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반양장) ㅣ 사계절 1318 문고 2
로버트 뉴턴 펙 지음, 김옥수 옮김 / 사계절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한권의 책은 나에게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아이와의 삶에 대하여, 그리고 생명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주인공인 12살 로버트는 셰이커교도인 부모님 밑에서 엄격한 교육을 받으며 자란다. 그 또래인 내 아이들과 비교해볼 때 너무나 의젓하고, 자신의 몫을 해내는 그런 아이이다. 이른 새벽이면 젖을 짜고, 달걀을 꺼내오는 등 게으름도 나태함도 없이 가정내에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독립적인 아이.. 어느 날, 로버트가 이웃아저씨네 젖소가 새끼를 낳으려는 것을 목격하게 되고, 출산이 어려워지자 자신의 바지를 벗어 반쯤 나온 새끼젖소의 몸에 묶고 그 끈을 나뭇가지에 연결해 무사히 새끼송아지의 출산을 돕는다. 게다가 어미소가 고통스러워해서 입안을 보니 혹이 보이자 직접 손을 넣어 이혹을 떼어내준다. 이 과정에서 로버트는 몸에 큰 부상을 입는다.
이 작은 영웅은 이 일로 핑키라는 이쁜 새끼 암돼지를 선물로 받는다.
로버트와 핑키는 가족이자 동반자가 되어 행복한 세월을 보낸다.
돼지도살업이 직업인 아버지. 하지만, 그의 몸에서 나는 비린 냄새를 열심히 땀흘린 수고로 인정해주는 아내와 아버지를 더없이 존경하는 로버트..
자신의 이름조차 쓰지 못하는 아버지이지만, 아버지는 셰이커교인으로서 검소하고 근면한 자신의 삶을 통해 로버트를 교육시킨다.
그들이 돼지를 잡고, 맛있는 초코케익을 만들기위해 다람쥐를 총으로 잡는 일들은 잔인하다기보다는 삶에 순응하는 진정성이 느껴진다.
하지만, 인간의 어리석음으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내게도 너무 충격이었다.
로버트네 닭장에 침입한 족제비를 이웃집의 강아지와 사과 박스안에 가둬두는것. 한 번 족제비와 싸워본 개는 죽을때까지 족제비를 미워하게 되고, 그래서 족제비로부터 닭을 지키는 개가 된다나.... 둘의 싸움은 너무나 처절했다. 전투가 끝난 고요함, 그리고 열어본 박스안은 차라리 읽는게 두려웠다. 족제비는 뼈가 다 드러난 채 숨이 끊겨 있었고, 방금전까지도 로버트의 품에 안겨있는 귀여운 강아지는 귀가 찢기고 다리가 너덜거리는 채로 고통스러운 눈빛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로버트는 강아지의 주인에게 강아지를 조금이라도 사랑하신다면 빨리 죽여달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로버트의 아버지가 총으로 그 고통을 끝내주었다..
이 책에선 많은 생명이 나온다. 순리대로 죽어가는 생명과 그것을 진정 순리로 받아들이며 사는 한 생명인 사람들..
로버트의 강아지 핑키는 새끼를 갖지 못하고 몸만 자라,, 결국 로버트의 아버지에 의해 도살된다. 그 자리에서 로버트는 찢어질것 같은 마음으로 핑키의 앞다리를 잡은 채 그의 두개골이 갈라지고, 살이 찢기우는 도살의 보조자가 된다..
이런 일들을 상상할 수 있는가?
로버트의 아버지는 자신의 죽음을 미리 아는 동물처럼 본인의 죽음을 예견했고, 덤덤히 자면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가족들과 이웃들은 검소하고 절제된 사랑으로 그의 장례를 치렀고, 그를 땅에 묻었다.
돼지를 잡는게 업인 로버트의 아빠가 죽은날,, 그날은 직장의 동료들까지 모두 장례식에 참석했기에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았다..
이제 13살인 로버트는 가장이 되어,, 아빠의 몫까지 일을 감당하고, 엄마, 이모와 더불어 그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잔잔한 감동과 함께..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우리의 삶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
내 아이에게 보호와 경제적인 도움보다는 절제를,, 그리고 아이의 거울로서의 내 삶 자체가 가장 큰 교육임을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로버트가 감당해 낸 12살의 감동의 삶이 내게 진정 큰 감동이었다.
이 책의 뒷이야기가 실린 책을 오늘 주문했는데,, 너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