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새로운 중앙집권적인 국가의 탄생은 역사적인 변혁의 과정에 있어서 새로운 출발점이지 그때까지 더듬어 온 과정의 종점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독립국들은 그러한 프로 관료 외에 새로운 시대를 개척할 포부를 갖은 현인, 인재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들이 소위 제자백가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 page 9 제43장 분기충천(憤氣沖天) 중에서
자, 우리 모두가 알듯이 진시황이 진나라를 이끌고 천하 통일을 이루게 되기 전의 몇몇 이야기들을 살펴보자.
'개명군주(開明君主) 위문후' 와 '이리', '서문표', '오기'
- 위문후는 예현하사(현인에게 예를 다하고 선비에게 겸손을 표한다) 라는 좌우명을 내걸고 그 본보기로 위나라 수도 안읍에 살고 있던 현인 '단간목'의 집 앞을 지나갈 때에는 반드시 수레 위에서 경례를 했다고 한다. 고대나 현대나 정치는 내면의 사상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SHOW' 가 동반되어야 하는가 보다. 위문후의 경례가 소문이 나서 당대의 일류 인물들이 안읍으로 몰려들었다고 하니 말이다.
성문법전을 정한 시조로 이름을 남긴 '이리' : 『법령』을 공포하여 법치주의에 기초한 부국강병책을 실행하여 위나라를 순식간에 강대국으로 키웠다는데 그에 관한 기록은 별로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저자는 유가의 덕치에 대립되는 법치였기 때문에 은폐된 것이 아닌가 한다. 나 또한 동의한다.
실무 관료로 역사상 가장 우수한 태수(지방장관)으로서 말대까지 후세에 전해진 '서문표' : 분노가 폭발하면 오른쪽 허리에 단 가죽끈을 꼬고 마음이 약해지면 왼쪽 허리에 단 청동 철사를 꽉 쥐면서 부임지 '업(鄴)'을 다스린 태수. 그는 매년 강에 바쳐지는 '하백의 신부' 풍습을 없앤 인물이다. '하백의 신부' 는 예전에 드라마 제목으로 보고는 어느 역사 속의 이야기겠거니 추측은 했었지만 춘추전국시대의 이야기인지는 몰랐었다. 어찌나 업을 잘 다스렸던지 업의 사람들이 감사와 존경과 숭배를 담아 그를 '서문군(西門君)이라 불렀다고 한다.
현재 서울시 시장 선거를 앞두고 있어 그런지 '서문표' 이야기야말로 마치 동화 속 인물 같다.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인물이 바로 '서문표'이다. 너무 늦기 전에 어서 빨리 우리 앞에 나타나주었으면 한다.
『오자병법』 의 병법가 '오기' : 나라를 위해서 아내를 죽였다는 모략선전을 등에 업고도 위문후에게 발탁되어 서하의 태수로 시작하여 많은 전쟁에서 승리를 가져다주며 위나라를 키웠다. 그러나 위문후의 죽음으로 인해 눈물을 흘리며 서하 땅을 떠나 초나라로 망명하여 6년 동안 초나라를 키워갔으나 그를 지지해 주던 초도왕이 사망하며 결국 그도 죽음을 맞이했다. 뛰어난 병법가로 이름을 떨쳤지만 정치판에서 살아남는 것은 다른 문제인가 보다. 대신 마지막까지 그 자신의 병법을 발휘하여 죽음으로 대숙청을 하였으나 과연 대단한 병법가다.
'직하의 학사'를 모은 제위왕과 '맹자'
- 제위왕은 위문후의 방식을 답습하여 직하에 뛰어난 인재들을 모았다. 손자병법의 손자의 자손인 '손빈', 맹자라 부리는 '맹가', 정치사상가 '신도' 등 묵자의 제자들, 노자의 사상을 받드는 사상가들, 유가의 제자들이 모두 모였다. 제위왕은 직하에 뛰어난 사상가들을 모음으로써 제자백가의 황금시대를 열었다. 서로의 평판을 높이며 제위왕에게도 제자백가에게도 서로 윈윈하는 전략이 들어맞았다.
그중 우리에게도 아주 큰 영향을 끼친 '맹자'. 맹모삼천지교로 유명한 맹자이지만 실제 책을 읽어본 적은 없다. 교과서에서 배운 것이 다였다가 2권에서 공자의 취직 운동을 읽고 좀 놀랐었는데 3권에서 마주한 토론광 '맹자'의 일화에도 놀랐다. 말꼬리를 잡는 듯한 화법이나 공격적인 유세에 비해 그 당시 현실과 맞지 않는 정치사상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든지 하는 것들이 역시나 낯설게 느껴진다. 조선왕조 500년 내내 깊게 뿌리를 내려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의 기본 사상이 되는 유가의 가르침이 기대보다는 별 볼일이 없어 보이는 까닭이다. 내가 그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이겠지만 옛것을 따르자며 미래 지향과 가장 동떨어진 것만 같은데 오히려 공자, 맹자의 춘추전국시대가 지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토록 실생활에 침투하다니 놀라운 사상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