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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흔번째 생일 ㅣ 청년사 고학년 문고 5
최나미 지음, 정용연 그림 / 청년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으며, 가영이도 가희도 그리고 아내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자신의 삶을 찾기위해 애쓰는 아내와 등돌리고 마는 남편까지도 이웃의 모습 아니, 내 모습을 많이 닮아있다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난.. 일을 갖고 있지만 결혼과 동시에 나라는 사람은 회사 밖에선 그 존재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진다. 하물며 모든것을 접고 육아와 전업주부로 살게 되는 많은 이 땅의 여자들에게 결혼생활은 어찌보면 너무나 큰 변화와 희생을 요구하는 전쟁터가 아닐른지..
이 책을 읽는 내내, 두 딸들이 나의 존재를 생각해주기를 바라기 전에,, 딸로서 내 엄마의 삶을 생각해보았다.
다섯 자식을 키우시며, 아빠를 도와 장사하시며,, 그래서 늘 힘들게 사셨고, 잔소리를 하셨음에도 엄마를 엄마이외의 한 여자로서 생각해 본적은 결코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어느 날, 엄마가 생활비를 벌겠다며 보험회사엘 나가기 시작하셨다. 직접 돈을 버시는 기쁨에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시는 활기로 엄마는 많이 이뻐지셨고 달라지셨다.
그럼에도 집에 돌아오셔선 가영이의 엄마처럼 밀린 집안 일을 혼자 도맡아 하셔야 했다.
내가 여자임에도 엄마의 그런삶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거들어드리지 않고, 엄마가 안계신 집이 싫었던 기억만이 있다...
이 글속의 가희 엄마는 마흔번 째 생일에 화실에 나가는 것과 자신의 그림을 다시 그리는 자기찾기의 일을 시작하게 된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외면하고 이기적이라며 남편은 그런 아내와 지속적인 마찰을 일으키고, 아내가 없는 공간에서 어머님이 돌아가시자 끝내 아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럴 수는 있겠으나, 내게는 남편의 모습이 더없이 이기적여 보였다.
자신은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무얼했으며,
진정,, 아내의 삶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두 딸을 키우며, 그가 갖는 그 모순적 사고속에서 자신의 딸들도 아내처럼 자신의 꿈을 접고 가족을 위해 희생해야한다고 그는 생각하는가..
난 .. 슈퍼우먼같은 내 삶이 고단하여 쓰러질것 같을 때면 무심한 남편에게 말한다.
" 당신의 딸들도 나와 같이 사는걸 당신은 참아낼 수 있겠어요?"
우리 모두 자신을 위한 공간이나 시간들을 꼭 마련했으면 한다. 그리고 내 아이들에게도 엄마는 아이들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가 아닐 뿐 아니라, 가정이라는 곳은 누구 한 사람의 희생으로 만들어가야하는 곳이 아님을...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해야함을..
무엇보다도 엄마를 엄마가 아닌 한 사람으로.. 책을 읽는 지금 당장은 느끼지 못할지라도..훗날 예전에 읽었던 이 책을 떠올리며.. 나처럼 엄마의 삶을 한번쯤은 생각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