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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을 팝니다 - 상업화된 페미니즘의 종말
앤디 자이슬러 지음, 안진이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2월
평점 :

요즘 페미니즘이 유행 아닌 유행이다. 자신이 페미니스트임을 알리는 티셔츠를 입거나 혹은 물건들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 책 표지에 있는 '우리가 페미니즘이라고 믿었던 것들의 배신'이라는 문구를 보며 내가 너무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게 아닐까 반성해본다. 읽으며 생각이 많아졌다.
2015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에 페미니즘에 관련된 책이 쏟아져 나오고, 대중적인 입맛에 맞는 페미니즘이 넘쳐나온다. 그렇다면 여성의 인권은 예전보다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나아졌을까? 내 대답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페미니즘이 유행하기 전의 모습과 지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가 아무리 페미니스트 굿즈를 사모은들,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는 연예인들의 음악을 듣고, 그들의 영화를 본들 달라진 건 없다. 여전히 낮은 임금의 자리는 남성들보다 여성들로 메꿔져 있고, 높은 자리는 많은 남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성추행, 성폭력의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여성이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페미니스트라고 적힌 할머니나 입을듯한 커다란 팬티(비하하는 건 결코 아니다. 편하니까!)을 입어야 하고, 각종 문구가 적힌 물건들이나, 여성들에게 너희의 힘을 경계 짓지 말아라고 말하는 스포츠 회사의 운동화를 신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달콤하게 상업적 페미니즘으로 포장을 한 시장은 그렇게 하는 게 어떻냐며 소비자를 유혹한다. 판도가 달라져서 마초이즘이 지금처럼 유행을 한다면 그들은 반대로 얘기할 것이 뻔하다. '다시 권능을 되찾아라! 코끼리 팬티가 도와줄 것이다!'라고 광고하는 건 일도 아닐 거다.
그동안 우린 너무나 쉽게 페미니즘을 대해왔다. 내 몸을 긍정하고(좋은 생각이긴 하지만 여기에도 시장 페미니즘은 교묘하게 녹아있다), 힘을 주는 문구를 보며 여권의 신장을 기대해왔다. 예쁜 포장지를 걷어내고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에 주목을 해야 할 때다. 페미니즘은 재미있지 않다. 오히려 심각하다. 임금 불평등, 성별의 분업, 성차별, 성폭력 등은 결코 섹시한 것이 아니다. 시장 페미니즘은 이러한 것들은 변화하지 않고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어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생각 없이 떠드는 마초들이 아니라 교묘하게 속이는 시장 페미니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