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지 1 - 풀어쓰는 중국 역사이야기
박세호 지음, 이수웅 감수 / 작가와비평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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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검색해보면 [BC 8세기에서 BC 3세기에 이르는 중국 고대의 변혁 시대]라고 한다.

기원전 8세기로 다시 검색해보니 유럽은 고대 그리스 시대로 기원전 753년 고대 로마가 세워졌고, 우리나라는 고조선이다. 여전히 청동기 시대이다. 까마득히 먼 과거로부터 시작된 고대 중국의 이야기.


기원전 8세기-3세기 우리 고조선 역사에 대해 나에게 남은 기억은 없는데 반해 남의 나라인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대해서는 지식의 파편들이 희미하게나마 존재한다. 고등학교 시절 꾸벅꾸벅 졸던 세계사 & 윤리 시간이 큰 도움이 되었겠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여전히 우리에게 존재감이 대단한 시대이다. 그 당시 생겨난 수 많은 고사성어, 제가백가諸子百家 - 유가의 공자, 법가의 한비자, 도가의 노자, 장자 등의 사상들, 혼란스러운 시기에 기어코 살아남은 그들의 처세술, 정치와 이익을 위해 시작된 모든 전쟁의 이야기.


춘추전국시대다.


이 책은 춘추전국시대 550년을 담은 총 3권 중 1권이다.


책을 읽기 전에, 춘추 시대의 지도를 보고서 책을 읽으면 이해가 쉽다.

지리상의 이유로 때로는 동맹을 맺고 때로는 전쟁을 시작하며 패권을 다투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의 서북쪽, 황하 이남 처럼 각국의 위치를 글로만 이해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데 난 아쉽게도 지도부터 찾아볼 생각을 못 했다.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쓰려고 추가 정보를 찾다 보니 지도를 보게 되었고 그제서야 책에서 읽었던 각국의 이해관계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어휴.

책에 간략하게나마 당시 국가들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지도가 첨부되어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참고) 춘추시대 지도 보기 :

https://dbscthumb-phinf.pstatic.net/2765_000_356/20190829111355424_S78TY19KN.gif/148687_0.gif?type=ori_1&wm=N


춘추전국지는 역사적 사실을 충실하게 담아낸 역사 소설이다.


바로 본 소설은 그 오랜 세월에 펼쳐진 잔혹한 전쟁의 역사와 많은 사상가들의 활발한 활동을 기록한 서사시로 역사 책을 읽는 것과는 달리 더욱 새롭게 사실적인 감명을 주고 있어서 늦게나마 나오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 감수의 말 중에서


소설이긴 하지만 책의 제목처럼 중국 역사 이야기를 풀어썼기 때문에 초반부터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나에게 역사 소설은 익숙하지 않은 장르인 탓도 있지만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역사 설명서에 가깝고 역사 책이라고 보기에는 이야기 중심으로 전개되어서 각국의 시간상 흐름을 잘 기억해두며 읽어야 한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생소한데다가 때로는 이름, 때로는 직위, 때로는 자字로 불려서 헷갈리기 십상이다. 지역명만을 읽어서는 그곳이 쉽사리 상상되지 않고 중국 역사답게 사자성어도 많이 나온다.

각각의 제후국으로 약육강식의 시대라고는 해도 제후국 사이에서 왕래는 자유로워 권력에 의해 생사를 오가는 많은 사람이 여기저기로 망명을 떠났다가 돌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대충 읽는다면 '어? 이 사람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라거나 '이 사람은 애당초 어느 나라 사람이었던가?' 하고 다시 앞으로 책장을 넘겨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었다.

글자 크기도 적당하고 사자성어는 대부분 설명되어 있다. 어렵게 느껴진다면 소설을 읽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읽어내려가면 되고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당시 이름을 날렸던 사람들의 활약상에 집중하면 된다. 모든 등장인물을 기억할 필요도 모든 지명의 위치를 알 필요도 없이 그들이 '왜' 그렇게 했는지를 이해하면 된다.





1권은 춘추 시대의 시작부터 정(鄭)나라 -> 제(齊)나라를 중심으로 여러 제후국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제1장 경국지색(傾國之色)

- 춘추전국지인데 뜬금없이 왜 경국지색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나 싶었는데 기원전 770년 갑자기 붕괴된 서주왕국으로 인해 낙양(낙읍)에 동주왕국이 새로이 세워졌고 그로부터 시작된 춘추시대의 이야기하기 위함이었다.

서주의 제12대 천자인 '유왕' 의 왕비 '포사'는 뛰어난 절세미인이었다. 그녀의 미모와 매력에 홀린 유왕은 단지 그녀를 웃게 하기 위해 스스로 나라를 무너뜨렸다. 경국지색이다.


제2장 황천에서 만나리라

- 낙양 동쪽의 정나라. 정무공의 태자 오생이 즉위하여 정나라 장공(鄭莊公)이 되었다. 그의 옆에는 그의 스승이자 책사인 제족이 있었다. 천하의 흐름을 읽을 줄 알았던 뛰어난 책사 제족과 그의 도움으로 권력을 손에 쥐게 된 정장공.


제3장 곡식에 비단을 덮다

- 주나라 조정에 무례함을 빌미로 정나라를 치러 온 5개국(위·송·노·진·채) 연합군을 물리친 제족의 지략.


제4장 난세지치(亂世之治)

- 정장공과 제족이 송나라 토벌을 위해 거병을 하다.


"...정치 세계에서는 선인이든 악인이든 별로 문제가 안 됩니다. 다만 난세에는 힘과 지모(智謨)가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만은 명심해 주십시오."

>>> page 66 중에서


제5장 왕명으로 왕을 치다

- 송나라의 정변. 사마 공보가의 아내 위씨로 인한 태재 화독과 사마 공보가의 싸움이

정나라에 망명 중이던 송나라 공자 풍을 송장공으로 즉위시킴.

정나라에 대한 주나라 환왕의 어가친정(임금이 직접 정벌함)은 제족의 지략으로 실패.


제6장 오는 봄을 어찌하랴

- 제나라에 침입한 북융을 토벌하기 위해 지원군을 보낸 정나라. 지원군 대장 태자 홀과 군사 제족.

제이공의 둘째 딸 문강. 그녀의 이복 오빠 제아와 노나라의 노환공의 운명.


제7장 거문의 서까래를 노문에 끼운다

- 정장공의 죽음 그 후 시군찬위 (임금을 죽이고 자리를 빼앗음)의 나날들. 제족의 죽음.


천하는 역시 좋은 동료(임금)과 짝이 되지 않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장공이 떠난 후의 정치 정세는 내외를 막론하고 눈뜨고 볼 수 없는 것뿐이다.

>>> page 124 중에서


제8장 은어지계(隱語之計)

- 제나라의 제양공, 노나라의 노환공과 그의 부인 문강, 위나라의 선부인 선강의 퇴폐가 등장시킨 제환공과 관중.


제9장 관포지교(管鮑之交)

- 철기 시대. 제나라의 관중과 포숙의 등장. 그들의 원대한 계획.


우선 장사를 하여 재산을 모으고 그 재산으로 인재를 모아 세상의 인심을 모으고, 나아가서 현인을 찾아 지혜를 빌리고 동시에 평판을 높여 벼슬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어 권력에 이르는 길을 개척한다는 계산이었다.

>>> page 150 중에서 



제10장 삶보다 무거운 죽음도, 세상보다 무거운 삶도 있다

- 제나라 공자 규와 공자 소백의 운명이 관중과 포숙의 손에 달렸다. 그 둘의 지략으로 공자 소백이 제환공으로 즉위한다.


제11장 알아주는 이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다

- 제환공의 총애를 받는 포숙의 천거로 관중이 제나라 재상이 되다.


제12장 공평무사(公平無私)

- 제환공과 관중이 제나라 각료의 인사(人事)를 발표하며 천하의 패권을 쥐기 위한 첫 발을 뗀다.

관중의 부국강병책 : 법치주의, 사회의 재편과 정책 개혁, 세제개혁


제13장 신종여시(愼終如始)

- 제나라와 노나라의 전쟁에서 제나라가 두 번 패함.

제나라와 연합한 송나라의 장군 남궁장만.


제14장 존왕양이(尊王換夷)

- 제환공 5년에 부국강병을 이루고 7년에 이르러 견읍에서 제후국들과의 회맹이 이루어지다.


이 견읍의 회맹에서 제환공이 맹주(盟主)로 추대되었다. 그리고 패왕으로 존칭 되었다. 패왕이란 이 회맹에서 정해진 맹주의 호(號)이다. 이리하여 제환공은 명실 공히 천하의 패권을 장악하게 되었다.

>>> page 237 중에서


제15장 군계일학(群鷄一鶴)

- 남쪽의 초나라 초문왕과 식나라의 멸망.

위나라 토벌로 시작된 제나라의 군사연습. 그리고 위나라 공자 개방.


제16장 발본색원(拔本塞源)

- 제환공의 '삼귀(三貴)' : 환공이 아끼는 3인으로 후궁을 관할하기 위해 자진해서 거세를 택한 수조, 자신의 자식으로 통구이를 만들어 식사로 내어놓은 역아, 제나라의 신하가 된 위나라 공자 개방.

견융이 침입한 연나라를 구원하기 위해 관중과 포숙이 원정을 떠나다.


제17장 천자는 중원에서 사슴을 쫓고, 패왕은 변경에서 사슴을 쫓는다

- 오랑캐를 쫓아 비이계에 다리를 놓다.


제18장 노마지지(老馬之智)

- 사막인 한해로 들어선 관중과 원정군.


제19장 삼귀지가(三歸之家)

- 견융정토군(犬戎征討軍)의 완벽한 승리 그 후.


제20장 흐르는 물에게 책임을 물어라

- 지금이 바로 패왕의 황금시대.


제21장 순망치한(脣亡齒寒)

- 진(晋)나라 진헌공과 진(秦)나라 진목공.


제22장 병입고황(病入膏?)

- 제환공 41년. 관중과 포숙의 죽음. 그리고 제환공의 말로.


제23장 송양지인(宋襄之仁)

- 흩어진 패왕의 꿈. 송양공과 진(晋)혜공의 몰락.



제23장으로 춘추전국지 1권이 끝이 났다.

춘추 시대가 시작되고 제후국들의 경쟁에서 정장공과 제족이 두각을 나타내며 난세를 헤쳐나갔다면 관중은 포숙과 함께 제환공을 패왕으로 만들어 자신의 꿈을 이루어냈다. 그 사이에서 많은 이들이 죽고 또 많은 국가들이 사라졌다. 누군가는 용맹함으로, 누군가는 뛰어난 미모로, 누군가는 세상의 이치를 보는 눈으로 난세를 헤쳐나갔다. 이름 없는 많은 병사들이 죽었고 이름 없는 많은 백성들이 쫓겨 다녔다. 평화를 위해 전쟁을 벌이는 시대라니.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춘추전국시대보다 평화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철기 시대에서 AI의 시대까지 왔음에도 춘추전국시대 못지않은 난세로 보이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에게 주어진 운명 그리고 사람이다. 세월이 이렇게나 지났지만 함께 이 난세를 헤쳐나갈 사람이 우리 모두에게, 우리 각자에게 필요하다. 춘추전국시대의 이야기가 여전히 통하는 이유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보다 리뷰를 쓰려고 다시 한번 훑어보며 내용 정리가 수월해졌고 개인적으로 고대 중국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해서 재미있게 읽어서 2권도 기대된다.

하지만 누군가가 처음으로 이 이야기를 접한다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설사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인내심과 조금의 상상력을 더해서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보길 추천한다. 분명히 어느 부분쯤 읽다가 아하...! 하며 책장이 빨리 넘어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 각주와 지도 첨부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 그 당시 누군가의 삶으로 선택할 수 있다면, '포숙'이 되어보고 싶다.




※ 위의 글은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해당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쓴 개인적인 소감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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