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의 '해제' 부분에 적혀있듯이 말이다.
따라서 어린이를 위한 이솝 우화의 대부분은 원래의 이솝 우화를 거의 완전히 개작하다시피 한 것으로 그 뼈대만 겨우 남아 있을 뿐이다. 이솝 우화 중에서 좀 더 기괴하고 신화적인 편에 속하는 100여 개에 달하는 우화들은 단 한 번도 영어로 번역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 page 433 '해제' 4. 이솝 우화의 특징 중에서
하지만 이 책에 있는 실제 그의 우화들은 그 당시 그리스인의 생활 모습을 바탕으로 그들을 향해 이솝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서 잔인하고 잔혹한 현실에 대한 거칠고 직설적인 표현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현실의 모습을 깨우쳐 주고 좀 더 현명하게 살아가도록 재촉하는 것이다. 아둔한 사람들의 모습을 동물에 빗대어 조롱하거나 사람의 세상도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약육강식일 뿐이라는 사실 또한 잊지 말라고 말한다.
그래서 많은 이야기들이 후회와 한탄, 비웃음으로 끝맺음 된다.
잔인하게 느껴질 만큼 자업자득自業自得, 자승자박自繩自縛의 교훈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꼼짝없이 죽게 된 사슴이 중얼거렸다.
"정말 한심하구나! 못 미더워했던 다리 덕분에 살았는데, 믿었던 뿔 때문에 죽게 되다니."
>>> page 136 '샘가의 사슴과 사자' 중에서
...사슴은 죽어가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를 구해 준 포도나무에게 못된 짓을 해서 화나게 했으니, 이렇게 당해도 싸지."
>>> page 137 '사슴과 포도나무' 중에서
...늑대는 이렇게 거만해져 있다가, 힘센 사자에게 잡아먹히고 말았다. 늑대는 후회하면서 소리쳤다.
"불행의 화근은 바로 자만이로구나."
>>> page 269 '자기 그림자를 보고 거만해진 늑대와 사자' 중에서
...어느 날 이 당나귀가 혹사당하다가 기력이 다해 죽자, 제관들은 당나귀의 가죽을 벗겨 그 가죽으로 여러 개의 북을 만들어 마구 두드리고 다녔다.
... 그러자 그들은, 당나귀는 죽었지만 살아 있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매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 page 290 '키벨레 여신의 걸식 제관들' 중에서
그리고 전체적으로 이야기들이 간결하다. 우리가 알던 이야기와 교훈은 같지만 상황은 좀 더 단순하다.
이솝이 당시 뛰어난 연설가였기 때문에 연설에 우화를 사용함으로써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로 만들었거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기 때문에 기억하기 편하도록 간결하게 다듬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단지 그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해서 였을지도.
특히나 토끼와 거북이는 이솝 우화 중에서도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라 그런지 오히려 덧붙여진 이야기들과 각종 해석들이 넘쳐나서 그리스어 완역본으로 보게 된 짧은 이야기가 새롭기까지 했다.
예를 들어,
어느 날 연못에 살던 개구리가 모든 동물을 향해 외쳤다. "나는 약에 대해 잘 아는 의사요." 이 말을 들은 여우가 말했다. "절름발이인 네 자신도 고치지 못하면서, 어떻게 남들을 고치겠다는 것이냐?"
>>> page 99 '개구리 의사와 여우'
여우가 암사자에게 새끼를 고작 한 마리밖에 못 낳는다며 면박을 주자, 암사자가 말했다.
"한 마리이긴 하지. 하지만 사자야."
>>> page 236 '암사자와 여우'
토끼와 거북이 - 내 기억 속에서는 토끼가 거북이 보고 느리다며 놀리는 부분도 있고 거북이가 결승점에 다다를 때쯤 토끼가 깨어나 거북이가 자신을 앞지른 것을 보고는 놀라서 힘껏 달렸지만 결국은 졌다는 부분도 있지만 이 책에서는 시합 후 토끼는 금세 잠이 들고 그 사이 거북이가 결승점에 도착해 승리하는 단 몇 줄로 이야기는 끝난다.
>>> page 417 '토끼와 거북이'
그리스 시대의 우화답게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도 많이 등장한다.
첫 장부터 제우스의 이야기가 나와서 당황했을 정도다.
대부분 동,식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들을 꾸짖거나 깨우치는 역할, 세상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설명하는 역할 등으로 많은 신들이 등장하고 마치 그리스 신화의 한 장면과 같은 이야기들도 종종 나온다.
이솝 우화에 신화적인 요소가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지만 그리스인인 이솝에게 신화는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었을 것이다. 당시 그리스인들은 세상 만물에 신들이 함께 하고 있다고 믿었을 것이고 신화적인 요소를 넣은 우화로 연설을 했다면 훨씬 효과적으로 대중을 설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우화가 널리 퍼지고 여러 시대를 지나면서 공감대 형성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신화적인 요소는 점차 설자리를 잃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동,식물들의 이야기 위주로 알려지지 않았을까 싶다.
예를 들어,
...헤르메스는 자신의 신상을 보면서 얼마냐고 물었다. ... 조각가는 대답했다. "앞서 물어보신 신상들을 사시면, 이것은 덤으로 드리겠소."
>>> page 143 '헤르메스와 조각가' 중에서
어떤 사람이 한 영웅의 신상을 자기 집에 모셔놓고는 그 앞에 많은 재물을 바쳤다. 그 사람이 영웅에게 제사를 드리려고 제물들을 마련하는 데 돈을 물 쓰듯 하는 일이 계속되자, ...
>>> page 166 '영웅' 중에서
..., 다른 사람들의 것에 눈독을 들이다가 이웃의 수확물을 계속 훔치곤 했다. 제우스는 그의 탐욕에 격노해서 그를 오늘날 개미라고 불리는 동물로 바꾸어버렸다. ...
>>> page 293 '개미' 중에서
어떤 이야기들은, 내용을 알고는 있지만 이솝 우화인지는 몰랐던 것들이다.
이솝 우화가 아닌 다른 책에서 읽었거나 우리의 전래 동화가 아닐까 했었는데 이제 보니 그 이야기는 이솝 우화 중 하나였던 것이다.
이솝 우화가 이렇게나 오랜 시간 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것을 보면 그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여전히 시대를 관통하는 교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을 그가 만들어냈다는 것을 믿기 힘들 정도이다.
특히나 금도끼 은도끼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이야기인 줄 알았다. 조금의 의심도 없었다.
분명히 나무꾼과 산신령이 나오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어린이 TV 프로그램 등에서도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는 우리의 전래 동화로 소개되었던 기억이 있다.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다.
헤르메스는 어쩌다가 산신령이 되었던 걸까. 우리 정서와 너무도 잘 맞는 이야기라서 어느샌가 스며들게 된 것일까.
이렇듯 그리스로부터 먼 나라에까지 이야기가 전해지며 각색이 되다 못해 현지화(?)까지 되어버릴 수도 있는데 여전히 몇 백 개의 이솝 우화가 그대로 전해져 오다니. 긴 세월을 생각해보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예를 들어,
한 천문학자가 있었다. ... 그만 우물 속으로 떨어졌다. ... 자초지종을 알게 된 행인은 천문학자에게 말했다.
"이보시오, 당신은 하늘에 있는 것들을 보다가 땅에 있는 것들은 보지 못했구려."
>>> page 93 '천문학자' 중에서
...어머니가 아들의 패륜을 꾸짖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내가 서판을 훔쳐서 가져다드렸을 때 어머니가 나를 꾸짖고 회초리로 때렸다면, 내가 지금 이 지경이 되어 사형장으로 끌려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 page 356 '도둑 아들과 어머니' 중에서
..., 헤르메스는 세 번째로 물속으로 들어가서 그가 사용했던 도끼를 가지고 나왔다. 그게 바로 자기가 잃어버린 도끼라고 하자, 헤르메스는 그의 정직함을 가상히 여겨 세 자루의 도끼를 모두 그에게 주었다. ...
>>> page 311 '금도끼 은도끼 (원제 : 나무꾼과 헤르메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