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명마였으나 지금은 추레하게 늙은 모습의 홀스또메르. 한쪽 다리를 절고 군데군데 털이 사라졌고 채찍 자국이 얼룩져 있으며 지난날의 끔찍한 상처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모습으로 어느 저택의 마구간에서 말치기 네스떼르의 말로 살아가고 있다.
현재 그의 주인인 저택의 주인도 그를 실제로 타고 다니는 말치기 네스떼르도 심지어 그 마구간의 다른 말들도 홀스또메르를 함부로 대한다. 현재 그가 늙고 추레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젊고 활기 왕성한 젊은 말들, 그들이 낳은 망아지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던 어느 날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첫날밤 시작된 이야기는 다섯째 날 밤까지 이어진다.
어디서 태어나서 어떻게 자랐고 어느 인간의 소유가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좋은 시절도 있었고 빛나던 시절도 있었다.
경비병 장교 집에서 나는 내 인생 최고의 시절을 보냈다.
....
"나를 더 채찍질해 줘. 나를 더 몰아 줘."
우리의 호시절, 나는 그래야만 더 행복할 것만 같았다.
>>> page 57-58 중에서
이 책에는 분명 인간의 탐욕을 비판하는 내용도 있지만
나는 어쩐지 홀스또메르를 통해서 인간의 이기심과 거만함에 대한 비판, 덧없는 인생의 흐름을 빗대어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홀스또메르를 소유했던 사람들은 그를 자신의 말이라고 불렀지만 소중히 다루지는 않았다.
원하는 만큼 함부로 다루다가 다치고 병들면 내다 팔았다.
홀스또메르가 젊고 활기찼던 시절에는 좋은 곳에 팔려 호시절을 잠시 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들은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이 늙고 병들고 약해지고 또는 추레해진다는 것을 잊고 있다. 자신들이 가진 것. 말, 돈, 저택, 연인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 세상 모든 것이 '늙거나 허물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사라진다는 것'을 말이다. 마치 빛나는 그 시간만이 영원할 것처럼 군다.
나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