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방법은 그날그날 일어난 일들을 써놓는 것이다. 실상을 명확히 보기 위해서다. 뉘앙스와 작은 사실들을, 그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지라도, 놓치지 말 것. 무엇보다도 그것들을 분류할 것.
>>> page 13 '날짜를 적지 않은 페이지' 중에서
[구토]의 주인공은 앙투안 로캉탱이다. 그가 부빌에서 적은 일기의 내용들이다.
그는 세계 곳곳을 여행하다 롤르봉 후작에 대한 연구를 위해 부빌에 정착했다.
그러나 끝내 롤르봉 후작에 대한 책을 쓰지 못하고 부빌을 떠난다. 일기의 끝은 그가 부빌을 떠나는 것이다.
그의 일기에 쓴 대로 1932년 1월 25일 월요일에 그에게 무언가 일어났다. 그는 그것을 '구토'라고 명명했다.
그동안 그가 보았던 것, 만났던 사람들, 해왔던 일들.. 모든 것들에서 구토를 느꼈다. 자기 자신에게까지 말이다.
아마도 그것은 무언가를 깨달으며 오는 낯섦일까, 아니면 이제까지 의식하지 못한 것들을 갑자기 의식하게 되면서 알게 되는 변화에 대한 공포 같은 걸까.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쪼개서 본다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은 현재인가 미래인가 하는 것들을 생각하다 보면 분명 멀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것들이 구토를 느끼게 하는 것일까?
그의 파란색 면 셔츠는 초콜릿색 벽을 배경으로 유쾌하게 부각된다. 그것 역시 구토를 느끼게 한다. 아니, 바로 그것이 구토다. 구토는 내 안에 있지 않다. 나는 그것을 저기에서, 벽에서, 멜빵에서, 내 주위의 도처에서 느낌다. 그것은 카페와 하나를 이루고, 나는 그 안에 있다.
>>> page 55 일기 중에서
앙투안 로캉탱의 일기일 뿐이고 어려운 말은 없다. 이해할 수 없는 문장도 없다. 한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