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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무엇
레자 달반드 지음, 김시형 옮김 / 분홍고래 / 2020년 6월
평점 :

유연하고 열린 사고로 살아가고 싶다고 항상 다짐하지만, 깊은 내면에는 단단한 선입견과 편견에 사로잡힌 제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좀 더 부드러운 사고를 하도록 도와주고 싶었고 편견과 선입견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것 같아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열어봤던 책입니다. 누구나 어두운 것, 검은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을 것 같아서 아이들에게 그런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었습니다.
표지부터 너무 흑백이 대비되어 아이들의 시선을 끌기 충분했습니다.
까만 무언가가 눈을 사로잡았다기 보다는 그림자처럼 비춰진 다양한 색깔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이들과 표지를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뒷표지에 아주 알록달록한 부엉이가 나와서인지 새로 변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책을 처음 펼쳤을 때, 정말 빼곡하게 표현된 숲에, 아주 조그맣게 점처럼 표현된 검은 무엇을 보자마자 아이들이 귀엽고 앙증맞다고 했던 걸 보면, 그냥 그것이 궁금했을 뿐이지 검은색이라서 다르게 보지 않는 아이들의 시선을 봤던 것 같습니다.
숲에 있는 검은 무엇을 두고 여러 동물들이 그 정체에 대해서 갑론을박을 벌이며 걱정하는 표현이 많이 등장합니다.
표범은 자기 무늬를 떨어뜨린 줄 알고 다른 친구들한테 조심하라고 ‘쌩’ 가버립니다.
까마귀는 별조각이 떨어졌다며 ‘황급히’ 날아가며 불안해합니다.
여우는 공주님이 잃어버린 손수건을 찾으라고 왕이 군대를 보낼지도 모른다며 ‘휙’하고 사라집니다.
사슴, 부엉이, 고양이도 모두 닥쳐올 위험이 걱정되어서 큰소리로 떠듭니다.
책에 나오는 동물들의 불안함을 표현하기 위해 부사적인 표현이 거들고 있지만 ‘이게 뭘까?’ 라고 물을 때마다 해맑은 우리 7살 딸은,
“누가 클레이 조각 숲에서 흘린거 아닐까?”
“둥지에서 새알이 떨어졌는데 진흙에 떨어져서 너무 더러워져서 저렇게 되었나봐.”
9살 아들은,
“두더지가 아래서 코만 내민 것 같아.”
“아니면, 개미들이나 곤충들이 뭐 뭉쳐서 공 만들어서 놀다가 놓고 간 거 아니야?”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우리 아이들은 ‘검은’ 것에 대한 편견이 전혀 없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검은 무엇을 보더라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아이들과 이야기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과 전혀 달리 아이들은 그냥 검은 무엇이 무엇일까 상상하는 재미에 빠져들었고 아기자기한 그림을 즐겼습니다.
“엄마, 우리 검은 무엇이라고 하지 말고 초록 무엇, 파랑 무엇, 빨간 무엇 이렇게 바꿔 읽어보자.”
그림이 너무 예쁘고 정성스러워서 한참을 보고 있는데 딸이,
“엄마 저 나무 말이야. 투명한 색깔로 생긴 거 보여? 꼭 솜사탕 같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무한으로 자극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책이었는데,
마지막에는 제가 오히려 감동받은 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