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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동물학교 1
엘렌 심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2월
평점 :

귀여운 책을 만났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동물들이 인간으로 환생하기 위해 학교에 다닌 이야기라니... 나는 아직 읽기 못한 <고양이 낸시>의 작가인 엘렌 심의 신작이다.
착한 동물들은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야? ( p.12 )
환생동물학교의 동물들은 이곳에서 인간의 삶에 대해 배우며, 서서히 동물의 본성을 지워나간다. AH-27반의 새로운 담임이 된 주인공과 고양이, 강아지, 고슴도치, 하이에나 등 학생들의 이야기다.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잘 대해줬던 주인들을 그리워하며 인간이 되기 위한 수업을 받는다. 고양이 쯔양의 주술 막대에 대한 추억(레이저 포인터)에선 웃음이 터졌다. "주인이 이것을 들면 어디선가 빨간 점이 나타나, 그 빨간 점의 무서운 점은 절대 눈을 뗄 수가 없다는 거야..." ( p.62 ) 우리 '보리'도 그랬다. 레이저 포인터를 이리저리 돌리면 반드시 잡아야 하는 물건이라도 되는 양 쉴 새 없이 뛰어다녔다. 몇 번을 해도 홀린 것처럼 잡으러 다녔는데... 어쩜 우린 고양이의 환생이라 프레젠테이션 때 레이저 포인터의 불빛을 끊임없이 뒤쫓는지도 모르겠다. 하이에나 비스콧의 이야기는 안쓰럽고 슬펐다. 주인이 준 선물이라며 늘 입마개를 하는 비스콧. 알고 보니 인간들이 하이에나를 길들이기 위에 좁은 동굴에 가둬 굼겼다가 죽기 직전에 주인이 될 사람이 구해준다. 그럼 하이에나는 그 사람을 생명의 은인으로 인식하고 평생 동안 충성을 한다는 거다. 주인을 사랑하고 따르는 건 하이에나뿐만이 아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태어나고 길러진 반려동물들은 평생의 우정을 함께 하고자 하는데 인간들은 길들여놓고 책임지지 않는 모습이 떠올랐다. <동물농장>을 보면서 화가 치밀어 오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저 지겨워진 액세서리 버리듯이 쉽게 버리고 또다시 사는 사람들... 그들과 함께 했던 반려동물들은 그 자리에서 한없이 기다리는데...
한없이 순수한 아이들을 보며 이 아이들이 오히려 인간답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다운 게 뭐냐고 진지하게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아이들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사랑하고, 배려한다. 그런데 요즘 일상을 달구는 SNS 미투 운동을 보면 거기에 거론되는 사람들의 이름들을 보며, 이 사람들은 인간이 아니라 짐승 같다, 아니 짐승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어떤 동물이 환생동물학교에서 제대로 못 배워 저렇게 태어났을까? 전생에 사람이었다면 환생하지 못하고 일곱 지옥에서 헤매고 있을 텐데... 환생동물학교 아이들아, 너희들의 순수한 모습에 내가 다 부끄럽구나.
뽀삐야, 보리야 너네들은 환생하지 말고 나 죽걸랑 마중 나와 있어줄래? 오랫동안 못 봐서 너무나 보고 싶구나. 다시 태어나더라도 그때 그 시절로 한 번만이라도 돌아가 너희들을 다시 안아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