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퀸 : 적혈의 여왕 2 레드 퀸
빅토리아 애비야드 지음, 김은숙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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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퀸 : 적혈의 여왕 Ⅰ,Ⅱ

빅토리아 애비야드 / 김은숙 옮김 / 황금가지 출판사 / 2016

처음 시놉시스를 보았을 때는 <헝거게임>의 느낌이 강하게 든 것을 지울 수 없었다. 불평등한 세상, 오를 수 없는 계급, 지저분한 현실, 위험한 도전, 그러나 존재하는 희망, 어떤 특별한 한 10대 소녀.

나는 <헝거게임>을 영화로만 접해보고 원작 소설은 읽지 않았다. 영화로만 본 <헝거게임>의 느낌을 대충 설명하자면 화려하고 통쾌했으며, 결말이 뻔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살아 숨 쉬는 주변 인물들의 설정 그리고 영화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시각적인 효과(분장과 헤어, 의상)가 모든 시리즈 때마다 영화관으로 향하게 했던 이유였다.

그럼에도 <레드 퀸 : 적혈의 여왕>에 끌린 이유는 일단 가장 신뢰하는 출판사 중에 하나인 황금가지에서 출판이 되었으며, 또한 어떤 능력이 있는 여주인공이 이끌고 가는 힘 있는 이야기 하나가 나에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한 홍보문구처럼 38개국에 판권이 팔리고 100만 부 이상이 판매될 정도면 단순한 아류작이나 B급 소설이 아닌 드라마에 힘이 있고 인물들에 매력이 있을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책을 본 첫 느낌은, 표지가 예쁘다. 진짜 이거만큼 강한 메리트가 없는듯하다. 많은 책들을 보아 왔지만 표지에서 만족한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건 정말 강한 임펙트가 있었다. 심지어 내가 소유하고 있는 도서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표지라고 말 할 수 있겠다.

물론 개인의 취향 차이가 많겠지만 색채와 색감이 좋고 표지에 쓸데없는 말들이 많지 않아서 좋았다.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 때문에 책 중반쯤 가서는 쫙 벌어지지 않는 슬픔이 여전히 존재하지만(아니면 책등을 희생하던가) 전반적으로는 만족도가 높았다.

서론이 너무 길었고 일단 책 속의 내용을 이야기하자면 처음 몇 페이지는 익숙한 1인칭 시점의 10대 소녀의 일상으로부터 시작된다. 얼마나 부조리하고 암울한 시대인지 또한 주인공의 주변인물관계도가 나열된다. 역시나 상처를 서로 주고 상처를 서로 받지만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가족이 있으며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남자친구가 있고, 그녀의 인생은 곧 위기를 향해 갈 어떠한 복선이 보이는 듯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적혈과 은혈의 참신한 발상이 눈에 띄지만 또한 어느 세기와 국가를 특정 짓지 않는 설정은 익숙했다.

레이크랜즈와의 전쟁 중인 노르타 왕국에서 태어난 메어 배로우는 지극히 평범하다. 외모에 대한 설명도 많이 절제되어 있다. 예뻤기 때문에 왕비의 자리에 오른 신데렐라와의 차이랄까. 적혈과 은혈로 나뉘어서 각각 특정한 분야의 초능력을 겸비한 은혈들이 적혈을 지배하는 구조인 세계 안에서 적혈로 태어난 메어는 세계와 미래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다. 학교도 잘 가지 않고 소매치기로 가정의 경제에 도움을 주는 형편이니 말이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적혈인 자신이 은혈에게만 있는 초능력이 있는 것을 알게 되고 은혈의 왕가와 얽히며 그리고 이 세계에 저항하며 쿠데타를 꿈꾸는 ‘진홍의 군대’와의 관계 역시 얽히며 이야기는 계속된다.

책을 다 덮고 나서의 느낌은 뭐랄까. 내가 너무나 당차고 당돌한 여주인공을 기대했던 것 같다. 주인공 메어 배로우는 너무나 평범했고, 10여년을 은혈 아래 눌려 노예처럼 살아왔던 관성을 버리지 못한 생각과 이념이 적혈의 여왕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변하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한 마음은 있었다. 좀 통쾌하게 반격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러고 보니 체제에 순응하며 오랫동안 길러져온 소녀에게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반응들이었던 것 같다.

정치적이거나 군사적인 장치는 별로 없고 틴에이저들의 로맨스가 좀 강렬하다. 그것도 사각관계. 맙소사. 메어 배로우가 시니컬하기에 망정이지 감성 돋는 성격이었다면 책을 읽는 내내 오글거림을 피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유리의 검 출판을 앞두고, 모든 것에 맞서 싸운 한 소녀의 서사시라는 글귀에 맞게 ‘서사’ 안에서 어떻게 메어 배로우가 변하고 성장하는지 그리고 변화하는 세계와 수많은 인간군상 속에서 무엇이 올바른 세계인지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는 것을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한때 나에게 있는 평범함 속에 뭔가 특별한 능력이 있을 거라고 상상하고 때로는 믿기도 했던 소녀 시절을 지내온 모든 여자들에게 바치는 판타지라고 정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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