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와 산과의사 - 개정판
미셀 오당 지음, 김태언 옮김 / 녹색평론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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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역동적 출산, 생명을 대하고 출산을 바라보는 자연스러운 태도를 알려준 책.

 

미셀오당은 프랑스의 산부인과 의사.

국영병원에서 가정의 분위기(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의 분만실과 수중분만(산도가 잘 열리지 않아 위험한 산모에게 긴장을 풀어주고 산도를 열어주는 목적으로)을 도입,

생애초기(잉태의 순간에서 첫돌까지의) 동안 일어난 일과 그 사람의 나중의 건강 및 행동사이의 관련성을 연구하는 '초기 건강연구센터'를 창립, 운영하고 있다.

 

첫아이를 가진 직후,

우연히 검색하다 읽게된 책.

그러나 이 책 한 권이 내 인생을 바꿔놓았다.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출산을 준비하던 나에게 생명을 대하고 출산에 임하는 자세부터 시작하여

생명을 대하고 먹거리를 대하는 태도까지 다방면으로 영향을 미친 책이다.

 

제목을 보면 농부와 산부인과 의사가 나온다.

농부와 산부인과의사의 유사성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농업과 산부인과의 행보도 주목해야할 것이다.

산업화 이후 농업과 산부인과 병동은 급격하게 변화되었는데 대표적인 변화가

소농과 조산원이 사라지고 대형기계식 농업과 병원식, 집약식, 의료행위로서의 출산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농사나 출산이라는 자연스러운 행위가 단지 효율과 통제의 원칙하에 인위적이고 수단적인 행위로 전락해버렸다는 부작용을 낳는다.

 

(농부와 산과의사, p122~)

생명역동적 태도를 갖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생명역동적(biodynamic) 태도는 생리학적 과정에 대한 충분한 이해에 기초를 두고 있다.

요점은 어머니와 아기의 생리학적 잠재능력 전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것은 문화적으로 통제된 출산, 혹은 오늘날의 의료에 의해 통제된 출산의 반대이다. 의료적으로 통제된 출산과 생명역동적 태도의 대조는 기초적인 관심사들의 차이라는 점에서, 또 어려움에 대처하는 방법들을 비교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비교

 의료적 통제에 의한 출산

생명역동적 출산 

 관심사들

 가장 효과적인 태아감시

 분만이 쉽도록 최대한 돕는 것

 전기적인 각종 검사장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환경
 제왕절개 수술 출산에 집중할 수 있는 자세허용
 무통주사 청진기로 간간이 태아심박수 체크
 합성 옥시토신(유도제)간식 및 간단한 샤워로 분만촉진
 가장 안전한 산모에게 수중분만실시

정상분만가능한지를 가늠하는 척도로 사용 

(욕조에서도 1시간 넘게 자궁문이 열리지 않는 경우 지체없이 제왕절개가 필요함) 

 

이 책은 경고한다.

자연스러운 분만을 경험하는 여성들이 적어지는 것을 우려하며

어떤 의료적 개입도 없이 자연스러운 출산을 경험하지 못한 여성에 의해

미래의 출산이 진행되는 것에 대해 경고한다.

 

한국에서 조산원은 거의 완전히 사라졌고,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고도의 의료장비가 갖춰진 환경에서 아기를 낳으며 제왕절개 비율이 40%이상이는 것이 우리 현실. 아마 지금은 더 수치적으로 높을 것이다.

영주에 이사와서 여성이 아기낳고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하더니만

임신하고보니 출산할 곳이 없어 안동의 종합병원을 다녀야만 했다.

근처 조산원은 고사하고 출산할 병원도 없었다.

또한 첫 아이를 42주에 4박5일 진통이라는 난산으로 4.08킬로 자연분만을 어렵사리 해낸 나를 아주 엄한 톤으로 의료적인 전문용어를 사용해가며 협박하고 모욕주는 의사를 만나기도 했다.

이런 의료적 폭력을 당하면서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인위적인 방법없이 자연스럽게 출산하는 것이었다. 물론 첫 아이의 전적이 있어 끝까지 마음을 놓을수는 없었지만 둘째이기 때문에 더욱더 잘 진행될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임신 과정에서 겪게 되는 각종 검사와 초음파 스캔.

아마 세계 최고를 자랑할 것이다.

천기누설도 이정도면 수준급이다.

3D영상 초음파로 아이의 얼굴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병원측의 실수로 마음이 상한 나에게 주치의는 상한 마음을 달래주려고

원하거나 요구하지도 않은 입체초음파 사진을 선심쓰듯 찍어주었다.

최대한 인위적인 노출을 꺼리기 위해 초음파를 자주 보지도 않았건만......

이것이 우리 산과의료의 현실이다.

 

출산전 관리라는 부분도 사실 산업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분야이다.

집에서 출산하던 사람들이 병원이라는 낯선곳에서 낯선 사람들에 둘러쌓여 출산해야하다보니

그것을 적응시키기 위해 도입한 것이 바로 출산전 관리.

서서히 이 시스템에 적응을 시키기 위해 각종 전자장치와 친해지게 한다.

그리고 출산이 마치 의료행위(병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는)인냥

산모와 태내의 아기에게 은근한 협박을 한다. 생을 건 협박, 생을 조롱하는 각종 검사와 조언들, 그리고 불안에 떨며 기꺼이 지갑을 열어 검사해마지않는 산모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유일하다.

온전한 아기가 들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것. 병원에서 통제하는 것이다.

그래서 병원에 가면 이상하게 불안했던 마음이 안심이 된다.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잠재적 위험에 대한 경고나 주의를 듣는다. care(보살핌)의 차원이라기 보다는 control(관리,통제)의 차원인것이다.

온전하다는 것을 매번 확인시켜주고, 온전하지 않게 할지도 모르는 각종 경우의 수를 제거하는 시술이나 검사, 처치를 하므로.

이것은 오늘날의 산과시스템이 만든 거짓 신화이다.

 

이렇듯 출산전 병원을 방문하는 것은 임신한 여성이나 그 가족들의 정서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있다. 이것을 노시보 효과라고 부른다.

엄마들이 자주 가는 대형카페에 가보면 온갖 걱정과 고민이 난무한다.

특히 초보, 초산모인 경우 더욱 그렇다.

혈압이 너무 높거나 낮다, 체중이 너무 빨리 는다거나 잘 늘지 않는다,

빈혈이라더라, 혈소판 수치가 낮아서 출혈가능성이 있다더라,

임신성 당뇨가 의심되어 태아가 위험에 처할수도 있다거나,

태아가 너무 작거나 크거나 태반이 너무 아래에 있다거나 쳐져 있다거나,

너무 이른 임신이라 위험하거나 너무 늦은 노산이라 위험하거나,

태아가 아직 역아상태라거나, 혈액검사로 다운증후군일 수 있다거나,

엽산을 섭취하지 않으면 기형아(척추파열) 확률이 높을 수 있다거나,

풍진 항체가 없거나, 예정일이 지났다거나 등등등등

정상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

 

분명한 것은 이런 모든것은 가능성일 수 있지만 확실한 것은

임신 시의 엄마의 정서상태가 아가의 인생에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출산을 돕는 사람이나 기관은

산모에게 노시보 효과를 줄여주는 것을 목표로 보살펴야한다는 것이다.

의료적 통제를 위해(실제로 나는 무식한 엄마가 고집을 피워 일어나지도 않은 출산시의 위급상황으로 인해 욕을 먹으며 협박을 당해야했다!!!) 지속적으로 산모에게 불안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태아와 산모를 위해 좋은 것들을 생각하고 그것에 따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는 의미이다.

다음의 용어들은 이렇게 바뀌어 설명되어야 한다.

 

임신성 고혈압 : 다른 증상 없이 혈압만 오르는 것은 태아의 보호장치로서의 태반이 호르몬 분비를 통해 엄마의 생리상태를 조절하고 엄마에게 더 많은 혈액을 공급해달라고 요구하는 현상이므로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두통이 있다고 모두 뇌종양이 아니듯 뇨단백 검출없이 단순 혈압상승만으로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임신성 당뇨 : 당대사의 변화가 검출되면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아기가 당을 더 많이 받기 위해 태반을 통해 엄마에게 신호를 보낸 것이다. 엄마의 몸은 인슐린의 영향에 덜 예민해짐으로 이 신호에 반응을 한다. 그저 단당류(음료수)를 피하고 다당류(탄수화물류)를 섭취하고 충분한 운동을 하라는 것으로 조언을 마무리한다.

 

임신성 빈혈 : 임신 말기에 적혈구 수치가 9.0이나 9.5정도 되면 빈혈진단을 내리고 철분약을 처방하는데 생명역동적 태도의 의사는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말할 것이다. 적혈구 농도수치 9.0은 통계적으로 아주 건강한 출산을 할 확률을 가지고 있고, 임신한 여성은 누구나 혈액량이 극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적혈구 농도는 혈액의 희석량을 말하는 것이지 절대적인 양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이 수치는 태반이 잘 활동하고 있어 태반의 신호를 받아 엄마의 혈액이 묽어진 것을 의미하므로 아주 건강한 의미이다.

 

실제로 나는

첫 아이 때 칠칠치 못하여 철분제를 복용하지 못했는데(처음에 한 두 주정도 챙겨먹다가 그 이후론 고스란히 남아 철분제를 버렸다는...)도 빈혈이 없었다. 그러나 둘 째때는 6개월부터 두 달가량 철분제를 챙겨먹다 어지럼증이 와서 철분제를 끊었더니 수치는 떨어지는데 어지럼증이 없음을 경험하였다.

그리고는 이 책에서처럼 생명역동적 태도에 확신을 더 가지게 되었다.

엄마와 아기는 태고부터 태반이라는 것을 통해 서로에게 가장 이롭고 건강한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며 존재하고 성장하고 있으며, 이는 어떤 의료적으로 환원된 수치로도 해석되거나 판단될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한다.

 

출산을 준비하거나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들이

시중에 떠도는 유언비어나 대세라고 여겨지는 속설들이 휘말릴 것이 아니라

생명을 유기적으로 볼 줄 아는 한 의사의 지혜로운 말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농업에 관하여서도 이렇게 대안을 제시한다.

  인류와 어머니대지 사이의 대화에 참여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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