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배수아의 글을 꾸준히 읽고 있다. 최근 읽은 일련의 글 중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는 최고의 작품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유쾌하다는 것이다. 여성분들이라면 - 특히 독신이시라면 - 유쾌함을 넘어서 통쾌함을 느끼셨을지도 모르지만 이정도의 유쾌함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그리고 이 작품은 교훈적이다. 독신 여성, 결혼 적령기라는 기묘한 압력에 시달리는 많은 독신 여성들의 상황을 알 수 있을리가 없는 내게, 또 보통 사람들이 결혼까지 가는 과정을 아직은 잘 모르는 내게 이 작품은 결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었다. 아직 그녀의 시선에 대한 판단은 할 수 없지만, 이 사회 어딘가에서는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어저면 의외로 많을지도 모르겠다.

일단의 60년대생 여성작가군의 글들을 읽어보았는데, 단연 배수아의 글이 최고라고 생각한다(최명희 선생님은 몇년생이신지?). 특히 여성 작가의 글에서 흔히 보이는 나르시시즘이 안 보여서 좋았다. 여성작가의 나르시시즘은 그녀들의 페미니스트적인 어조와 대비를 이루며 독자를 당황하게 하니까. 물론 배수아의 글이 페미니즘을 다룬다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페미니즘이 아니라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계를 그릴 뿐이다. 그런 점에서 특히 어설픈 페미니즘의 공지영보다 훨씬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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