작품이었다.


[진달래꽃]에서 '개여울'을 보았을 때 어찌나 반갑던지.


어쩐지!! 라고 생각했다.

어쩐지. 이렇게나 아프도록 처연하지만 결코 질척거리지 않는 그 미묘한 감정의 표현이라니.

요즘 말로 하자면 결코 힙하지 않은 이야기다.

쿨하지 못하고 답답하게 속앓이 하는 이별.

하지만 세상이 아무리 백번천번 변해도 어디에나 그런 이별이 있다. 모두가 헐리웃 스타들처럼 살 수는 없다.

만일 허구를 논한다면, 속앓이 하는 이별보다는 쿨한 이별이 더 가까울 것이다.


그래서 이 시집의 사랑과 이별은 옛날 옛날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순애보 가득한 여인을 연상시킨다. 익숙한 감정에 나도 모르게 동화돼 버린다.

한국인의 정서에 딱 맞는 시를 아주 적절한 우리말을 사용하여 빚어내는 시라니. 금세 마음이 젖어든다.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고등학교 때 수업 시간에서 들었던 해석이 전혀 생각나질 않는다. 그저 시로 다가온다. 나의 마음을 굉장히 흔들어놓는다.


이런 시인에게 이러한 시집이 1권뿐이라니 너무 안타깝다.


책의 마지막에 짧게 김소월 시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진달래꽃] 1권을 남기고 끝내 음독자살로 생을 맞이한 김소월 시인.



이렇게나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시로 남게 된 것을 안다면 슬픔 속에 생을 마감한 이 시인도 조금은 기뻐할까.


잃어버린 조국에 대한 슬픔과 한을 노래했다고 하지만

이 시집을 읽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는 그저 자신의 슬픔을 노래한 것이다.'


나는 [진달래꽃] 같은 시를 쓰는 시인이 되고 싶었다.

그건 진심이었다.



** 책 표지가 아주 마음에 든다! 1925년 초판본 디자인이라 시집과도 잘 어울리고 무엇보다 표지 질감이 천이라 좀 더 '진짜 시집'을 읽는 기분이다.


** 내가 좋아하는 시는 '먼 후일' 이다..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 page 10 '먼 후일' 중에서


** 마야의 '진달래꽃'을 부르던 청소년들 중에는 진달래꽃=노래 가사=마야의 노래 로만 기억해서 국어 시험에서 '진달래꽃을 쓴 시인의 이름은...?에 '마야'라고 적어서 틀리기도 했다나 뭐라나.





※ 위의 글은 도서리뷰단에 선정되어 해당 출판사가 무상으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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