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 - 소노 아야코의 경우록(敬友錄)
소노 아야코 지음, 오경순 옮김 / 리수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마음의 편안함은 다른 사람에게 신경을 끄고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가진 사회적 이름은 버리고 내 이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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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이나 보통이란 표현은 조심스러운 듯하면서도, 사실은 가끔 우리를 협박하기도 한다.

 

나는 평생 적당하게 나쁜 일을 해왔기에, 적당하게 좋은 일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살아가고 싶다. 그 외에는 달리 살아갈 뾰족한 방법이 없으므로..

 

외딴 구석에서 살다보면 어느 정도 나쁜 버릇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외딴 구석에 산다는 것은 참으로 멋지고 대단한 일이다. 나쁜 영향을 덜 받게 되고 우쭐해하는 일도 없으며 동시에 기본적인 자유를 구가할 수 있다. 자유 없는 생활이란 인간의 기본적인 행복조차 거부당하는 일이다.그래서 그런 직업 (정치가 등)에 연연해하는 사람의 마음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사소한 악행을 사사롭게 행할 수 있는 곳에 있지 않으면 인간은 죄인이 되고 만다.

 

우정에 관해서도 여전히 상대를 진심으로 알지 못한다고 생각할 것. 이것이 우정의 기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내가 그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대단히 위험한 일이며, 무례한 일이기도 하다.

 

친한 사이라도 예의를 갖춘다는 말은 예전에는 친구들과의 관계를 의미하리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부부, 부자지간에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자에게나 성장한 자식에게나 지나치게 간섭하는 무례를 집어치울 결심을 하는 편이 도리어 편할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정의로운 사람이 지나치게 많은 것처럼 정말로 난처한 일은 없다. 친절한 사람은 그 친절한 간섭으로 때론 타인에게 지옥과도 같은 경험을 맛보게 한다는 것쯤 생각해본 적은 없는지..

 

젊었을 때 우리는 아무리 커다란 일이라도 일생 동안 다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일생 동안 할 수 있는 일이란 정말로 작은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야 말았다. 그러나 작더라도 커다란 일의 한 부분이라는 확신은 분명 있다.

 

우리들 모두가 일시적 모습으로 살고 있다. 자식을 잃으면 더 이상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니다. 선생님으로 불리는 때는 교실 안에 있는 순간뿐으로 모르는 동네에서는 그저 한 남자나 여자에 지나지 않는다. 선거에서 낙선하면 국회의원이 아니고, 퇴관하면 재판관이라도 사기꾼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일시적 모습인 자신을 늘 인식하며 살아가는 방법밖엔 없다. 그 의식이 겸허하면 감사도, 미소도, 자유로운 정신도 또한 겸허해질 테니까.

 

인간의 노화 정도를 측정하는 데는 해줄래라는 말을 얼마나 빈번히 사용하는가에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것을 해줄래 도라고 부른다. 타인이 해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기보다는 스스로 하면 좋으련만, 나부터도 예전에는 해주지 않아 서운해한 적도 있다.

 

만일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상대의 약점도 감싸 안는 법이다. 그러므로 결점이 없는 사람은 진정한 사랑을 발견하지 못할 수 도 있다.

 

인맥이란 그것을 이용할 마음이 없다면 거의 필요 없는 것이다. 그것을 연줄로 장사하거나 정치가로서 표를 모으는 일이라도 된다면 분명 인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들이 사회의 한구석에서 자신의 능력만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데는 특별히 인맥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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