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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송아지와 강소천 동화나라 ㅣ 빛나는 어린이 문학 10
강소천 지음, 박철민 그림 / 웅진주니어 / 2008년 10월
평점 :
“송아지야, 네 이름은 뭐냐? 내 이름은 박창덕이다. 넌 몇 살이냐? 난 열두 살이다. 오늘부터 너도 우리 식구가 되었으니 네 성도 박가라구 그러자.”
박송아지는 창덕이가 겨우내 산에서 잡은 족제비를 팔아 아버지가 데려온 송아지다. 아직 어려 풀을 잘 뜯을 줄 모르는 박송아지를 데리고 창덕이는 풀밭에 올라 버들피리를 분다. 그럼 박송아지는 “음매에......” 하고 운다. 창덕이는 박송아지의 그 울음소리를 엄마가 그리워 우는 소리로 알아듣는다. 아직 모든 게 낯설어서 그런 줄로 알아듣는다. 창덕이는 박송아지의 엄마가 되어주기로 결심한다.
어느 겨울, 창덕이가 혼자 방에서 책을 읽는데 누가 찾아와 창덕이네 식구가 모두 몇이냐 묻는다. 아버지, 어머니, 누나와 함께 사는 창덕이는 “박송아지를 자기네 식구의 한 사람으로 빼기가 싫”어 다섯이라고 대답한다. 찾아온 이가 다섯 식구 다 글 볼 줄 아느냐고 물으니 이번에는 “저어, 우리 박송아지만은 모릅니다.” 하고 대답한다. 사정을 모르는 그는 그러면 박송아지에게 글을 가르쳐줄 테니 박송아지를 내일부터 야학에 보내라 한다. “박송아지를요? 박송아지는 사람이 아니고 우리 집 송아지인데요?” 동회에서 글 모르는 사람 조사하러 왔던 아저씨는 그제야 껄껄 웃음을 터뜨리고, 박송아지는 마을 유명인사가 된다.
창덕이가 박송아지를 데리고 영희네 마당으로 가자 마당에서 놀던 아이들은 박송아지 있는 데로 시끌시끌 모여든다. “박송아지 요즘에 야학에 다닌다니?” “인제 '바둑아, 바둑아' 다 배웠다지?” 아이들은 박송아지가 편지를 읽을 줄 알게 되었다는 둥, 한문을 배워 신문도 읽게 되었다는 둥 웃고 떠든다. 그날 밤 창덕이는 잠자리에 누워 짐승은 정말 글을 읽을 수 없을까, 우리 박송아지도 글을 읽을 줄 알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한다. 이튿날 박송아지를 데리고 영희네 마당에 가니 아이들은 여전히 박송아지를 두고 와글와글 떠든다. 저희들끼리 술렁이던 아이들이 창덕이에게 박송아지가 정말 글을 읽을 줄 아느냐고 묻자, 창덕이는 시치미를 뚝 떼고 참말 읽을 줄 안다며 그럼 어디 박송아지에게 물어보자고 한다. 신이 난 아이들은 창덕이가 종이쪽지에 쓴 글을 누군가 박송아지에게 가져가 큰 소리로 읽어보게 하기로 뜻을 모은다. 창덕이는 몰래 종이쪽지에 뭐라고 벅벅 써서는 제일 어리고 얌전한 영구에게 그 종이를 준다. 영구가 종이를 박송아지 앞에 불쑥 내밀자 먹을 것인 줄 알았던 박송아지는 “속았다는 듯이 언제나 하는 버릇으로, “음매애......” 하고 울며 고개를 돌”린다. 아이들이 영구에게 와르르 몰려들어 종이쪽지를 보니 그 쪽지에는 아니나 다를까 “음매애”라고 적혀 있다.
이야기의 첫머리에 어째서 송아지에게 이름을 붙였는지 궁금해하는 학교 선생님에게 창덕이는 그냥 송아지라고 하면 누구네 송아지인지 어떻게 아느냐며, 박송아지를 제 가장 친한 동무로 소개한다. 창덕이가 박송아지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행동이 다정스럽게 여겨지는 것은 그 목적이 주인으로서 박송아지의 소유를 구분하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동무로서 그의 고유한 정체성을 구별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하기 때문일 것이다. 제 이름을 부르는 창덕이를 고개 돌려 바라보는 박송아지도 아마 그 마음을 읽을 줄 아는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