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네 집 - 개정판, 서울대 교수진이 추천하는 통합 논술 휴이넘 교과서 한국문학
박완서 지음, 윤덕환 그림, 방민호, 조남현 감수 / 휴이넘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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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님의 글은 푸근함을 느끼게 한다. 소탈한 모습의 그분을 떠올리며 읽어내려간 글들로 요며칠 더위를 잠시 잊을 수 있었다.

그 여자네 집은 오래전에 읽었던 이야기지만, 아이에게 이 책을 사준 후 다시 읽으니 느낌이 새로웠다.

만득이와 곱단이의 어여쁜 사랑이,, 전쟁으로 인해 만득이를 전쟁터로 내보내고, 결혼안한 여자들을 공장이나 전쟁터로 데려가는 급박한 상황에서 곱단이 역시 한 번 결혼한 적이 있는 남자에게 등떠밀리듯 시집가게 된다.

전쟁이 아니었던들 어디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일까? 

만득이는 전쟁에서 살아 돌아오지만, 곱단이가 시집간 신의주는 휴전선 이북의 땅이 되어 둘은 다시는 만나볼 수 조차 없다.

그런 만득이와 결혼해서 사는 또 한 여인 순애,, 남편의 마음속 연인에 대한 질투와 승부를 낼 수 없는 힘겨운 싸움.....

그 시대의 아픔이 한 편의 이야기 속에 그대로 묻어 전해져온다..

전시중이나 다름없는 아프간, 그리고 탈레반에 인질로 억류되어 있는 우리 국민들.. 이런 현실속에서 우리가 평소엔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전쟁이라는 단어를 조금이나마  짐작하게 되는것 같다. 내 힘으로만으로는 살아낼 수 없는 상황.. 그런만큼,,, 자유의 소중함과  나라의 강건함이 절실히 느껴지고 있는 요즈음이다.. 

전쟁만 없었더라면, 지금쯤 만득이와 곱단이는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어젯밤 읽은 또 하나의 이야기인 그 가을의 사흘동안..

이 책에 수록된 여러 이야기중에서 참 여운이 남는 글이었다.

전쟁중에  누군지 모를 미군에게 강간당한 주인공..그리고  불행은 임신으로 이어졌다. 선배의사에게 가서 낙태수술을 받고, 전쟁 후에 산부인과 병원을 개원한다.

자신과 같이 원치않는 아이로 인해 고통받는 여자들을 구원해주고픈 신념과.. 자신의 내면 가득 고인 분노와 복수의 방식으로..

양공주들, 화류계가 많은 곳에서  그녀는 소파수술 전문의사로 소문이 나고,, 그렇게 부를 축적해간다. 이제 병원이 있는 건물이 재개발로 헐리게 되고, 그녀 역시 의사로서의 일을 접기로 마음먹은 날이 다가오고 있다..

사흘, 이틀, 하루 날짜가 다가올 수록 그녀에게 강하게 솟는 하나의 욕망.. 그것은 생명을 자신의 손으로 받아보고 싶다는것

그녀가 병원을 열고 딱 한번 받아본 신생아에 대한 잊을 수 없는 기억과 자신 안에 감춰진 아이에 대한 열망은 점점 더 강해져만 간다.

하지만, 자신의 딸이 겁탈당해 임신이 되었을 때, 그녀에게 몰래 찾아와 아이를 받아달라고 부탁하던 집주인 황씨는 그녀가 사정함에도 인간백정의 손으로 내 손자를 받게 할 수 없다며  며느리를 종합병원으로 보내고.. 그녀는  아이를 받고 싶다는 점점 더 강렬해지는 열망을 안은 채, 마지막날이 되었다..

쭈삣쭈삣.. 한 젊은 여성이 들어오고, 그녀 역시도 자신이 원치 않는 상황에 의해 이루어진 임신의 상황으로 절망하고 있다. 아이는 이미 7-8개월의 태아,, 주인공인 의사는 망설이지만, 결국엔 낙태수술을 허락해준다.. 유도분만을 통해 태어난 아이를 자신의 무의식으로 완벽하게 처치하고  강보에 싸서 우단의자에 누인다.

아이는 그렇게 태어났고, 병원으로 미친듯이 안고 뛰었으나 그렇게 죽었다.

그녀가 누린내가 나는 미군에게 겁탈을 당할 때의 그 상처와 분노가... 그녀를, 그녀의 삶을 아프게 지배해 왔다.. 하지만, 단 한번 받아본 아이가 세상밖으로 내민 까만 눈동자의 기억을 그녀는 잊을 수 없었고, 그렇게 자신 안에 존재하는 인간 본성의 소망 역시도 그녀는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아이가  세상엘 나와  그녀의 아픔을 치유해주는 한 생명으로 살아주었으면..하는 바램을 내내 가진 나의 소망 역시도 허망한 것인가..

나라면,, 내가 그런 아픔을 겪었다면,, 나는 세상을 향한 분노를  쉽게  떨쳐버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녀가 비록 인간백정이었다 해도,,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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