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page 66-67에 <대숲 아래서> 라는 그의 초기 작품도 있다. 1971년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품이라 <풀꽃> 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지만 그의 말처럼 그의 청춘이 담긴 글이다. 책을 읽고는 그의 다른 시들도 궁금해졌다.
이 책은 114편의 시들이 5개의 큰 묶음으로 나뉘어 있지만
시는 각자의 마음으로 읽어서 그런지 계절, 주제, 형식 등의 큰 틀이 아니고는 각각의 시들을 한데 묶는 것이 어려워 보이고 나태주 시인이 좋아하는 시들을 실었기 때문에 그의 감상에 따라 나눈 것이라 우리들은 잠시 쉬어가는 정도로만 생각하면 될 것 같다.
1. 너무 힘들어하지 마라
내가 네 옆에 있다
: 사평역에서 - 곽재구,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저 거리의 암자 - 신달자, 장미와 가시 - 김승희, 감처럼 - 권달웅, 갈등 - 김광림, 꽃씨 - 최계락, 비망록 - 문정희, 산이 날 에워싸고 - 박목월, 아버지의 등을 밀며 - 손택수, 차부에서 - 이시영, 내 마음의 지도 - 이병률,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목계장터 - 신경림, 별을 보며 - 이성선, 파랑새 - 한하운,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 함형수, 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구부러진 길 - 이준관, 마흔 살 되는 해는 - 천양희, 목숨 - 신동집, 담쟁이 - 도종환, 대추 한 알 - 장석주
2.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 편지 - 김남조, 물망초 - 김춘수, 대숲 아래서 - 나태주, 한 잎의 여자 - 오규원, 내 소녀 - 오일도, 석류 - 이가림, 내 마음을 아실 이 - 김영랑, 연서 - 프란체스카 도너 리, 사랑 - 김수영, 작은 짐승 - 신석정, 동백꽃 - 이수복, 민들레의 영토 - 이해인, 우울한 샹송 - 이수익,낙화 - 이형기,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 최승자, 봄길 - 정호승, 선운사에서 - 최영미, 봄, 무량사 - 김경미, 보내놓고 - 황금찬, 초혼招魂 - 김소월, 세월이 가면 - 박인환
3. 인생의 한낮이
지나갈 때
: 방문객 - 정현종, 9월도 저녁이면 - 강연호, 도봉道峰 - 박두진, 감 - 허영자, 바람 부는 날 - 박성룡, 남으로 창을 내겠소 - 김상용, 빈집 - 박형준, 그냥 - 문삼석, 산에 언덕에 - 신동엽, 봄 - 이성부, 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 한낮에 - 이철균, 달,포도,잎사귀 - 장만영,
시월에 - 문태준, 의자 - 이정록, 항아리 - 임강빈, 먼 길 - 윤석중, 해마다 봄이 되면 - 조병화, 꽃씨와 도둑 - 피천득, 시월 - 황동규, 나룻배와 행인 - 한용운, 떠나가는 배 - 박용철,
울음이 타는 가을강 - 박재삼
4. 눈물겹지만
세상은 아름답다
: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 정채봉, 아비 - 오봉옥, 30년 전 - 서정춘,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길 - 김기림, 엄마 걱정 - 기형도, 소주병 - 공광규, 길 - 정희성, 어린것 - 나희덕,
소녀상小女像 - 송영택, 어머니의 그륵 - 정일근, 어머니 - 오세영, 밤하늘 - 차창룡,
가을의 노래 - 박용래, 성선설 - 함민복, 귀천歸天 - 천상병, 파초우芭蕉雨 - 조지훈,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 - 이제하, 비옷을 빌어 입고 - 김종삼, 설야雪夜 - 김광균, 송년 - 김규동, 백설부白雪賦 - 김동명, 고고孤高 - 김종길, 밤하늘에 쓴다 - 유안진
5. 오늘이
너의 강물이다
: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적막한 바닷가 - 송수권, 그 겨울의 시 - 박노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그리움 - 이용악, 국화 옆에서 - 서정주, 별 헤는 밤 - 윤동주, 시월의 소녀 - 전봉건, 청포도 - 이육사, 따뜻한 봄날 - 김형영, 강물이 될 때까지 - 신대철, 딸을 위한 시 - 마종하, 섬집 아기 - 한인현, 옛이야기 구절 - 정지용, 주막에서 - 김용호, 별 - 이병기, 그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 저녁에 - 김광섭, 우화의 강 - 마종기, 행복 - 유치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꽃자리 - 구상, 강 - 구광본
차례를 보면 한 시인의 시가 여러 작품 실리는 것이 아니라 114편 모두 다른 시인의 시가
실려있다.
많은 시인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의 대표작이 아닌 나태주 시인이 좋아하는 시들로 구성되어 시를 다양하게 접할 좋은 기회다.
나태주 시인은 현재 한국시인협회장을 맡고 있고 시와 관련된 많은 일들을 하고 있어서 많은 시인들을 알고 친한 시인들도 많을 것이다. 그가 특별히 좋아하는 시인들도 많을 텐데 한 시인에게서 단 하나의 시만을 이 책에 실을 때에는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각각의 시들은 그가 좋다는 이유로 책에 실리기만 한 것이 아니다. 각 시마다 나태주 시인의 설명이나 감상이 적혀져 있다.
그 시인을 만났을 때의 이야기, 시인과의 친분이나 성격 등과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 그 시를 읽었을 당시 나태주 시인의 추억 등등. 이 점이 유익하며 재미있기도 하고 시만 읽을 때와는 다른 감상에 들게 한다. 이런 구성일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해서 신기했다.
나태주 시인의 설명 부분을 읽으면,
내가 모르는 시인의 시를 읽을 때 나태주 시인의 설명을 보고는 그 시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되기도 하고 시만 읽었을 때는 보이지 않던 시인의 마음이 보이기도 한다.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하고 각 시구들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이성선 시인의 <별을 보며> 를 읽고 나태주 시인의 설명까지 읽으면 그가 왜 이 시인을 식물성 인간이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성선 시인의 시는 확실히 그를 닮아 있어서 그에 관한 이야기로 인해 그가 쓴 시구를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별을 보며>를 시만 읽었을 때는 절망인가 했는데 나태주 시인의 이야기를 읽고 다시 보니 연민이자 위로였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