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앞에 줄을 선 학원 차들과 영재교육에 열을 올리며 아이들을 다그치는 엄마들을 보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재란 치맛바람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결코 아니며, 단시간내에 주입시켜서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는 것입니다. 갓난 아기때부터 모유는 필수적인 것이며, 기저귀를 갈면서 TV 를 보는 행동은 아이의 인격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경훈이 엄마의 글은 제게 많은 반성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하지만 그렇게 깨우치고도 여전히 실천에는 인색한 제 모습을 보며 결코 경훈이 엄마는 보통 엄마가 아니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답니다.얼마전 경훈이가 초등학교를 마침으로써 정규교육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나라 교육현실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꼭 영재가 아니더라도 모든 엄마들이 경훈이 엄마처럼 아이를 존중하고 이해해 준다면 우리아이들의 미래는 밝지 않을까 합니다.
원숭이 조지의 열렬한 펜인 우리 아들. 그래서인지 호기심이라는 단어를 곧 잘 사용하지요. 이야기 속의 모든 사건의 발단은 조지의 호기심에 의한 것이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흥미 진진하게 전개되어 나가기 때문에 우리 아이는 꽤나 긴 이야기를 한눈 팔 사이도 집중해서 듣는답니다.원숭이 조지가 방 한가득 그림을 그려 놓은 장면이 나오면 아이는 즐거워서 어쩔줄을 모르고 한참을 들여다 봅니다. 자기도 조지처럼 온 벽에다 페인트 칠을 하고 싶었던 것을 그 장면을 보며 대리만족하고 있을런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싫증나지 않는 호기심많은 원숭이 조지 이야기... 더 많이 번역되어 나왔으면 좋겠네요.
유년시절이 길수록 행복한 삶이라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유년시절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상상의 세계이지요. 아이들에게서 상상의 세계를 빼앗아버린다면 남는게 별로 없을겁니다. [목욕은 즐거워]의 주인공인 상민이는 오리 인형을 들고 욕조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어갑니다. 거북이, 하마, 펭귄... 도무지 불가능할 것 같은 동물들이 함께 욕조에 앉아 즐겁게 목욕을 합니다.그러나 엄마의 목소리에 동물들은 모두 물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상민이는 상상의 세계에서 빠져나오게 됩니다. 현실세계에서 상민이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뽀송뽀송하고 향긋한 수건을 든 엄마......'난 목욕이 참 좋아요.' 라는 아이의 마지막 대사는 우리 아이가 목욕이 끝난후 항상 사용하는 고정멘트가 되었답니다. 목욕이란 정말 신나고 즐거운 일이란 걸 심어준 멋진 그림책이었습니다.
돌지난 우리 아기가 가장 좋아하는 책을 꼽으라면 단연코 읽는 재미 1단계의 '털뭉치가 데굴데굴' 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섯살 차이의 오빠가 있어 책장 가득히 그림책이 꽂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기는 항상 이 책을 꺼내들고 온답니다. 다른 책도 좀 읽히려는 마음에 비슷한 책들 가운데 꽂아 놓아도 어떻게든 찾아내어서 읽어달라며 따라 다닙니다.결코 복잡하거나 천박스럽지 않으면서도 선명하고 깔끔한 원색들이 각 페이지를 장식하여 아이의 시선을 사로잡아줍니다. 게다가 가격은 또 얼마나 저렴한지...1단계 10권을 다 합해도 왠만한 책 한 두권 가격이니, 주부들의 주머니 사정을 이만큼 생각해 주는 책이 또 어디 있을까요?
어떤 책을 아이들에게 선물하면 좋아할까 하고 고민하는 사람을 보면, 나는 이 책을 빼놓지 않고 추천합니다. 물론 예술적, 문학적, 철학적 가치를 두고 본다면 더 나은 책들도 많겠지만 아이가 재미있어하는 책으로는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그런 책이랍니다.특히, 빨래하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엄마가 온갖 물건들을 다 빨아 널어놓은 그림은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고양이도 있네... 하하 여기는 우산도 있어... 푸하하 애들도 빨아버렸잖아, 으아~, 통닭을 빨다니...' 빨래줄에 널려 있는 빨래를 보며 도무지 빨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을 찾아내는 동안 아이는 입을 다물줄 모르고 웃고 즐거워 합니다. 최근에 나온 같은 작가의 [비오는 건 싫어]에도 이 엄마가 살짝 등장해 다시 아이를 즐겁게 해주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