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제국
앙리 프레데릭 블랑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12월
평점 :
절판


국내에는 '저물녘 맹수들의 싸움'이라는 작품이 먼저 소개되었지만 실제로는 '잠의 제국'이 이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저물녘 맹수들의 싸움'과 함께 이 책까지 읽어보면 이 작가의 책들이 줄거리는 다르지만 결국 같은 주제에 대해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앙리 프레데릭 블랑의 작품들은 이야기 초반의 흥미로운 설정이나 발단부분의 독창성에 비해 뒷이야기는 좀 지루하고 단순한 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결말 부분에는 나름대로 급격한 반전이 있기도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이 좀 지루하다. '저물녘 맹수들의 싸움'은 매우 얇은 책이기 때문에 지루하기도 전에 후루룩 지나갔지만 그 보다 더 두꺼웠던 이 책 '잠의 제국'은 책을 읽는 중간중간에 책을 덮어버리고 싶은 정도의 지루함이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앙리 프레데릭 블랑의 책들을 좋아한다. 이유는 그의 인생관이나 세계관이 나와 맞다고나 할까?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 아무 것도 안하고 있으면 불안한 세상, 이 모든 것이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만 하는 숨가쁜 세상살이. 그 모든 것이 사실은 잘못된 것이라고 대신 말하여 주는 책 속의 주인공들을 보고 있으면, 비록 그것이 지금의 지친 삶을 바꿀 수 있는 힘은 없다고 하더라도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이 책을 읽을 당시에 나 역시 숨가빴기에, 나로서는 정말 난생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는 페이지를 따로 표시해두기도 하면서 유심히 책을 읽었다.(책을 읽으면서 그런 행동을 한 적은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잠이란, 곧 학문의 연장'으로 생각하여 잠을 자는 조제프의 생각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긴 하지만, 어째든 그의 잠예찬론은 지루하지만 경의롭다!!

만약 여러분이 이 책을 읽으시면서 육체적인 수면에 대한 욕구를 조금만 참아내신다면, 틀림없이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쯤에는 정신적인 휴식의 단계로 접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좀만 참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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