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제페토 할아버지는 피노키오를 만들지 않았어도 됐었고 만들었다고 해도 평범한 아이들처럼 키우지 않았어도 됐다. 그래도 제페토 할아버지는 마지막까지 피노키오를 포기하지 않았다.
파란 머리 요정님도 제멋대로의 피노키오를 여러 번 용서해 주었다. 피노키오는 요정님이 하지 말라는 것만 하며 단 하나의 약속도 지키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요정이 누군데?"
"우리 엄마요. 모든 선한 엄마들과 비슷해요. 자신의 아이들을 많이 사랑하고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이 아이들이 그들의 경솔함과 나쁜 행동들을 했을 때도 포기하기보다는 모든 불행한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사랑으로 도와주는 엄마 말이죠. ..."
>>> page 222 무서운 상어 배 속으로 삼켜진 피노키오 중에서
피노키오의 말썽들은 주로 제페토 할아버지나 파란 머리 요정님의 말씀을, 그러니까 피노키오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아껴주는 사람들의 말은 듣지 않고 피노키오를 속이려고 하거나 이용하려는 사람들을 말만을 믿는대서 시작된다.
그게 바로 나다. 나였고 나고 나일 거다.
내가 바로 피노키오였다. 피노키오의 진짜 공포는 거짓말로 코가 길어지는 게 아니었다. 피노키오의 모습이 나의 모습이라는 것이 공포다. 나는 아직 진짜 사람이 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어려서, 잘 몰라서, 친구라고 생각해서, 공부는 하기 싫으니까, 지금 놀아도 뭐든 되겠지.
수없이 많은 약속을 어긴다. 진짜 내 사람들은 나를 결코 포기하지 않았지만 항상 잘못을 저지르고 돌아서서 후회하는 나를 포기하는 것은 바로 나였다.
[피노키오]를 읽는 내내 안타까워서 어쩔 줄 몰랐다.
피노키오야 그리로 가면 안 돼. 그들을 믿으면 안 돼. 그 말을 믿으면 안 돼. 좀 더 생각해 봐. 좀 더 노력해봐.
피노키오야 그 약속을 어기면 안 돼. 피노키오야 어서 돌아가.
피노키오는 말썽을 부리고 약속을 어길 때마다 죽을 뻔했었다. 그러나 피노키오를 변하게 한 것은 죽음의 두려움이 아니라 자신에게 실망했지만 그래도 분명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믿은 제페토 할아버지와 파란 머리 요정님이었다.
피노키오는 진심으로 그들을 걱정하며 새사람이 되었다. 그러고는 정말로 사람이 되었다.
동화는 늘 해피엔딩이다.
우리는 동화 속에 살고 있지 않으니까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우리도 돌아가자. 제페토 할아버지에게로. 파란 머리 요정에게로.
피노키오를 읽으면 알게 될 거다. 아무리 울고불고 해도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가 없다. 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당신이 7살이든, 14살이든, 24살이든.. 심지어 56살이든 말이다.
우리 모두가 피노키오처럼 태어나서 피노키오처럼 산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정말 사람이 되어 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벌은, 거짓말로 절대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피노키오의 흥미진진한 모험담은 책으로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함께 반성하자. 당나귀가 되기 전에.
** 2019년 영화 [피노키오]가 올해 3월 18일에 재개봉했었나 보다. 책을 읽었으니 영화를 찾아봐야겠다.
**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이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2001년 [A.I]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울면서 봤던 영화인데 [피노키오]와 연관이 있을 줄이야. 책을 읽고 나서 이 얘기를 들으니 '아...그래서!' 라는 장면들이 있긴 했네.
**내가 알고 있는 동화의 원작들을 나이 들어서 읽게 될 때마다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된다. 이런 기회들을 얻게 된 것에 감사하자.
※ 위의 글은 도서리뷰단에 선정되어 해당 출판사가 무상으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