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시와 M마을, 세 명의 무사와 그들이 타고 있는 말의 발자국, 말이 달리는 소리와 피리새가 지저귀는 소리, 바닷가의 풍경과 버려진 작은 노천온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 나와 또 다른 나, 빨간 하이힐과 노인 등등 소설을 읽고 나면 저 단어들이 가지는 의미는 굉장하다. 읽을 때는 소설이고 떠올리면 시다.
아주 한정된 장소고 아주 소수의 사람만 있지만 절망적인 주인공의 발버둥과 그 마을이 뒤엉켜 지루할 틈이 없고 조금 무서웠다.
밤에 책을 읽을 때 내 주변 공기에 오싹함을 느꼈는데 책을 읽다가 잠이 들자 제대로 기억나지도 않는 무서운 꿈을 꾸었었다.
나는 주인공을 이해한다. 주인공이 불쌍하지도 않고 위로나 응원을 해주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지만 말이다. 그래서 무서웠나.
두 소설 속의 사람들은 슬프고 비참하며 무서울 정도로 담담하다. 그래도 그렇게 살아간다.
내가 몇 안 되는 일본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기괴하면서 침착하고 건조한 느낌 그대로다.
영화 '링'을 봤을 때의 그 느낌도 살짝 난다.
검색해보면 나오는 그런 자세한 줄거리를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줄거리를 모른 채 읽는 것이 좋을 거다. 간략한 줄거리라도 알게 되면 이야기는 조금 시시해질 테니.
** 이 책은 1986년 출간되었다. 확실히 소설 안에서 몇 십 년 전의 냄새가 난다.
** 노인이 되면 근사한 병풍을 사서 이부자리 옆에 두어야겠다.
** 고독한 인간에게는 늘 사람보다 믿고 의지하던 개의 죽음이 붙어있다. 여건이 된다면 유기견을 키우고 싶다. 나도 고독한 인간이니까 개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는 속셈이다.
※ 위의 글은 도서리뷰단에 선정되어 해당 출판사가 무상으로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