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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가기 전에 해야 하는 말
아이라 바이오크 지음, 김고명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이 책상 위에 있는 걸 보고 꺽정씨가 대뜸 "사랑해요~"라며 고백을 했다. 꺽정씨의 고백처럼 오늘이 가기 전에 해야 할 말들은 독기가 서려 아프게 하거나, 남탓을 하는 말은 아니다. 사랑해, 고마워, 용서해줘, 용서할게... 잠들기 전에 듣고 싶은 말들은 바로 이런 말들이다.
<오늘이 가기 전에 해야 하는 말>의 저자인 아이라 바이오크는 40년 넘게 호스피스를 하고 있는 전문가다. 오늘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사랑하는 사람과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 알려주는 지혜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소중한 네 마디를 용기를 가지고 한 뒤의 변화를 경험한 사람들의 고백이다. 우리 가족 그러니까 꺽정씨와 밤톨군과는 자주 하는 네 마디 말이다. 뜬금없이 '사랑해!'를 말하기도 하고, 내가 저녁식사를 내놓았을 때, 꺽정씨가 쓰레기봉투를 버렸을 때, 밤톨군이 먹는 그릇을 싱크대에 올려놨을 때 우린 '고마워~'를 연발한다. 밤툴군은 심지어 "고맙다고 해야지!!"라고 강요하기도 하고... 그리고 '미안해!', '괜찮아!'도 자주 말한다. 신혼을 시댁에서 시작했기에 어르신들 눈치 때문에 맘껏 못 싸운(?) 게 버릇이 되었고, 밤톨군에게 모범이 되는 부모가 되고 싶기에 노력하기 때문일 거다. 아직까지 우리 가족에겐 가정을 밝히는 네 가지 말이다. (사람 인생 어찌 될지 알 수 없으니... 아직까진 유효하다.) 가족을 포함해서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뜬금포 고백과 감사는 자주 표현하지만 '용서할게, 용서해줘'라는 아직까지 참 힘들다.
사람들은 마음속에 용서의 '감정'이 있어야만 용서를 '베풀'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런데 용서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용서는 수년간 복기로 쌓인 마음의 고통을 단번에 청산해버리기 위해 지불하는 일회성 비용이다. 용서는 금융투자에서 일회성 손실을 감수하는 것과 같다. 용서를 거부하는 것은 우리 마음의 상처에 복리가 수천 번 붙는 것을 감수하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그 상처가 부정적인 감정의 에너지를 먹고 불어나는 것을 평생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용서하지 않겠다는 것은 계속 빚쟁이로 살겠다는 것이다. ( p.83 )
정말 내일이 나의 마지막이라면 어쩌면 조금은 쉽게 용서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 내 용서를 받을 자격이 되든 그렇지 않든, 일단 난 홀가분하게 떠나야 하니까... 내가 마음의 짐을 덜고자 용서한다고 말했을 때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지, 오히려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네가 용서를 하냐고 화를 낼지, 아니면 나도 미안했다고 눈물로 사과를 구할지... 또 용서를 받았다며 기고만장해서 또다시 나에게 상처를 줄지 알 수가 없다. 무례한 사람들은 계속 무례하니까. 용서한다고 말을 해보기도 전에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게 내가 아직 한참 모자라다는 증거일 거다. 끝을 알게 된다면 오히려 용서하기가 쉬울 것만 같은데... 회사 다닐 때 내 뒤에서 날 꽤나 씹던 차장님이 있었다. 의도적으로 프로젝트에서 날 배제하고, 같은 파트임에도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도 않았다. 그 이유는 내가 그가 다른 사람을 욕할 때 내가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전까지는 우린 같은 라인이라며 좋은 관계였으니까... 마지막 회식 때 술김에 그 차장님을 불러 세워서 "당신을 용서하노라~"라고 여왕이 기사 작위 내리듯 팔로 허우적거렸다. 술 때문에 내가 참 부끄러운 짓을 했구나 싶었다. 후에 그가 다른 이에게 그때 그가 내 용서로 고마웠다는 말을 했다는 걸 알고는 홀가분했다. 그런데 그건 내가 그 회사에서 그를 볼 며칠 안 남은 시기에 가능했던 거다.
내가 언제 죽는지 알게 된다면 나를 힘들게 했던(그리고 현재진형형인 그들을) 편하게 용서를 할 거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거다. (만약에 내가 미혼이라고 가정을 해본다면 카드론을 왕창 당겨서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생명보험으로 퉁쳐서 갚았을 거야. ㅋ) 그러나 내 인생은 아직 남았고, 언제나 마지막 날이라는 가정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오늘을 위해 크고 작은 일을 해야 하고, 내일을 위해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한다. 용서는 앞으로 나아간다고 하지만 정말 어렵다. 최소한 남에게 미안한 일을 하지 않고, 또 바로 사과하면서 사는 것이 지금의 나에겐 최선인 것 같다. 살아생전 진심 어린 용서는 저승세계 프리 패스라는데('신과 함께'에서 말이지...) 내가 죽기 전엔 한 번은 하지 않을까? 그날이 가기 전엔 꼭 할 기회가 생기기를... '용서해요.'라고...
"'내가 계속 그렇게 살아야 할 필요는 없지. 그렇게 살기엔 남은 시간이 아까워.'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골똘히 생각한 끝에 말씀하셨어요. '쟤한테까지 물려줄 수는 없어.' 이제 18개월 된 우리 아들을 가리키며 하신 말씀이었죠. 아이는 바닥에서 블록 놀이를 하고 있었어요. 그게 다 무슨 일인지 모르고 마냥 행복하게 말이죠. 어머니가 그러시더라고요. '나쁜 건 끊고 좋은 것만 물려주면 돼. 우리가 그렇게 했으면 좋겠구나,'" ( p.74 )