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스또메르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한현희 옮김 / 뿌쉬낀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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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이사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했던 2월 말쯤이었다.

레프 똘스또이의 중편소설이 '뿌쉬낀하우스'에서 발간되었다는 소식이 마냥 반가워서 책 소개도 읽기 전에 리뷰단 신청을 해버렸다.

이사 갈 집을 알아보러 가는 버스에서, 이삿짐을 싸다가 커피를 마시며, 고민이 많아 잠이 안 오는 어느 새벽.

그런 틈새 시간에 읽어야지 하며 책이 너무 두껍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홀스또메르가 도착했다.

나의 소중한 책이 귀퉁이가 살짝 찌그러진 채로 온 것이 속이 쓰리지만 무사히 도착했으니 됐다. 이사로 주소가 바뀌어서 잘 도착할까 걱정했는데 이삿짐 차량이 새 집에 도착하고 택배 기사님이 오셔서 다른 때보다 더 기뻤다. :)

 

 

책등을 보면 알겠지만 책이 얇다. 오호라. 시집 같은 이 두께.

책 제목이 [홀스또메르] 여도 다른 단편이나 중편을 함께 싣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홀스또메르]만을 위한 책이다.

 

책을 받고 나서야 책 소개를 읽어봤다.

 

- 똘스또이의 중편소설이다.

- 말이 주인공인 작품이다.

- 인간의 탐욕, 인간의 소유욕을 비판한다.

 

얼룩빼기 거세마. 늙다리 말. 그가 '홀스또메르'이다.

 

그렇다. 나는 류베즈그느이 1세와 바바의 아들이다. 족보상 내 이름은 무지끄 1세이다. 족보로 따지면 무지끄 1세이지만 홀스또메르라는 별명이 있다. 러시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보폭이 길고 활달한 걸음걸이 때문에 주변에서 붙여준 이름이다.

>>> page 33-34 중에서

 

홀스또메르라는 별명을 얻었으니 이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해서 의외로 관련 정보가 없었다. 걸음걸이 때문에 붙은 별명이라고 했으니까 그와 관련된 좋은 뜻이겠거니 했었는데 책을 읽다가 알게 되었다. 속이 시----------원.

 

 

젊은 시절 명마였으나 지금은 추레하게 늙은 모습의 홀스또메르. 한쪽 다리를 절고 군데군데 털이 사라졌고 채찍 자국이 얼룩져 있으며 지난날의 끔찍한 상처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모습으로 어느 저택의 마구간에서 말치기 네스떼르의 말로 살아가고 있다.

현재 그의 주인인 저택의 주인도 그를 실제로 타고 다니는 말치기 네스떼르도 심지어 그 마구간의 다른 말들도 홀스또메르를 함부로 대한다. 현재 그가 늙고 추레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젊고 활기 왕성한 젊은 말들, 그들이 낳은 망아지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던 어느 날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첫날밤 시작된 이야기는 다섯째 날 밤까지 이어진다.

어디서 태어나서 어떻게 자랐고 어느 인간의 소유가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좋은 시절도 있었고 빛나던 시절도 있었다.

 

경비병 장교 집에서 나는 내 인생 최고의 시절을 보냈다.

....

"나를 더 채찍질해 줘. 나를 더 몰아 줘."

우리의 호시절, 나는 그래야만 더 행복할 것만 같았다.

>>> page 57-58 중에서

 

이 책에는 분명 인간의 탐욕을 비판하는 내용도 있지만

나는 어쩐지 홀스또메르를 통해서 인간의 이기심과 거만함에 대한 비판, 덧없는 인생의 흐름을 빗대어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홀스또메르를 소유했던 사람들은 그를 자신의 말이라고 불렀지만 소중히 다루지는 않았다.

원하는 만큼 함부로 다루다가 다치고 병들면 내다 팔았다.

홀스또메르가 젊고 활기찼던 시절에는 좋은 곳에 팔려 호시절을 잠시 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들은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이 늙고 병들고 약해지고 또는 추레해진다는 것을 잊고 있다. 자신들이 가진 것. 말, 돈, 저택, 연인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 세상 모든 것이 '늙거나 허물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사라진다는 것'을 말이다. 마치 빛나는 그 시간만이 영원할 것처럼 군다.

나도 그렇다.

 

 

홀스또메르는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슬프고 씁쓸하고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그러나 홀스또메르의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추레하지만 덤덤히 자신의 인생을 받아들였던 그 모습으로 사라진다. 절대로 잡을 수 없는 지나간 호시절도 함께.

 

똘스또이가 쓴 작품이라는 것을 몰랐다 해도 인상 깊게 읽었을 것 같다.

물론 똘스또이가 위대한 작가이니 이런 작품이 나왔겠지만.

 

지명이나 등장인물의 이름이 어려워 헷갈리거나 생소한 지역에 대한 묘사로 상상력을 많이 발휘해야 하거나 역사, 철학, 정치 등의 어려운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 읽기 편하다. 중편소설이라고 쓰여있지만 단편소설의 느낌으로 가볍게 읽되 말들에 대한 자세한 묘사와 홀스또메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결심했던 과거의 나를 칭찬하자.

 

 

** '뿌쉬낀하우스'의 표지 디자인은 늘 내 마음에 쏙 든다. 내가 책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

 

** 이 책에는 똘스또이 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오랜 시간 톨스토이 라고 들어서 그런지 적응이 안 된다.

 

러시아어 고유명사의 표기에 있어 표준 러시아어의 원 발음에 최대한 가깝게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

>>> 일러두기 중에서

 

** 검색은, 홀스또메르가 아니라 홀스토메르 라고 쓰는 것이 좋다... T^T

 

** 이 책의 주된 내용과는 별개로 인간들이 어떤 상황에서든지 동물을 학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위의 글은 도서리뷰단에 선정되어 해당 출판사가 무상으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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