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실의 바다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온다 리쿠의 단편 10편이 실려있는 이 책은 내가 처음으로 접한 그녀의 책이다.

그 중에서 내 기억에 남아있는 세편의 리뷰를 써보려한다.

한 밤중에 이 책을 펼쳐서 <봄이여 오라>를 읽다가는..좀 으스스한 느낌이 들고 난해했다. 오타인듯이 똑같이 반복되는 대화들과 과거와 현재를 오락가락하는 알 수 없는 글들이 이 짧은 단편으로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어제 이 책을 다시 펼치며,, 비로소 내가 그 안으로 젖어드는 느낌이라니..

"봄마다 꽃은 피지만

만남은 목숨이 있어야.."

"올해 처음 봄을 알게 될 벚꽃

지는 것은 배우지 않기를.."

졸업식날, 단짝 친구를 교통사고로 잃고, 그 친구와의 약속대로 결혼해서 딸을 낳아 그 이름을 지어주었다.

인생의 봄, 살아있음으로 이루어지는 소중한 만남, 그리고 봄이 지듯이 죽음과 함께 사라져버린 친구,,,

흘러버린 세월속에서 친구의 이름으로 태어난 딸..

그렇게 그들은 마음속에서 세월을 초월하며 함께 하고 있었다..

활짝 피어난 벚꽃을 보며 그 봄을 만끽하기 보다 꽃이 질것을 두려워하는, 행복한 만남 속에서 헤어짐을 두려워하는, 삶속에서 막연한 죽음을 두려워하는,,우리의 모습을 본다..

<피크닉준비>는 나에게 <한밤의 피크닉>을 연거푸 읽게한 단편이다.

꼬박 하루를 단지 걷기만 하는 피크닉,, 이 의식을 앞두고 저마다 가슴설레이며 뭔가 특별한 일을 기대하는 모습.

같은 아버지의 자식이면서 서로 다른 엄마를 뒀기에 싸늘한 시선으로 3년을 보내온 도오루와 다카코 역시 이 마지막 피크닉을 앞두고, 뭔가 풀어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는 듯하다.

이 글을 읽은 후 느낀 진한 아쉬움은 <한밤의 피크닉>이라는 제법 도톰한 한 권의 책으로 내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자신의 작품의 전초전을 이렇게 단편으로 소개한 온다 리쿠..

책을 읽으며 내내 나의 고교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2박3일의 수련회를 앞두고 가졌던 여고생의 설레임과, 수련회 내내 몸이 힘듦에도 즐겁고 의미있었던 시간들, 그리고 나이 40을 바라보는 지금까지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떠올려지는 기억들,,

이 책만을 읽은 사람이라면 꼭 <한 밤의 피크닉>을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의 제목인 <도서실의 바다> 역시 다소 난해했다.

한 고교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비밀스러운 전통, 사요코의 열쇠를 시다선배에게 졸업식장에서 은밀히 건네받은 나쓰..

힘들게 혼자서 그 은밀한 비밀을 지켜내고, 선배가 보낸 편지 속의 내용인" 도서실의 바다를 잘 부탁해" 라는 의미를 찾기위해 도서실에 머물며, 한 권 한 권 시다선배가 읽은 책의 목록을 찾아내 읽는다.

자신은 너무나 평범하여 결코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생각으로 1년을 힘겹게 보낸 나쓰와 달리, 적극적으로 그 비밀스런 전통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는 두 후배의 모습을 보며  자신과 다른 그들의 삶의 태도에 나쓰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것 같다..

도서실은 배, 도서실 밖은 바다..

알듯 말듯한 온다리쿠의 글들은 사람을 강하게 끄는 힘이 있다.

이 책을 두 번째 읽으며, 성의 요새와 같은 도서실의 모습과, 도서실에서 바라보는 바다같은 하늘에 내가 머물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 역시도 전혀 언급되지 않은 앞부분과 나쓰의 졸업식 이후의 이야기들의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여섯번째 사요코>를 빨리 읽고 싶어진다...

그 안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있어,, 이 가을의 나를 또다시 행복하게 해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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