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장의 명반 클래식
안동림 지음 / 현암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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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열심히 고전음악을 듣던 중학교 때, 문제집 사러 갔던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하고는 이 책의 1권을 산 일이 기억난다. 아마 1991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후 12년동안 이 책은 2권, 3권을 거쳐 부담스러울 정도로 두꺼운 양장본이 되었다.

이 책의 미덕은 읽는 이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작곡가와 곡에서 연주자로 돌려준다는 점이다. 작곡가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와 거의 같은 비중으로 나오는 흥미롭게 쓰여진 연주자에 대한 이야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그 음반을 찾아서 듣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켜준다. 이 책은 이런 의미에서 고전음악에 처음 입문하시고자 하는 분에게는 적당한 가이드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선곡된 곡들도 고전음악의 일반적인 명곡들이다. 베토벤의 5번 교향곡부터 말러, 메시앙까지를 포괄하지만 해설의 수준은 옥석의 차이가 거의 없이 균질적이다.

하지만 음악을 어느 정도 들은 사람들은 안동림 선생님의 연주자 선정은 다소 옛스럽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점은 특히 곡의 해석과 연주에 있어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는 바로크 시대 이전(혹은 넓게 잡으면 베토벤까지)의 음악의 연주에 대한 명반 선정에서 그러하다. 물론 하이든의 연주로 브뤼헨을 추천하기도 하는 등 100% 그러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리고 연주에 대한 비평에서도 문학적이기는 하지만 분석적인 면은 굉장히 빈약하다. 아름다운 수사는 있되 왜 아름답다고 생각하는지, 다른 연주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그래서 읽기에는 분명 즐겁지만 다 읽고 난 후에 그냥 그 연주가 좋은가보다..정도의 감상만을 남긴다. 하긴 이런 비판은 이 책을 레코드 리뷰가 아닌 에세이집으로 보면 부적절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에세이집으로 사읽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여기서 이런 저런 비평을 했지만 본 리뷰를 쓰는 리뷰어 자신도 이 책을 정말 열심히 읽었고, 이 책에 나오는 CD를 구하려 다리품을 팔았다. 그리고 지금도 새로운 레퍼토리를 듣고자 할 때 참고하고 있기도 하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종종 읽는 책이다. 하지만 - 좀 오버해서 이야기 하자면 - 우리나라 고전음악 애호가, 혹은 입문자에게 이 책이 가진 지대한 영향력은 다소 적절치 않은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형식 - 곡선정이나 필력있게 쓰여진 문장 등 - 은 입문자에게 적절하지만, 음반선정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취향 - 레코드 비평의 내용 - 에 있어서는 다소 일반적이지 않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점만 유의한다면 고전음악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고전음악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한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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