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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의 그림자 ㅣ 모삼과 무즈선의 사건파일
마옌난 지음, 류정정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지난번에 읽은 <사신의 술래잡기>의 후속편이다. 모삼과 무즈선, 중국판 셜록 홈스와 왓슨이라고도 할 수 있는 둘의 추리를 재미나게 읽었던 터라 이번에도 기대 만빵. 그리고 무엇보다 잔인한 범죄를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L의 존재도 너무나 궁금했고...
<사신의 술래잡기>에 이어 L의 게임은 계속된다. 무즈선의 집에 함께 있던 모삼에게 도착한 택배, 그 안에 들어있는 건 분리된 권총이다. 중국 경찰에서 사용한다는 64. 그 총은 누구의 것인가? 간신히 피해자를 구해내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건 또 다른 사건. 불탄 집에서 발견된 다섯 구의 시체, 그중에서 가장 어린 여자는 불이 나기 전에 이미 죽어있었다. 모범생에 예쁘기까지 한 그녀에게 악의를 품은 자는? 해당화 아래에 있던 눈 없는 시체, 건물의 옥상에서 발견된 각기 다른 방법으로 죽은 네 구의 시체, 살인사건을 신고하러 온 여자, 그러나 그녀가 말한 곳에는 이미 시체가 사라진 후였는데...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만나러 프랑스를 다녀오는 무즈선, 그를 태운 비행기는 폭발하고 만다. 그는 어디에? L이 진정 원하는 건 무엇일까?
"나 자신을 그로 변화해보려고. 나와 L간의 가장 큰 차이는 그가 변태 살인마인데, 많은 일에서 우리보다 더 투철하다는 거야. 살인 사건이든, 정보든, 법률이든, 경찰청 내부의 일들까지. 많은 것을 손에 잡았어, 그중엔 나도 있어. 그런데 근본적으로 볼 때 난 그를 안다고 볼 수 없어. 우리는 그와 여러 번 접촉했지만 아주 진전도 없어. 이게 무엇 때문인 것 같아?" ( p.94 )
L의 행동을 보고 있으면 (잔인한 변태 살인마라는 건 틀림없지만) 악이 아니라 악을 처단하는 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머털 도사와 108 요괴> (이거 알면 최소한 30살 이상이려나?)에서 내기요괴를 꼬드겨서 요괴들을 잡아오게 하는 머털도사가 생각난다는 말이지. L은 중국 경찰들도 미처 연관성을 알지 못한 연쇄살인범의 비밀들을 모삼에게 던져주고, 모삼과 무즈선은 L이 준 단서를 따라 범인을 잡는다. L의 기가 막힌 정보력과 머리와 기술을 좋은 곳에 썼다면 어땠을까 가정을 해본다. 그러나 책의 결말처럼 L이 그럴 수 없었던 이유도 나오기에 어느 정도 납득은 된다만...
모삼과 무즈선 콤비의 이야기는 한동안 마지막이 될 것 같다. 오랜 숙적 L과의 인연도 여기서 끝날 테니까. 살짝 열린 결말이라 후속편을 기대할 수 있지만, 나는 'L 더 비기닝'을 원한다네. <사신의 술래잡기>에선 꽃미남 무즈선의 매력에 빠졌지만 <사신의 그림자>를 읽고선 L의 과거가 더 궁금해졌다. 그의 눈으로 보는 범죄도 꽤나 흥미가 있을 것 같다. 이대로 그를 떠나보내는 건 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