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어 여러 인연들을 만나고 헤어진 후에 읽게 된 '님의 침묵'은 정말 좋았다.
항일, 독립운동, 은유법, 상징, 불교 등의 해석들을 빼고 읽고 나니 담담하지만 애절하고 슬프지만 슬픔만은 아니었다.
그 당시 시인은 조국 위한 시를 지었다고 모두가 말하지만 그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시라고 해도 충분하다.
현대의 누군가가 썼다면 사랑하는 사람에 관한 아름다운 시로 평가받았을 것이다.
스님이자 독립운동가의 시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섬세하다.
그러고 보니 이 시집은 몇 편을 제외하고는 '님'에 대한 시들로 가득하다.
사랑, 이별, 그리움, 기다림 등에 관한 이야기다.
시의 구조도 사랑하는 님에게 보내는 짧은 편지 같다. 사랑 때문에 밤새 잠들지 못하고 써 내려간 일기 같다.
시의 구조를 잘 알지 못하지만 오래전 배운 기억을 끄집어 내보니 아마 이러한 시들이 '산문시'였던 것 같다.
노래하듯 읊을 수 있는 시는 아니지만 시 안의 담긴 마음은 금세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