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 정진홍의 900킬로미터
정진홍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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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때는 그냥 부모님이 시키는 데로 하면 되었는 데,

회사 신입 사원일 때는 윗 상사가 시키는 데로 하면 되었 데, 그래서 삶이 단순했는 데..

요즘은 달콤한 결과만 바라는 사람은 많고 나에게 어떻게 가라고 가르쳐 주는 사람은 없다.

 

내가 알아서 방향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하다보면, 가장 소중한 나의 가족들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겠지.

그리고 나는 돌아올 곳 없이 길거리를 헤매는 떠돌이가 되겠지.

 

저기 술에 취해 밤늦게 길을 헤매는 중년의 아저씨들은 술이 좋아 취하는 게 아니라..

맨 정신에는 돌아갈 곳이 없기에..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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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스와힐리족은 사람이 죽으면 일단 사사의 시간으로 들어간다고 봤다. 사사의 시간에서는 육체적으로 죽은 이마저도 기억되는 한 아직 살아 있다고 간주되는 것이다. 그들에게 진정한 죽음은 자마니(zamani)의 시간에 들어간 이후다. 다시 말해 아무도 그 혹은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을 때 비로소 그 사람은 자마니, 즉 영원한 침묵과 망각의 시간으로 들어간다고 봤다.

 

젊어서는 스스로 이력서를 써서 입사원서에도 첨부하고 사람들 앞에도 내놓는다지만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 자기 이력서는 자기가 못쓴다. 남이 써준다. 아니 세상이 대신 쓴다. 봐주지 않고 곧이곧대로 쓴다. 그게 무서운 거다.

 

멈출떄 멈출 줄 아는 것은 단지 지혜가 아니다. 그것은 그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생존의 원칙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삶을 썩게 만드는 것은 아픔이나 시련이 아니라 성공의 이력과 주변의 찬사다. 그것을 흘려버릴 수 있어야 진정한 삶의 고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은 유대 경정 주석서인 <미드라시>의 다윗 왕의 반지에서 나왔다고 한다. 다윗 왕이 어느 날 궁중의 세공인을 불러 명했다. 날 위해 아름다운 반지를 하나 만들되 거기에 내가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어 환호할 때 교만하지 않게 하고 내가 큰 절망에 빠져 낙심할 때 결코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으라고.. 이에 세공인은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었지만 글귀가 떠오르지 않아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이 때 솔로문이 일러준 글귀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였다.

 

우리가 더이상 질주하지 않는 것은 몸이 둔해진 까닭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럴 마음이 없어진 때문이다. 삶이 가수면 상태에 빠진 탓이다.

 

자연요리연구가 임지호 선생 : 음식은 생명이고 인간의 위는 무덤이다. 결국 인간은 그 죽음을 품어 생명 곧 삶을 얻는다.

 

흔히 폭우가 쏟아지면 사람들은 걸음을 멈춘 채 더 나아가지 않는다. 비를 피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금 내리는 비는 여기 머물며 피한다고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앉아서 비 피하려다가 더 많은 비를 만나고 만다. 아니 스스로 폭풍우의 한복판에 갇힐 수 도 있다. 그러니 차라리 쏟아지는 빗속으로 들어가라! 그래야 종국에 맑은 하늘도 본다.

 

<나이 듦의 법칙>

나쁜 일은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두라. 대단해라는 찬사를 조심하라. 외로움보다는 차라리 싸움이 낫다. 한꺼번에 인생의 8분의 1이상을 바꾸지 말라. 먼저 사과하고 화해하라. 그리고 도움을 주라.

늘 인생의 심리적 결재를 해두라. 푸념하지 마라. 젊음을 시기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더 멋지게 꾸릴 생각을 하라. 남이 해줄 것에 대한 기대를 버려라. 쓸데없이 참견하지 말라. 지나가 이야기는 정도껏 해라. 혼자서 즐기는 습관을 기르라.

 

노인과 바다 :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Man is not made for defeat.)

 

지중해 사람들은 약속하지 않는다. 과거의 추억을 반추하지도 않는다. 떠날 때 어깨를 툭툭 치며 악수를 하면 그냥 돌아서서 간다. 수년이 지나도록 편지 한 장 없는 수가 많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어떤 카페의 테라스에서 마주치면 씩 웃으면서 마치 잠시 전에 헤어졌던 사람처럼 말한다. 그동안 왜 그리 소식이 없었느냐고 물으면 변명하지 않고 다 알잖어라고 짤게 말한다. 그것은 우리들이 항상 지중해에서 만날 것을, 생명이 있는 한 다시 만날 것을 다 알지 않느냐는 확신을 뜻한다.

 

사추기는 마음의 갱년기다. 인생의 어느 시기에 더이상 자신이 필요치 않은 존재라고 느끼게 되는 그런 시기다.

집안 가장의 효용가치는 그가 회사를 다니든 장사를 하든 돈푼깨나 집안에 들여다놓을 때뿐이다. 그것이 끝나면 가장은 가장 불필요한 존재, 가장 거추장스러운 실체로 전락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년의 사내에겐 마음 한구석에 들어찬 응어리처럼 물음 하나가 툭 하고 불거진다. 이제 나는 잉여인간인가?

 

스콧 니어링 : 덜 갖고 더 많이 존재하라.

 

헤르만 헤세 - 혼자

세상에는

크고 작은 길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도착지는 모두가 같다.

 

말을 타고 갈 수도 있고, 차로 갈 수 도 있고

둘이서 아니면 셋이서 갈 수 도 있다.

그러나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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