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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이야기
다이안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지어낸 이야기와 비교했을 때, 진실이 우리에게 어떤 위안을 주던가요?
굴뚝 위에서 포효하는 곰처럼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밤, 진실이 도움이 되던가요? 침실 벽에서 번개가 번쩍거리고 빗줄기가 그 긴 손가락으로 유리창을 두드릴 때는 또 어떤가요? 전혀 쓸모가 없지요.
오싹한 두려움이 침대 위에서 당신을 얼어붙에 만들 때, 살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앙상한 뼈다귀 같은 진실이 당신을 구하러 달려올 거라고 기대하진 않겠지요.
그럴 때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포동포동하게 살이 오른 이야기의 위안이지요. 거짓말이 주는 아늑함과 포근함 말이에요..
이 문장을 읽을 때, 나는 이 책으로 빨려 들어 갈 것이라는 것을 예감했다. 밤에 4시간 잠 자고, 민지가 주는 짧은 낮잠 시간에도 나는 이 책을 손에 들었다.
대저택에 정신나간 어머니와 삼촌에게서 태어난 쌍둥이.
쌍둥이만의 놀이. 쌍둥이만의 식사. 쌍둥이만의 언어.
그런데, 어떻게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비다윈터가 되었을까?
거의 600 page에 달하는 책의 두께에 살짝 놀라긴 하나 안개속에 가려진 베스터셀러 작가 비다윈터의 삶을 궁굼하게 만드는 첫 편지의 내용은 독자로 하여금 씌여 있는 그대로 포동포동 살이 오른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비다윈터가 이야기하는 가족사의 이야기는 그런 기대에 부응 하듯 훌륭하게 독자를 이끌어간다.
개인적으로 전체적 줄거리와 마지막 반전까지는 좋았었는데, 전기작가(작가도 쌍둥이다.)의 감정을 지지부진 끌어댔던 것이 너무 지루하고 감상적이어서 아쉬웠고, 전반부의 화려한 문장에 비해 후반부는 재미없는 문장으로 이루어 졌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시간만 나면 책을 읽도록 하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끝으로, 책 선전 내용이 유령, 미스테리, 음산함으로 표현 되었는데 그런 기대감은 쓰레기통에 갖다 버리고 고전 소설 특히 제인에어 폭풍의 언덕(이 책에서도 아주 많이 인용한다.) 류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더욱 아끼며 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