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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시간표 ㅣ 보림문학선 1
오카다 준 지음, 윤정주 그림, 박종진 옮김 / 보림 / 2004년 2월
평점 :
아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뚜렷한 목표, 무수한 규칙과 계획. 이러한 것들이 학교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시간표는 무수한 반복이 기본인 계획이다. 하루하루 그리 달라질 것 없는, 게다가 매주 반복되는 시간표는 그 모습만으로도 따분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또 역설적이게도 이런 따분함 때문에 가장 신나는 상상을 할 수 있게 되기도 한다. 배고플 때 조금 맛본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지듯 반듯한 일상에 생긴 상상의 틈은 더 달콤하다.
신기한 시간표의 가장 큰 미덕은 어린이들의 일상에 가까이 있다는 사실이다. 낮선 장소, 낮선 친구나 어른에 대한 두려움과 관심. 좋아하는, 혹은 잠시 미워했던 친구를 향한 소망과 걱정. 모든 이야기는 누구나 한번쯤은 가슴에 품어봤을 소망, 걱정, 두려움에서 시작된다. 이런 보편적인 심리를 가장 일상적인 장소 학교에서 하루하루 생활하는 시간표 속 판타지로 풀어냈기에 통쾌함은 배가 된다.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귀띔해준 ‘서로 다른 초등학교에서 서로 다른 계절, 서로 다른 시간에 생긴 이야기’라는 정보는 이런 상상의 세계가 특별한 장소나 계절,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음을 깨닫게 해준다. 즉 이런 일은 언제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고, 바로 내가 있는 지금 이곳이 그 멋진 세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복적인 일상에서 상상의 힘으로 저마다의 ‘신기한 시간표’를 꾸며보라는 이 이야기는 판타지의 세계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맞닿아 있다는 사실, 서로에게 얼마나 즐거운 힘이 될 수 있는지를 알게 해준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글의 상상력이 일러스트로 인하여 종종 제한 받는 느낌이 들었다는 사실이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모두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판타지의 세계가 펼쳐지는 순간까지 사실적인 학교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이들은 상상의 세계에 들어가는 순간 각자의 개성에 따라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학교를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로 다른 학교, 계절, 시간에 일어난 일들인데 학교의 모습들이 모두 재미없을 정도로 비슷하다. 학교 뿐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모습도 각 장마다 그만의 개성이 살아 있는 일러스트로 묘사되었다면 더 신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꼭 모든 아이들을 같은 모습으로 그려놓아야 자신과 동일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이야기의 맛을 살릴 수 있도록 개성 있는 아이들의 모습과 행동이 그림으로 나타났다면 어떨까 싶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활력과 에너지를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