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파산 - 장수의 악몽
NHK 스페셜 제작팀 지음, 김정환 옮김 / 다산북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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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NHK 스페셜 제작팀, 『노후파산』, (사회, 316p)


 


이 책은 2014년 9월 28일에 방송된 NHK 스페셜 「노인표류사회ㅡ'노후파산'의 현실」을 바탕으로

방송 시간상 소개하지 못한 고령자의 현실까지 포함해 새로 쓴 르포르타주다.



NHK가 밝힌 충격적인 노후파산의 실상


아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일텐데, 고령자의 생활을 지탱하는 '돈'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이타가키 프로듀서가 생각해낸 조어이다.

홀로 사는 고령자가 생활보호를 받지 못한 채 연금만으로 근근이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데, 만약 병에 걸리거나 돌봄 서비스가 필요해지기라도 하면 생활은 파탄을 맞이하게 된다. 이타가키 프로듀서는 이런 상황을 '노후파산'이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100만원의 연금 수입이 있으면 건강한 동안에는 독신 생활을 어떻게든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수술이 필요한 병에 걸리거나 부상으로 입원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언젠가 노후파산에 처하게 된다.

설령 저축해놓은 돈이 있다 해도 마찬가지다. 그 시기를 어느 정도 늦출 수는 있지만 노후파산을 피할 수는 없다.

 처음에는 생활에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였던 고령자도 노후파산을 피하지 못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연금만으로 안심하고 노후를 살아갈 수 없다는 고령자가 늘고 있습니다."

"나도 내 딴에는 성실하게 일하며 살아왔는데, 설마 이런 신세가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지요."



'예금이 있으면 생활보호를 받을 수 없다.'

생활보호의 재원이 세금임을 생각하면 이 원칙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규정'이 한편으로는 고령자를 궁지로 몰아넣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었다.


* 생활보호 서비스 : 연금액이 적고 달리 예금이나 재산도 없어 생활이 어려운 사람은 '생활권'을 보장하는 헌법에 의거해 생활보호를 받을 수 있다. 예를들어 생활권으로 보장되는 금액이 150만원인데 100만원의 연금수입이 있다면 추가적으로 50만원을 더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생활보호를 받게 되면 '생활비' 뿐만 아니라 '의료비'까지 무상지원된다.

하지만 노인들은 예금이 바닥나는 시점에 생활보호 서비스를 신청했다가 거절 당했을 경우를 염려해 신청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래서 얼마되지 않는 연금과 모아둔 예금을 헐어가며 최소한의 생활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읽어갈수록 정말이지 참담한 현실이였다.



'제가 앓아누우면 누가 저를 돌봐주지요? 돌봄 서비스 보험을 쓸 수는 있지만, 그것도 돈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생활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된다면 저는 이방에서 비참하게 죽는 수밖에 없어요.'

'하다못해 내 장례비 정도는 남겨놓고 싶다."


 

지금까지 열심히 일하며 사회의 토대를 지탱해온 고령자에게 얼마 안되는 예금을 포기하라고 압박하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몰아붙이는 현실이었다. 노후파산의 확대를 멈추지 못한다면 사회의 윤리성조차 붕괴될지 모른다고 느꼈다.

실제로 '폐를 끼칠 바에는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고령자가 적지 않았다.


'가난이 뭐가 괴로운가 하면 말입니다. 주위에서 친구들이 전부 없어진다는 겁니다.'

'솔직히 말하면, 빨리 죽고 싶습니다. 죽어버리면 돈 걱정을 할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

지금 이렇게 살아 있는 것도 누굴 위해서 살고 있는 건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이제 정말 지쳤습니다.'



 



'취재진은 고령자의 입에서 "살고 싶지 않아" "죽고 싶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수없이 목격했다.

왜 고령자가 '살아 있는 것이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회를 실현하지 못하는 것일까?


친족이나 지인에게 의지할 수 없을 경우, 노후파산을 극복할 방법은 생활보호밖에 없다.

그런데 예금뿐만 아니라 자택 등의 부동산도 벽이 된다.

그럴 경우 자신의 집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한 까닭에 생활보호를 거부하는 사람도 많다.


다소 불편하거나 부자유스럽더라도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동안에는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그러나 몸이 움직이지 않게 되는 순간 노후파산이 찾아온다.


아이러니하게도 예금이 바닥을 드러내면 생활보호를 받게 되어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안심하고 받을 수 있게 된다.

바꿔 말하면 생활보호를 받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살아보고자 애쓰는 고령자들은 노후를 안심하고 살 수가 없는 것이다.



또한 구조신호를 보내지 않고 홀로 사는 고령자들이 적지 않다.

"목숨을 구한 것이 구한 것이 진정으로 그 환자를 위한 일이었는지 고민이 될 때도 적지 않습니다."


구명 구급 현장에서는 어떤 사정이 있든 생명을 구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그러나 치료를 받고 목숨을 건진 환자를 바라보면 심정이 복잡해질 때가 있다고 한다.

한 명의 의사로서, 한 명의 인간으로서 '목숨을 구한 것이 진정으로 이 사람에게 행복한 일인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에는 가명으로 소개된 고령자들의 수입과 지출을 이렇듯 그래프로 한눈에 보기쉽게 설명하고 있다.

심지어 회사의 속임에 넘어가 연금수입이 전혀없이 모아둔 예금만으로 살아가는 고령자 또한 있었다.

그리고 도시의 경우에는 100만 내외의 연금을 받고 있었지만 지방은 훨씬 심각했다. 도시 고령자의 1/4 수준에 연금으로 살아가고 있다.


노후파산이 확산되는 가운데, 재택 돌봄 서비스나 재택 의료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최전선에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노후파산 직전에 몰린 고령자들을 도우려 할 때 특히 어려운 문제는 친족이 서비스를 거부하는 경우라고 한다.



하지만 더 무서운 점은 노후파산이 결코 고령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창 일할 나이인 자녀를 둔 사람은 자녀에게 의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주위에서도 지원이 필요 없다고 판단하기 쉽다.

그러나 의지할 수 있을 줄 알았던 자녀의 존재가 오히려 노후파산의 계기로 작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한 고령자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삶을 산 사람들이다.

어떤 사람은 직장에서, 어떤 사람은 가정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도 노후파산을 피할 수는 없었다.

노후파산은 단순히 젊었을 때 게으르게 살았거나 '노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미래가 아닌 것이다.


또한 가족이 있어도 노후파산을 피할 수 없었던 사례들도 많이 소개하고 있다.

지금의 국민연금 제도는 3대가 같이 사는 게 일상적이였던 1960년대에 제정된 제도이다. 제도의 시급한 재정비가 필수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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